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현장과 상생 없어 … 모든 손해·책임 차주만 져

국내 대표 맥주회사 오비맥주가 상생 없는 일방통행 식 독주로 사회 경제적 최약자인 일선 물류현장 화물차  운전자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을 비롯해 옥시등 외국계 기업들의 이기주의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벨기에와 브라질자본의 대형 외국계 주류기업 AB인베브가 100% 소유한 오비맥주마저 이번 사태를 외면하고, 방치할 경우 또 다른 비난이 우려된다.

한편 오비맥주의 일부 운송거부 사태는 당장 대응력 없는 ‘을’ 지위의 화물 운송차주들의 전면적 운송거부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오비맥주가 우월한 갑 지위를 이용해 현재와 같은 마이웨이 식 협상자세를 고집할 경우 물류 파행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오비맥주 물류 구조와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 왔는지, 또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1년간 15.7% 운임 깎아, 물류 파행 불러

오비맥주 물류서비스 형태는 고객이자 화주인 오비맥주를 정점으로 1차 아웃소싱을 맡은 대기업 물류 회사 CJ대한통운, 그리고 그 밑에 이천, 청원, 광주를 각각 담당하는 운송 협력사 5개사, 마지막으로 그 아래 직접 운송을 담당하는 개별 화물차주 22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피라미드 구조에서 이번 물류파행 근본 원인은 전체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화주의 일방적 운송료 인하 때문이다. 특히 두산에서 글로벌 주류 기업 AB인베브로 인수된 오비맥주의 자사 이기주의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꾸준히 큰 수익을 거뒀음에도 불구, 유가 하락을 이유로 대응력이 전혀 없는 일선 화물 차주들에게 지급하는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지난 1년간 무려 15.7%의 운임 인하를 강요하면서 일어났다.

이번 운송료 인하로 오비맥주 운송 화물차주 1인당 월 평균 수입은 100만 원 가량 줄었고, 일부 차주들의 경우 차량구입 할부금조차 지불할 수 없어 최후의 수단인 일부 운송거부에 나선 것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최 정점에 자리한 오비맥주와 가장 하부에 자리한 화물차주들 가운데서 중간 조정 역할을 해야 할 CJ대한통운의 서비스 협상 능력 부재다.

오비맥주 운송차주 K모씨는 “국내 최고의 대형 물류회사가  최정점의 갑 위치에 있는 오비맥주 요구에 제대로 된 원칙을 가지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대기업 물류회사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시장 구조에서 맨 하부에 위치한 화물차 운전자들의 대응력 부재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허탈해 했다. 결국 1차 아웃소싱 물류기업의 조정 능력부재도 사태악화를 부채질 한 주요 요인이다.

마지막으로는 동종 주류업계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운송료에 있다. 취재 결과 오비맥주의 운송료 수준은 인근 주류업체 운송료와 비교해도 30%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옥시나 폭스바겐과 같이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외국계 기업의 마이웨이 식 이기주의 경영 행태를 오비맥주도 물류현장에서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셈이다.

물류비 원가 횡보세, 수익률은 5배나 높아

오비맥주의 화물 운송료 인하 경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5월 유가 인하에 따른 연동제를 적용, 전격적으로 5.8% 인하하더니 2달 후인 7월 차량 대형화를 빌미로 또다시 2.3% (연간)깎았다. 이후 올해 최저 유가를 보인 3월 이후 이를 이유로 4월, 또다시 7.6% 운임을 인하했다. 이렇게 깎은 운임은 무려 1년 동안 15.7%에 달한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단순히 유가 인하됐으니 이에 따른 운송료 깎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피넷 자료를 보면 경유가 추이는 오비맥주의 운송료 인하시점인 2015년 5월 1343.53원에서 7월엔 1354.65원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이후 운송료 인하 한 달 전인 올해 3월 1188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후 다시 반등해 지난 달 1일에는 1333원의 예전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오비맥주의 운송료 결정은 유가 하락 분만큼 인하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통상 기름값이 인상되면 곧바로 운송료를 올리지 않는 것이 물류현장 속성이어서 최근 3개월과 같이 유가가 다시 인상되면 최종 피해는 물류시장 가장 하부에 자리한 화물 차주들 몫으로 고스란히 남는다.

한편 오비맥주의 수익률은 2014년 매출의 경우 1조5300억원, 영업이익 328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1.5%에 이르며, 당기순이익 2251억원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당시 국내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 4%(한국은행 자료, 금융보험 제외)의 5배가 넘는 수익률이다. 또 지난해 매출도 1조4901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862억원으로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도 2537억원에 달할 만큼 경기불황에도 국내 시장에서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상생 없다, 철저히 오비맥주 입장만 우선

지난 2004년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화물연대의 물류파업은 화주들의 일방적 운송료 인하에 따른 운송거부에서 촉발됐다. 그 만큼 유가 하락을 빌미로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려한 운임 깎기는 비단 오비맥주뿐 아니라 향후 물류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운임조정 같은 중요한 사안은 상생과 배려로 사전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물류현장의 얘기다. 하지만 오비맥주는 일체의 사전 논의 없이 통보형태로 일관해 현장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편 오비맥주 운송차주 K모씨는 “두산에서 AB인베브로 넘어가면서 물류현장에 대한 조그마한 배려는 없어졌다”며 “오비맥주의 물류운영은 항상 통보형태로 지시에 따를 거면 하고, 아니면 나가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차주 L모씨도 “전국 3개 오비맥주 공장과 물류센터 출입 시 사고를 이유로 적절한 주차공간도 없이 공장 밖 대기를 원칙으로 해 입출고 시간에만 6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등 파트너에 대한 차주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며 “비용을 지불하니까 그저 기계처럼 일하는 노동자 취급만 할뿐 파트너라는 인식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오비맥주 운송 전담차량 대부분은 운행한 만큼의 운송료만 받는다. 따라서 월수입 편차가 크고, 일부 구간의 경우 오비맥주가 직접 운송에 나설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또 물동량 편차가 커 빈차로 돌아와야 하는 구간이 많아 적절한 운송료 보상체계도 필요하다.

오비맥주 물류파행은 턱없이 낮은 운송료 인하로 촉발됐지만, 무대뽀식 물류운영과 파트너 배려 없이 원칙만 강요하는 AB인베브의 기업 이기기주의 문화, 1차 물류기업의 중간 조정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했다. 따라서 오비맥주를 포함해 차주들까지 전체 구성원들의 근본적인 협상 태도 변화 없이는 하반기 오비맥주 물류서비스 차질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