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신유통물류story 98

11월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만추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언제나 그렇듯 이런 저런 일들로 시간은 부족하고 마음의 여유는 더더욱 없어지게 되는 시기다. 봄에 씨를 뿌리고 뜨거운 여름을 잘 보내야만 가을에 추수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자연의 순환 법칙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 해의 성과는 어떻게 보면 4월에 이미 그 싹이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는 이런 저런 핑계를 된다.

애당초 근본 원인을 이야기 하고 원인을 제거하는 처방을 내리지 않는 패턴이 은연 중에 일상화 되어 있는 것 같다. 무엇인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일단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생각할 시간적인 여유조차 주지 않고 문제를 당장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행위다. 왜냐하면 생각을 하지 않고 긴급하게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방법은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입니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잘못한 것입니다‘가 되는 순간 기존의 정책, 프로세스, 시스템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물류나 택배처럼 늘 현장에서 업무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여하튼 사람의 잘못이 되는 순간 개선 방법은 딱 두 가지로 귀결된다. 첫 번째 대책이 휴먼 에러를 일으킨 대상자에 대하여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담당자를 교체하는 것이다.

교육을 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교육을 하면 해결이 될 것이고, 교육보다는 담당자를 바꾸는 것이 더 쉬우면 담당자를 바꿀 것이다. 교육을 하지 않아도 휴먼 에러가 발생하지 않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번을 교육해도 문제가 없을 수 있고, 수십 번을 교육해도 휴먼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이렇게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위기를 빠져 나가는 사이 어느 순간 우리 곁에 로봇과 AI의 세상은 한발 가까워졌다. AI가 결합된 로봇이 실생활에 빠르게 접목 되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과 카카오 등이 챗봇(chatbot)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챗봇은 채팅을 하는 로봇 상담사다. 얼마 남지 않은 챗봇의 일상화는 2007년 아이폰의 등장보다도 더 큰 사회적 변화를 불러 올 것이다.

당장에 홈쇼핑뿐만 아니라 상담사를 두고 있는 모든 업종은 더 이상 상담사를 구하거나 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 딥러닝을 통해 완벽에 가까워진 챗봇이 모든 것을 응대하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카카오에 챗봇이 접목되고 그것이 일상이 되는 순간이 바로 빅뱅이다. 챗봇을 통해 우리의 모든 일상을 처리 할 수 있게 된다.

요즘 서서히 화두가 되고 있는 챗봇을 통한 모바일 컨시어지 서비스가 그것이다. 챗봇으로 쇼핑을 하고 여행을 예약하고 영화 티켓을 구매하게 된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챗봇이 가지고 올 E-커머스의 변화는 가히 상상을 초월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E-커머스 채널의 브랜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결국 앞으로 E-커머스에서 남게 되는 체인은 챗봇과 물류일 것으로 생각한다. 택배 봇과 드론 배송은 챗봇의 일상화 속도와 비교하면 아직까지는 거리가 있다. 그렇기에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택배 봇과 드론 배송을 준비해야 한다. 최신 모바일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접목되고 있는 E-커머스와 가장 직접적으로 관계되어 있는 물류와 SCM 분야가 너무 뒤떨어지게 될 경우 양쪽 산업 모두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챗봇은 E-커머스가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고객을 직접 만나고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물류와 SCM이 먼저 해야하지 않을까싶다.

챗봇과 물류, 이 두 단어가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미래를 좌우 할 것은 틀림없다. 준비를 할지 말지는 각 자의 몫이지만 이왕이면 먼저 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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