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신유통물류story 99
바깥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옷을 따뜻하게 챙겨입고, 목도리와 장갑을 착용하고, 얼굴에 마스크를 쓰며 방한 부츠를 신게 된다. 이래저래 몸에 많이 걸치게 되는 만큼 우리의 움직임은 어쩔 수 없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둔해지게 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두터워진 복장에 우리 몸이 적응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둔해진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질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내외적인 환경이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매우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비슷하기만 해도 필자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매연과 미세먼지가 가득해 완전히 깜깜한 밤이 된 상황이라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말 엎친데 덮친꼴이 된 것 같다.
춥기만 하면 만반의 준비를 해서 다소 움직임이 둔할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으면 전혀 움직일 수 조차 없게 된다. 내가 지금 가는 길이 낭떠러지인지 평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손을 더듬거나 돌멩이 같은 것을 집어 던져서 소리를 들어보고 판단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영화 속 상황이 현실이 된 것이다.
결국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서 여기 있으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즉 극한의 위기에 몰렸을 때 준비없는 상황에서 움직이게 된다. 아무런 대책이나 전략이 없는 준비 없는 상태에서의 움직임이 가장 위험하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시계제로의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늘 말씀드린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된다는 것인데 지금이 바로 딱 그 상황이다.
생각을 정리해보면 어떤 상황이라 할 지라도 대책과 전략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손을 더듬고 소리를 듣고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서 한 걸음이라도 움직여야만 움직인 위치에서 다른 정보를 얻게 되고 그 정보를 토대로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의 유통시장도 시계제로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양한 수단과 도구를 가지고 대책과 전략을 세워서 한걸음 앞으로 나가야만 생존할 수 있다.
먼저 통계청 자료를 보면 유통시장의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눈 여겨볼 것은 평균소비성향과 소매재고액지수의 간격이 점점 더 좋지 않는 방향으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과 두 지표가 올 1분기부터 모두 우하향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점점 더 웅크려지고 있고, 그로 인해 재고가 계속 쌓여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로 인해 파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이 유통시장에서 전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2012년 이후 올 2분기가 최저 수준인데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당분간 소비성향의 상승은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3분기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추석 특수기가 옛말이 된 것은 이미 오래지 않은가.
2016년부터 경기 악순환 구조가 완전히 고착화 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2017년 유통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2016년은 우리에겐 틀림없는 변곡점이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는 것은 더 힘든 싸움일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순 없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언제나 최악의 수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되겠다. 한걸음 한걸음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또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