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결함 아니야 VS 수차례 수리해 놓고 오류 아니야?

▲ 핸들 잠김이 발생 볼보트럭 FH500 차량, 차량 번호도 임시 번호가 부여되어 있는 신차다.사진 제공-화물연대 부산지부.
국내 수출입 화물운송을 담당하는 24톤 대형 수입 화물 트레일러 차량(사진)이 핸들 오작동으로 사고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제작사 측은 이번 문제 제기는 단순한 차량 옵션 차이라면서 동반 시승을 통해 제기된 차량 오작동을 점검한 결과, 차량 오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고객인 차주와 제작사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진실공방이 장기화되자, 동종 차량을 운전하는 화물 차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문제의 차량은 볼보트럭에서 판매하고 있는 볼보 FH500. 지난해 11월에 구입한 고가의 이 대형 볼보트럭의 경우 정상 주행온도에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작동하면 핸들이 잠기는 현상이 발생, 대형사고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볼보트럭측은 이 같은 현상이 차량의 문제가 아니라 사양, 즉 옵션의 문제라는 일관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때문에 차량을 구입한 차주는 한달이 넘게 차량운행을 하지 못하고, 벌써 고장수리만 수차례 받았으며, 부품도 교환까지 했지만, 같은 현상은 여전한 상황이다.

볼보 대형차량, 엔진온도 상승하면 핸들 ‘먹통’

육상 물류시장의 주역인 화물차 차주들에게 차량은 사무실이며, 집과 같은 존재다. 특히 이들에게 차량의 성능은 차주의 생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여서 집 한 채 가격이 나가는 고가에도 불구, 대형 차종들의 경우 볼보와 벤츠, 스카니아 등의 수입차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편 지난해 고속버스와 대형 화물차들의 교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운송 물류시장의 안전방안 마련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어 이번 문제의 원인이 제작사인 볼보 차량 자체 결함일 경우 정부와 제작사측의 신속하고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건에 발 단은 볼보 트럭FH500 신차 구입 후 1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차량의 조향장치가 일정 온도가 올라가면 조정이 안 된다는 것. 화물 차주 김상윤씨는 지난해 11월 차량 가격만 2억원에 이르는 볼보 트럭 FH500(500마력)을 구입했다.

하지만 김 씨는 차량 구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진온도가 낮을 경우 원활히 조작이 가능하던 핸들이 차량 주행이후 정상 온도에 도달하면 핸들이 뻑뻑해 지면서 어느순간 조작이 되지 않는 핸들 잠김 현상이 발생, 차량 제작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렇게 한 달 동안 김씨가 받은 수리는 무려 6번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2개의 부품을 교체했지만, 차량의 조향장치는 여전히 주행온도에 올라가면 먹통이 되는 현상이개선되지 않고 있다. 김씨는 “고속도로 주행이후 톨게이트를 나오려면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이면서 핸들을 조작해야 하는데, 핸들조작이 먹통이 될 경우 대형사고가 불가피하다”며 “이 때문에 제작사 측에 수차례 수리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해결하고자 했음에도 제작사인 볼보트럭 엔지니어들은 FH500 차량의 경우 지금의 현상이 오류가 아니라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운전자들 사이에 확산되자, 볼보트럭 구입을 예정했던 운전자들의 계약 취소도 잇달으고 있다. 내년 1월 신차 구입 계약을 한 차주 이모씨는 "차량의 조향 장치는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고, 볼보 트럭의 경우 핸들 조작이 경쟁차들과 비교해 좋다는 입소문을 듣고 계약했는데, 핸들잠김 현상을 실제로 보니 심각해 계약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볼보트럭의 빠른 대책 마련 없이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할 경우 계약  취소사태는 더욱 빠르게 이어질 전망이다.

원인 조사와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해야

차주 측 주장만 보면 문제가 발생한 볼보트럭의 핸들 잠김 현상은 차주는 물론 추돌사고뿐 아니라 대형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어 직접 볼보트럭 제작사에 문의했다. 제작사측은 “볼보트럭의 상위 버전 트럭인 FH540의 경우 VDS(Volvo Dynamic steering)이 장착되어 있어 핸들작동이 원활하지만 문제가 제기된 FH500의 경우 VDS가 장착되어 있지 않아 핸들이 뻑뻑해 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며, 이는 차량제작 오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문제를 제기한 차량 차주와 동승해 결함 체크를 한 결과, 오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주 김씨는 ”출고된지 2달도 안 된 기간 동안 6회의 차량수리를 받았고, 부품교환도 2회에 걸쳐 받았는데 차량 오류가 없었다는 입장표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동종 차량이 언제 어디서 대형 사고를 일으킬지 모르는 만큼 볼보트럭 측의 적극적인 대안 마련과 정부의 정밀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볼보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12월 덤프트럭 302대에 대해 자발적 시정조치(리콜)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차량 리콜배경은 미세 전류누전 결함에 따른 차량 과열과 화재 가능성이 우려됐기 때문. 이에 따라 정부는 볼보그룹코리아(주)트럭에서 제작·판매한 덤프트럭 두 가지 모델(FH덤프 FH84TR3HA, H8TSDC5411)의 경우 승차 공간 내 실내등 램프가 먼지 및 습기에 의하여 미세한 전류누전 결함으로 인한 과열로 화재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리콜을 실시했다. 시정조치가 될 모델의 차량은 총 302대에 달했다.

이와 함께 다임러트럭코리아(주)역시 덤프트럭 2개 모델 93대에 대해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를 결정, 총 93대 차량에 대한 리콜을 결정했다. 이처럼 건설현장을 누비는 덤프트럭을 포함, 대형 화물운송 차량의 경우 조그마한 문제만으로도 대형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사전 예방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에 볼보트럭 핸들 잠김 현상에 대한 문제 제기는 차주 자신을 포함해 아무런 연관이 없는 선량한 일반 승객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알리기 위한조치다. 김씨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핸들 조작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은 차량 결함치고는 큰 문제”라며 “차주 자신의 생명도 중요하지만, 트럭의 결함과 전혀 무관한 일반 운전자와 승객들의 안전과도 직결된 부분인 만큼 제작사와 이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안 마련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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