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압류·협력업체 줄줄이 피해…민관은 대응방안 마련 고심

세계 7위의 해운선사가 법정관리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

한진해운은 31일 오후 서울지방법원에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전날 채권단이 지원 불가 방침을 천명한 뒤 만 하루도 되지 않았지만, 모든 절차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는 구성원 7명 중 조양호 회장을 제외한 6명만이 참석했으며, 법정관리에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법원 재판부는 한진해운의 신청서가 제출되자 파산6부에 배당했다. 업계에 따르면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당장 9월 1일부터 한진해운에 대한 검증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선박 압류·입항 거부…협력업체 피해도 가시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려했던 피해 사례가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업계에 다르면 한진해운이 소유한 5,308TEU급 한진로마호가 싱가포르에 압류됐으며, 용선인 한진멕시코호가 운항을 중지했다. 한진로마호는 용선료를 받지 못한 선주가 가압류 신청을, 한진멕시코호도 용선료 체불이 문제가 됐다.

또한 중국과 스페인, 미국, 캐나다 일부 항만에서 예선료 등 부대비용의 우선 결제를 요구하며 한진해운 소속의 선박들을 대상으로 입항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1차 피해는 한진해운이 입지만, 2차 피해는 화주와 포워더 등 관련 업계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선박이 압류될 경우 컨테이너를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운송에 차질이 빚어져 관련 업체들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된다.

한진해운과 화물 적재공간(스페이스)을 공유하는 선사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선박이 압류되거나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면, 모든 과실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협력 관계에 있는 선사들은 일제히 비상이 걸렸으며, 일부 선사들은 한진해운과 관련된 업무를 중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진해운의 해상운송이 차질을 빚게 됨에 따라 국내 하역업체 등 항만 서비스 업체들의 매출 감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 비상대응반 가동…단기·중장기 대책 발표
해양수산부(장관 김영석)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소식에 선주협회와 항만공사, 해상노조연맹 등이 참여하는 비상대응반을 구성,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해수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안타까움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단기·중장기 대응책을 내놨다.

해수부는 한진해운의 정상 운영이 어려워져 최소 2~3개월 간 수출입 화물 처리에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비상대응반을 통해 피해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한국발 원양 수출항로에 대체 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중소 화주들의 경영 위기 발생 시 금감원과 채권은행 주도의 맞춤형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미선적 화물은 국내 기항 중인 다른 선사의 노선 조정으로 수송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한진해운이 단독으로 배선한 노선 중 미주 1개 노선(4척)과 구주 1개 노선에 현대상선의 대체 선박을 투입해 운송 차질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선주와 화주 간 협력을 통한 화물 유치와 선박 펀드를 활용한 선대 규모 확충 등 국적 원양선사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부산신항 터미널 간 공동배차시스템 도입과 인접 터미널 간 게이트 개설 등으로 환적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등 효율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해운 관련 단체들 부산서 긴급 성명
해운 단체들도 일제히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31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는 부산시와 부산항발전협의회, 한국선주협회, 한국선급, 한국선용품산업협회, 한국국제물류협회, 부산항운노동조합,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 한국해기사협회, 부산항만물류협회, 예선협회,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 등 항만관련 업·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범시민 결의대회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40여 년 간 쌓아온 세계 해운 네트워크를 잃을 뿐만 아니라 부산항의 환적 화물이 60%까지 급감할 수 있는 등 관련 산업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외 채권단들이 채권 유예를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30일 채권단이 지원 불가를 발표한 것에 대해 무모하고 졸속적인 결정이라며 규탄하고, 자구 노력으로 마련한 유동성이 어디에 쓰였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진그룹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자구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하고, 정부와 채권단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국내 해운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양창호)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KMI는 해운위기 대응 TF팀을 출범시켜 해운업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9월 2일에는 ‘부산 항만물류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이 국내 물류산업과 국가경제와 부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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