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물류시장 융·복합, 시장경계 사라져

얼마 전까지 유통과 물류산업은 별개처럼 여겨졌으나, 2016년엔 유독 그 경계가 모호해지며, 융 복합 되는 원년을 열었다는 평가다. 따라서 2017년은 물류서비스 없이 유통업의 성장이 불가능하고, 유통업 과 물류산업이 혼재되면서 그 경계를 허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내년 유통산업의 성장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일부 유통 전문가들은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당분간 춘추전국시대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어느 한쪽만 잘해서는 안 되며, 양쪽 시장 모두를 공략할 수 있는 전 방위 경쟁력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내년에도 글로벌 유통산업은 5% 내외의 성장을 지속할 것이며, 물동량을 기준하면 3% 정도의 증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대단위 생산에서 탈피해 소량생산과 전문성을 갖추고, 프리미엄과 대중성을 이루는 양극화도 나타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2017년 유통시장의 전망에서 간과해서 안 될 항목은 인구 구성비의 변화다.

고령화와 더불어 1인 가구의 증가가 내년도 국내 유통시장의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유통과 물류기업들의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온·오프라인 경계 없이, 무료 빠른 배송경쟁
2016년 연 초부터 국내 유통시장은 지난해부터 쿠팡의 독주가 유통 시장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시장 전반의 반감을 자아내며 시작했다.

쿠팡을 제외한 여타 유통업계 경쟁사들도 빠른 배송으로 고객에게 무료배송에 나섰지만, 쿠팡이 제공하는 물류서비스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 배송, 택배비가 포함되어 있어 ‘무료 배달’은 기본 구매액을 높이고 일부 물류상품은 서비스를 중단하는 파행을 겪기도 했다. 결국 쿠팡 발 유통혁명은 물류시장까지 무료배송 역풍으로 택배업계와 법정 소송까지 확대, 시장을 선순환이 아닌 진흙탕으로 흐려놓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서 모순적이게도 관련업계 모두를 적으로 만든 쿠팡을 유일하게 응원한 곳은 올해 연말 탄핵을 받은 박근혜 정부였다.

특히 창조경제를 표방한 박근혜 정부 입장에선 뾰족하게 내세울 가시적 유통 물류 정책이 없는 상황 탈출을 위해 해외투자로 전국 방방곡곡에 대대적인 물류거점 건설 투자와 신규 인력 고용을 하겠다는 쿠팡에 대해 화물운송 선진화 방안을 마련, 법적으로 쿠팡의 자가용 배송을 합법화하면서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유통업체의 물류서비스 투자는 유통업계 전반의 적자폭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좋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또 빠르고 친절하게 배송 받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쿠팡의 ‘로켓배송 무료 물류서비스’는 획기적이었다.

이 덕분에 소셜커머스 뿐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빠른 무료 배송은 물류 과소비란 지적에도 불구하고 올 한해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 홈플러스 엄지족 엄마가 모바일로 생필품을 주문하고 있다.사진제공-홈플러스 홍보실.
오프라인 가격 대공세 … 치킨 게임 양상 벌어져
유통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 오던 온라인 유통업체들에게 대형마트들은 올해 들어 온라인 유통업체들에게 전면전을 선언, 양 진영 중 하나는 항복해야 끝나는 치킨게임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해 366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거대 소매 유통시장 절대 강자인 대형마트들이 전체 매출 29%를 점유하는 53조원의 온라인 유통채널을 상대로 벌이는 최저가 경쟁의 최종 승자는 기저기와 분유를 시작으로 생활용품으로까지 확대되더니 하반기 들어 휴전 상태지만 게임의 승자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부에선 이번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가득이나 과도한 투자와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산업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편 소셜커머스업계의 경우 쿠팡은 지난해 적자액만 5,200억 원에 달했으며, 위메프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2%나 성장한 2,165억 원을 기록, 당기순손실은 391% 증가한 1445억 원을 나타냈다. 티켓몬스터 역시 지난해 영업 손실 1,418억 5,612만 원을 기록, 매출은 24.4% 늘었지만 영업 손실은 5배 가까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뺏기는 고객을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지만, 종국에는 가격을 시작으로 빠른 물류서비스까지 고객 잡기에 무한 경쟁을 통해 스스로 수익률을 악화시켰다.

결국 2016년 유통시장은 경쟁 과열에 따른 혼란기가 지속, 기존 사업 모델 강화와 함께 본원적인 유통 역량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는 교훈을 낳았다.

저성장 지속, 가성비 선호 지속돼
내년에는 온·오프 유통업계 모두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한편 정치 불안과 더불어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소비감소가 불가피해질 것이란 예상 때문. 따라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되면서 2017년 유통산업 키는 ‘가격’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품질 경쟁력)에 대한 선호도도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고객선택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글로벌 유통업체들의 빅데이터 이용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며, 국내 유통업계 역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마트미래정책연구소 이경희 박사는 “전통적인 유통업 대표주자인 대형마트의 경우 올해 실적은 지난해 메르스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0.9%의 저성장에 그쳤다”며 “20~30대 고객 매출 비중이 감소하고, 멤버쉽 회원들의 매출도 하락하는 한편 일평균 방문객과 객단가, 등 전반적인 유통업 지수가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 오프라인 대표 유통업종인 백화점 역시 올해 성장세가 07%에 그쳐 위기를 맞았다.

다만 오프라인 업태 중 편의점의 경우 인구변화에 따른 1인구 증가가 접근성 기반의 쇼핑 선호로 점포수와 매출 모두 증가하며 선전했다.

하지만 편의점 성장 역시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딜로이트 김억 파트너는 “편의점 성장 역시 약 2년 뒤면 양적 포화상태를 맞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유통시장 소비에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형편에 맞는 ‘실속형’과 자기만족을 위한 ‘프리미엄’ 소비로 유통업체들의 2가지 유형의 제품 출시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실속형 유통시장의 대표주자는 초저가 PB ‘노브랜드’ 제품. 이미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편의점시장에서 대세를 이루고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프리미엄 군은 한 벌에 1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패딩과 더불어 고가의 화장품, 또 식음료 부문에서도 저가커피 시장과 프리미엄으로 구분되는 스페셜티 유통이 늘어나는 등 시장을 양극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7년 유통시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메신저와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된 대화형 e커머스다. 인공지능이 쇼핑품목을 추천해 주고, 이를 비교까지 하는 대화형 e커머스 ‘디지털 컨시어지’도 내년 유통시장을 뜨겁게 달굴 요인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올해 3763만 명이던 생산가능 인구는 점차 줄어 유통시장은 과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존 유통시장의 ‘장소와 가격’의 패러다임에서 이젠 ‘고객에 대한 이해와 제품 기획 및 운영의 유연성’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