김영민의 신유통물류story 102

필자는 시골에서 자라서 아침 동이 트기 전 담이나 지붕 위에서 ‘이제 다들 일어나시오.’라고 힘차게 “꼬끼오”를 외치는 수탉을 본 기억이 생생하다.

아침이나 새해처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시간적인 출발점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붉은 닭의 해 정유년도 그렇게 우리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또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우리 선조들이 말한다.

우리 선조들이 참으로 대단한 것이 미래를 본 것도 아닌데 미래의 후손들에게 미리 알려주기 위해 만든 것처럼 정유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신 바짝 차리고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고 코칭을 한 것이다. 구한말인 1897년에는 광무개혁이 있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1597년에는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무찌른 명량대첩의 정유재란이 있었다.

우리 역사를 보더라도 수적인 우위에서 전쟁을 하거나 외침을 물리친 적은 거의 없었다. 언제나 수적 열세였으며, 주변 환경은 최악이었다. 그렇지만 우리 선조들은 절대 굴하지 않았고, 그런 상황을 탓하지도 않았으며 모든 것을 극복하고 기어코 승리했다.

얼마 전 대한상의에서 발표한 2017년 1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우리경기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 지 알 수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최저점이 61p이고, 올 해 1분기의 전망치가 68p로 그 때와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제조업체가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는 경기 침체로 인한 악순환이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수라고 생각한다. 동이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고 춥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다수 기업들의 2017년 전략 코드는 ‘생존’이라는 키워드로 요약이 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생존이라는 키워드가 실제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대한상의 자료를 보면 3가지 형태로 나오는 데 가장 많은 대답이 현 상태 유지(65.1%)이고, 두 번째가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17.5%)이며 마지막이 대외리스크 관리(17.4%)다.

손을 더듬거나 돌멩이 같은 것을 집어 던져서 소리를 듣고 정보를 수집해서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극한적 상황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준비 없는 상황에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것이라고 말씀 드린 적이 있다. 모든 것을 다 쓸어 버릴 것 같은 쓰나미가 눈에 보이면 이미 탈출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다. 이런 사례를 무수히 봤고,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순간이 되었을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제조업체가 이러한데 유통업만 좋을 수는 없다. 다만 상대성만 있을 뿐이다. 유통에서는 아무래도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이 상대적으로 더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가 유통에 미치는 파장은 오프라인 유통의 온라인화이며 이로 인한 온라인 집중화 전략으로 인해 온라인 쇼핑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쇼핑으로의 집중화에 불을 지른 것은 모바일이다. 내 손안에서 세상과 연결되고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되고 있는 IT 기술은 나와 상관없는 저 멀리 있는 딴 세상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매달려 있는 현실이다.

전혀 관계 없을 것 같은 것이 연결되고 융합되는 정보교환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곧바로 물질 교환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정리해 보면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인한 파생 여파는 온라인 집중화로 이어지고, 이는 바로 택배물동량의 증가로 나타나게 된다. 이번 설 명절이 빠르고 대내외의 불확실성의 증가하고 김영란법 등으로 인해 설 택배 물동량이 감소 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그런데 이런 악순환이 오히려 택배물동량의 증가 현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설 명절 일시적으로 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방향은 증가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택배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택배업계는 택배업계 나름의 위기에 몰려 있다. 결국 이래도 위기고 저래도 위기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는 자명하다.

그래서 올해 정유년은 언제나 최고를 지향하고 남 탓을 하지 않으며 절대 지지 않는 우리의 DNA를 반드시 끌어내야만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해야만 위기를 기회로 반전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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