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종료, 생계가 현실벽 못 넘어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기세 높았던 10여 년 만의 공공운수 노조 화물연대 파업이 성과(?)없이 급작스럽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갑자기 끝낸 파업 그 이면엔 영원한 ‘을’의 입장에서 더 이상 파업을 이어갈 수 없었던 노조원들의 ‘생계’의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파업이 성공적 결과를 얻을 것이란 기대로 파업에 적극 동참했던 화물연대 노조원들과 심적으로 응원했던 일선 물류현장의 43만 여 화물 차주들은 여전히 아쉬움과 울분을 삭이고 있다.

25톤 트랙터를 운전하는 화물연대 노조원은 “이번에는 정말 영원한 을의 지위에서 불공정한 운송시장 판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파업에 참여했는데, 파업이 갑자기 종료되면서 ‘맥’이 빠졌다”고 말했다. 그 만큼 이번 파업은 대다수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 절실했고, 그 동안 쌓였던 불합리한 관행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컸다.

무엇이 10일씩이나 지속하며 결과물을 이끌어내기 직전 화물연대 파업을 접게 했던 걸까?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베어야 하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것이었으면 시작을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과 조소 속에 끝난 파업 종료 원인이 시장 관계자 모두를 궁금하게 했다. 물류신문사는 2016년 화물연대 파업 시작과 끝난 것처럼 보이는 이번 파업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향후 전망을 화물연대 심동진 조직국장과 이광재 수석본부장을 만나 들어봤다.

화물연대 노조원들 당면한 현실, 외면할 수 없어
# 화물연대 지도부가 노조원들에게 파업을 접겠다고 발표하자, 10일째로 접어든 농성현장은 웅성웅성 거렸다. 급기야 한 노조원은 지도부의 급작스러운 파업 종료선언을 이해 할 수 없다며, 상의를 벗고 칼로 자신의 몸을 자해했다.

이렇게 2016년 10월 화물연대 총파업은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은 실패한 노동운동으로 남게 됐다. 일부에서는 명분 없는 파업이란 비난이 일었고,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들의 경우 불법 집단의 이기주의로 점철된 파업이란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정당했고, 개인 사업자인 화물 차주들의 파업은 합법적인 자신들의 주장을 편 정상 쟁의행위였다.

파업에 참여한 당사자들은 열흘이란 장시간, 일도 못하면서 당장 생계 부담에도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절실함이 담겼던 파업이었다. 화물연대 이광재 수석본부장은 “이번 파업이 일부에서 지적하는 대로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며, 파업 현장에서 하루하루 힘겨워하는 노조원들이 처한 현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내린 불가피한 철회 결정이었다”고 인터뷰를 말문을 열었다.

무슨 이유로 요구했던 결과물을 얻기 바로 직전, 수천여명의 노조원들의 염원을 뒤로하고 파업 철회를 결정한 걸까? 이 본부장은 “화물연대 대부분의 노조원들의 경우 대당 1억 원이 훌쩍 넘는 차량을 할부로 구입, 매달 이에 대한 비용만 약 300~4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조원들의 물리적 피로감이 누적되고, 현실적으로는 거액의 차량 할부금과 일을 하지 못해 생기는 수입 감소에 대한 생계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보면서 차마 파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또 “정부의 대응도 여느 때와 비교해 강했다”며 “파업에 나선 노조원들이 폴리스 라인을 넘어가면 무조건 입건해 10일 간 연행됐던 노조원들만 91여명에 달했고, 경찰 헬기까지 동원해 농성 대오를 분산시키는 등의 물리적 대응까지 강행하는 등 강경한 경찰 대응도 무섭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파업철회의 가장 큰 배경은 파업 장기화에 따른 노조원들의 재산적 피해를 외면 하고 지속적인 파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생활고에 대한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파업종료, 끝 아니라 지금부터가 시작
10일 간의 파업으로 화물연대가 대외적으로 얻은 결과물은 당장 아무것도 없다. 말 그대로 이번 파업은 ‘무관의 영광’인 셈이다. 하지만 심동진 선전국장은 “이번 파업 종료가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30일 정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방안에 대해 조목조목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지적했다.

우선 화물연대가 대외적으로 이번 파업을 주도했던 가장 큰 이유는 과포화 상태에 있는 화물운송시장에 8.30 정부의 선진화 방안으로 나타날 전체 사업용 화물차량 증가 우려다. 심동진 국장은 “8.30 화물운송 선진화 방안은 대형 택배기업과 쿠팡과 같은 유통 물류기업 등에만 지원하겠다는 정부 지원책”이라며 “이번 방안을 통해 기존 5톤 이하 개별차량의 증톤이 가능해져 결과적으로 차량 과포화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

또 심 국장은 “개별용달협회 등도 처음엔 선진화 방안에 반대하다가 정부가 택배업계에서 걷은 25억 원 상당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당근책을 던지자 반대의견을 찬성으로 급선회 했다”며 “결과적으로 이 돈은 협회 배만 불릴 뿐 일선 개별차주들에겐 아무런 혜택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옆자리에 자리하던 이광재 수석본부장도 “지난 2003년부터 연례행사처럼 있었던 화물연대 파업 때 마다 요구했던 표준운임제와 지입제 폐지 등 각종 육상화물운송시장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십수년이 지나도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며 “정부가 내놓은 이번 8.30 선진화 방안의 진정성은 없으며, 신뢰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화물연대는 지난 11월 4일 더불어 민주당 최인호 의원 외 19인 명의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으로 발의했다.

심동진 선전국장은 “파업이 종료됐지만 이제부터 법적 보완을 통해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방안으로 왜곡된 육상물류시장을 개선할 것”이라며 “향후 투쟁의 전략도 법안 발의와 행동 등에 대한 템포를 조절하며, 차근차근 시장을 바꾸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정부와 화물연대 양쪽이 우선 해결해야 할 부분은 소통과 신뢰다. 지금의 정치상황과 판박이처럼 닮은꼴인 셈이다. 하루빨리 양측이 마음을 터놓고, 진짜 물류현장에 어떤 정책을 펴야 행복할지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1. 지입제 폐지

지입제 폐지에 대해 심 국장은 “화물차주들의 재산권 침해 문제를 계속해서 일으키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화물연대가 파악하고 있는 일반화물 차량의 번호판 가격 총액은 2014년을 기준해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23만대(지입계약 차량 비율 95%) 차량의 약 4,423억 원에 달한다. 또 지입료 총액을 월 19만 2,000원으로 계산하면 417억 원, 1년 지입료 총액만 5,007억 원이다.

심 국장은 “연간 5,000억 원의 지입료와 4,500억 원 가량의 번호판 비용 모두 육상운송 시장 발전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 비용인데, 왜 정부가 지입제 폐지를 못하는지 묻고 싶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안 마련과 당장 어렵더라도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 화물차 수급제 폐지

정부가 내 놓은 1.5톤 이하 화물차 수급 폐지의 경우도 물류시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주장이다. 심 국장은 “예전에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있었다”며 “대기업 유통 업체가 교묘하게 법의 맹점을 이용해 편법으로 차량을 운영할 경우 물류현장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 국장은 “예를 들면 대외적으로는 차량구입 비용과 4대 보험 지급 등 직영 운영을 표방하지만, 당장 쿠팡의 경우 이 때문에 지난해에만 5,000억 원 적자를 봤던 만큼 이런 방식을 계속해 운영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일부에선 차량 구매와 4대 보험료 지급을 급여에 포함시켜 지급하는 등의 편법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시스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 참고원가제 도입

정부가 도입하겠다는 참고원가제는 프랑스 제도지만 국내 노동 상황과 전혀 다른 만큼 국내 운임 결정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심동진 국장의 지적이다.
그 이유에 대해 심 국장은 “물류현장에서 화주와 직접 운송 차주가 참고원가제에서 제시한 운임을 기준해 협상하는 사례는 없다”며 “결국 참고원가제는 화물 차주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운송과 주선업체가 화주에게 운임을 청구할 때 참고하는 비용 계산법”이라고 말했다.

결국 화물연대가 도입해 달라는 표준운임제보다 한발 후퇴한 제도로 강제성이 없다는 점과 직간접 운송비용 외 별도로 합산해야 할 외적 비용 포함도 없어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껍데기 제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심동진 선전국장은 “이번 파업은 진정한 화물운송시장 개편을 위한 시발점이라며, 향후 투쟁은 좀 더 긴 호흡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