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의 물류시장, 산업 근로자에서 일반 소비자까지 피해

▲ 화물연대 파업이 3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부산지역으로 모인 노조원들의 파업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 제공 화물연대 부산지부.
우려했던 화물연대 파업이 지난 5일 공식화되면서 해운발 물류대란이 철도 파업에 이어 육상운송 시장까지 확산, 한시가 바쁜 대한민국 경제 발목을 잡게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한진해운 법정관리 결정뿐 아니라 철도파업과 화물연대 파업까지 이미 상당시간 전부터 예고 혹은 예상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늑장대응에 나선 정부의 위기관리 부재를 질타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위기상황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정부와 당사자들은 마치 폭주기관차가 마주보고 상대를 향해 달리는 것처럼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양쪽의 불통으로 계속되면 한진해운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물류대란을 해결 할 수 있다는 희망은 없으며, 하반기 국내 산업시장 위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류현장에서의 고통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근로자 개개인과 기업들 몫으로 남겨지는 셈이다. 한진해운을 필두로 대한민국 대외 신인도를 추락시키더니 철도파업에 이어 국내 물류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육상화물운송 시장까지 확산되고 있는 ‘2016년 발 물류대란’ 폭주기관차의 실체와 의미, 그리고 대안을 찾아봤다.

▲ 12일 부산에서 파업 집회를 시작하는 화물연대 노조원들. 사진 제공-화물연대 부산지부
신인도 타격준 물류대란, ‘대안’ 없는 것이 더 문제

지난 9월 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최종 결정되자 이에 따른 물류대란이 산업시장 전반에 크고 작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수출입 물류현장과 연관 기업들의 고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 여파는 당장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외부의 눈으로 보면 국내 중소 제조사에서부터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신인도를 크게 하락시킬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경쟁력 퇴보로 두고두고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국가간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A포워더 김모 대표는 “국제무역시장에서 제품의 적기 배송 물류서비스는 제품을 만드는 제품력뿐 아니라 그 나라에 이미지를 좌우하는 요소”라며 “이번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으로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의 국제신인도 하락과 보이지 않는 피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정책당국자들 뿐 아니라 한진해운 당사자들조차 법정관리 이후 후속조치 및 대안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하루 빨리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에 따른 후속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해운발 물류대란이 진행되는 가운데, 9월 27일 시작된 철도파업은 서울지하철 노조와의 대화에 따른 파업 철회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물류운송 부문 등 산업현장 피해는 외부로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손해를 확대되고 있다. 당장 시멘트업계는 말도 못하고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화물열차 운행률이 공식 발표된 것만 평시 대비 40% 이하로 하락했고, 회복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시멘트업계만 타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건설현장에서의 시멘트 부족과 더불어 철도를 통한 대형 가전 유통업계의 물류서비스 차질도 점점 가시화될 전망이다. 그나마 육상운송시장이 버텨줘 한시름을 놓는 사이 화물연대 파업 결정과 실행이 현실화되면서 물류대란의 공포는 극대화되고 있다.

이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은 대기업 하나에 그치지 않고, 국가 신인도 하락을 시작으로 단순히 몇몇 산업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시장 전체로 확대, 이제 일반 국민들 코앞까지 직접적인 불편과 피해를 가져올 수 것으로 보인다.

▲ 사진제공 - 화물연대 부산지부
강경책만이 해결방법 아니야, 소통 나서야

과거 화물연대의 전국 동시 파업은 지난 2003년으로, 당시 산업시장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정지시킬 만큼의 파급력을 발휘했었다. 따라서 이번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산업시장을 한순간에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철도는 해고로, 육상물류 시장 파업에 정부의 첫 번째 대응책은 여전히 ‘강공책’이다. 정부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운송 거부 혹은 방해하는 운전자에 대해 6개월간 유가보조금 지급 정지, 운전면허 정지 또는 취소, 화물 운송 종사 자격 취소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이번 큰 파업의 명분을 묻자, 화물연대 관계자는 “지난 8월 30일 정부가 밝힌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폐기가 가장 큰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의 각 항목에 반대의사를 충분히 밝혔음에도 이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마치 화물연대를 포함해 물류시장 관계자들 모두가 동의한 것처럼 정부의 일방통행 식 행보가 이번 파업의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강경 대화 자세가 바뀌지 않을 경우 한진해운을 필두로 시작된 물류대란 사태는 더욱더 악화될 전망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화물 차량 수급조절과 화물차 총량 유지를 비롯해 표준운임제 법제화와 지입제 폐지 등 어느 한 항목에 우선순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그동안 화물연대가 수없이 시정해 달라고 한 많은 제안은 뒤로 하고,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들 입장에서 규제를 완화하라고 한 것만을 기업들의 입장만을 대변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하반기 법제화하려는 정부의 일방적인 행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화물연대가 계속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일방적으로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법제화하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정부의 대화와 타협 없이 강수만 둘 경우 화물연대의 파업을 합리화하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현재 육상운송 영업용 화물차주는 1톤 소형 차량을 시작으로 대형 컨테이너트레일러 차량에 이르기까지 총 46만 7,500여명에 달하며, 이중 화물연대 소속된 화물차주들은 2만 여명이 채 안 된다. 하지만 파업이 현실화되고, 화물연대 소속은 아니지만 그동안 불만을 쌓아왔던 일반 차주들의 동조 파업이 확산될 경우 그 파급효과는 지금까지의 한진해운발 물류대란과 철도파업 이상을 넘어서는 최악의 국면을 연출할 수 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이번 화물연대 파업이 현실화됐을 때 지금과 같은 정부의 소통부재 행태로 일관할 경우 산업시장 뿐 아니라 말 그대로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화물연대의 구호처럼 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대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위기대응 초기 가장 중요한 사항은 위기 수준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기 확산 방지, 초기 피해 최소화다. 정부의 선택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번 물류대란의 조기진화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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