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택배, 물류생태계 건강 ‘사람이 우선’

 
인공지능이 산업시장 대세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항상 ‘사람’을 빼 놓고 설명이 어렵다. 경동택배(회장 백영길)가 물류현장에서 건강한 생태계 만들기를 표방, 시장을 선도하는 근간에는 사람을 우선하는 진정성과 배려에서 출발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비용정산 직불제’다. 대외적으로야 협력사에 대한 배려와 동반자적 관계라는 입에 발린 말을 어느 기업이던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이를 현장에서 시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협업과 배려를 경동택배는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소리 소문없이 시행하고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비용정산 직불제인 셈이다.

이 제도 시행 때 기존 업계에선 ‘바보’로 불릴만큼 파격적이란 지적과 함께 건강한 물류 생태계를 만드는 원동력이란 평가도 받았다.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직불제도 시행은 물론 백영길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시작됐다. 경동택배가 사업장 곳곳에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켜나가는 유통 물류시장의 건강 노하우를 현장 곳곳에서 찾아봤다.

 
투명한 비용정산, 협력사 신뢰 키워
경동 합동택배가 매일 운송 협력사들에게 지급하는 현금만 하루 약 7억여 원에 달한다. 이를 한 달로 계산하면 월에 약 160억 원. 그대로 은행에 넣어만 놔도 기업 신용도를 크게 올릴 수 있고, 이자도 쏠쏠한 작은 자금이 아니다. 그래서 보통 운수 및 물류회사들의 경우 운송 후 빠르면 15일, 늦어질 경우 3개월이 지나서야 비용을 정산하는 것이 통상 시장의 비용정산 방식이다. 이는 물류시장뿐 아니라 대형 제조업계 등도 유사하다.

통상 대기업의 경우 3개월 후 대금을 지급하는 어음을 발행하거나, 45일을 기준으로 비용을 지불한다. 대기업들이 이렇게 협력사들에게 정산을 늦추는 이유는 브랜드를 이용한 횡포이기도 하지만, 의도적으로 현금 운영을 수월하게하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금유보율이 기업을 평가하는 척도다 보니 추석 혹은 설 같은 명절 때면 대기업의 경우 자금 집행을 앞 당겨 지급한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그만큼 특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정산 방식 때문에 영세 협력사들은 자금운영에 매번 곤란을 겪는다. 당장 유류비와 제반 운영비를 써야 하는데, 비용을 정산 받지 못하는 기간에는 자금 융통을 위해 비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

한 협력사 대표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매일 다양한 형태의 화물운송과 택배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송 협력사들에게 매일 매일 전날 운송된 비용을 정산 받는 것만큼 든든한 배려는 없다”며 “이 덕분에 중간 운송 브로커들이 사라지고, 우직하게 일하는 협력사들만 자리해 고객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물류 생태계 건강을 높이게 됐다”고 전했다.

사실 이 제도를 시행하기는 쉽지는 않았다. 김범수 영업본부장은 “처음 직불제를 시행할 시점 동종업계의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이 덕분에 협력사들의 서비스 질이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고객만족도가 향상되면서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기업 물류회사도 하지 못하는 비용정산 직불제도 시행으로 현재 경동택배는 매일 2,500여개 협력사에 농협은행을 통해 전날 운송비용을 각각의 협력사 계좌에 직접 입금하고 있다.

작업현장 곳곳, 사람 냄새나는 배려 느껴져
올해 초 완공된 김포공항 인근 고촌 물류센터의 늦은 오후, 센터 입구에는 삶은 계란이 한가득 바구니에 담겨있다. 간식으로 언제든 출출할 때 현장 직원들이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수많은 센터에 들려보지만, 이런 풍광은 낯설다. 이곳에서 나는 또 다른 사람냄새는 그저 작업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닌 사람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배려한 설계에서부터 그대로 느껴진다.

 
우선 1,200평에 달하는 주 사무실의 탕비실은 여느 사무실과 달리 각종 간식들이 가득하다. 심지어 전투식량까지 구비되어 있어 손쉽게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도록 갖춰 놨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만큼의 양이다. 중량물 택배 전문회사답게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만큼은 배고픔 없이 든든하게 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회사의 방침 덕분이다.

이와 함께 저녁 8시부터 새벽5시까지 화물 분류에 투입되는 협력사들은 각각의 별도 사무실과 탈의실을 갖추고 이들이 움직이는 동선 역시 최소화해 물류 현장근무자들의 피로를 줄이는 배려를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이 같은 배려는 아주 작고 소소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곳 협력사에서 근무하는 직원 김모씨는 “작은 배려가 센터 구석구석 다니면서 느낄 수 있다”며 “작업효율을 위해 합리적인 동선을 설계했겠지만, 물류현장에서 밤샘 일하는 근무자들에 대한 조그마한 배려가 감동을 가져 온다”고 말했다.

중량물 물류 서비스는 노하우도 필요하지만, 긴 안목으로 장기적인 투자와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여기다 갈수록 힘든 일을 기피하다 보니 인재 구하기도 쉽지 않다. 단순 계산만 하면 손해처럼 보이지만, 결과를 보면 플러스가 더 많은 경영전략이다. 김범수 영업본부장은 “회장님 이하 경영진들은 눈앞의 이익에서 한발 더 긴 안목으로 기업 운영전략을 짠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사람 냄새나는 경영철학이 기업을 성장하게 하는 가장 큰 노하우”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