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부분 분사, 미래 먹거리 둘 다 잡는 최상의 각본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부품 사업부문 ‘마그네티 마렐리’(Magneti Marelli)를 약 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조 4천억 원에 인수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산업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특히 물류업계는 큰 물동량을 갖춘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인수가 조만간 삼성SDS에서 계열 분리될 물류부문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번 인수설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기존 물량과 함께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고 이런 물동량들이 삼성SDS 물류부문으로 집중될 경우 현대글로비스와 유사한 물류부문 매출이 가능해 진다.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선 꿩 먹고 알 먹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확산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번 자동차 전장 부품사 인수 현실화에 따른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이익은 무엇인지, 또 왜 인수설이 제기된 건지 살펴보았다.

자동차 전장 부품사 인수, 충분한 명분 있어

삼성의 간판 기업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포화와 더불어 세계 반도체 시장 횡보에 따라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뾰족한 결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4년 말 미래 벤처 먹거리로 △패션, △3D 프린팅, △스마트카 기기, △디스플레이, △멀티미디어, △5G, △웨어러블(wearable), △IoT(사물인터넷), △타이젠(Tizen) 플랫폼, △멀티스크린 게임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전히 스마트폰과 반도체로 이익으로 명맥을 이어 가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당장은 여기서 수익창출을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삼성의 미래를 담보 할 수 없다는 것이 산업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가전부문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은 더욱 힘겨워질 전망이다. 이들 중국의 3대 가전업체인 샤오미, TCL, 그리고 미국의 GE가전부분을 인수한 하이얼 등은 올 하반기 초고화질(UHD)TV 신제품으로 국내 TV 가전 시장에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다.

증권시장 분석가들은 “이들 중국 가전 3사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 높이는 건 시간문제”라며 “빠르게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가격 대비 성능 부분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춘 이들 기업들의 국내 시장 점령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다 국내 소비시장도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여파로 가성비 제품만을 선호하는 소비 형태를 보여 미래 가전시장에서의 삼성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의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설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선택이 아닌 필연으로 인식되고 있다.

만약 이번 인수설이 현실화될 경우 물류쪽 입장에선 차세대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산업쪽에서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차량 인포메틱 기기들과 이에 따른 스마트 카 부품, 차량 디스플레이, 멀티미디어 기기들과 맞물려 삼성의 미래 산업 먹거리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S 물류부문 분사, 3가지 시나리오

이미 수차례 공시를 통해 삼성SDS는 물류부문 분사 결정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러 차례 공시한 대로 어떻게 분사할지는 몰라도 물류부문 분사결정은 확실하다. 또 일각에선 최종 분사결정도 조만간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삼성SDS의 물류부문 분사 시나리오에 대한 3가지 경우의 수를 그려볼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경우의 수는 삼성물산으로의 인수다. 삼성물산 인수에 대해 삼성SDS는 수차례 공시를 통해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 장점과 효과로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있다. 우선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으로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더욱 강화한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9.2%, 이 부회장을 포함한 오너 3남매는 17%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물류부문의 경우 올해 매출만 3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삼성물산으로의 합병이 이뤄지면 이제 막 흑자로 돌아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이 부회장의 호평을 이어갈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다 이번 마그네티 마렐리 물량이 더해질 경우 삼성물산의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해,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는 확고해 뿐 아니라 차세대 지도자 이미지 강화에도 일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경우의 수는 삼성전자로의 인수다. 이 경우도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회사의 일원으로 삼성전자의 막대한 국내외 물량과 더불어 자동차 전장부품에서 갈수록 확대되는 다양한 인포메틱 부품물량 확대에 따른 물류 매출 극대화를 가져오는 장점이 있다. 이 시나리오 역시 이 부회장에겐 나쁘지 않은 국면을 연출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 경우의 수는 삼성SDS 물류부분 독립 분사. 이 경우는 현대글로비스와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삼성의 별도 물류 자회사 설립이란 결과를 낳게 된다. 삼성은 그 동안 여러 경우의 수를 통해 물류자회사 설립을 시도해 왔다. 지난 대한통운 매각 때도 컨소시엄을 통해 인수에 나섰으며, 결국 삼성SDS를 통해 별도 물류사업의 명맥을 놓지 않고 있다.

따라서 별도 물류 자회사가 설립될 경우 그룹 내 사업별로 특화된 물류서비스를 통해 손쉽게 전체 그룹사 물량을 독식하는 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다. 이처럼 삼성SDS 물류부문 분사이후 3가지 시나리오는 삼성그룹 당사자들의 부인에 불구하고,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미래 그룹 지배 강화와 먹거리 찾기란 두 마리 토끼잡기 차원에서 이루지고 있는 셈이다.

전장 부품사 인수, 물류와 전자 윈-윈

물류시장에서의 아웃소싱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물류 자회사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 현대 기아차를 필두로 LG와 한화, CJ, SPC그룹 등도 자사 제품에 특화된 물류 서비스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물류 자회사 운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대기업들은 물류 자회사로의 자사 물량 몰아주기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넘어 현 자가물류 상황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긴다. 이에 따라 삼성SDS 물류부문 분사 결정과 일감 몰아주기도 제품 특성상 별도의 자회사 물류서비스에 대한 합리화로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는 물류부문에선 매력적인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만 72억6,000만 유로(약 8조9,500억원)로 이자 및 세전이익만 3억2,000만 유로(약 3,95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또 세계 30위권 자동차 전장 부품회사로 인수 후 사업이 연착륙하면 물량은 물량대로 증가하고, 갈수록 수요가 커지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여기다 자동차가 내연기관에서 전자 전기부품 통합체로 빠르게 진화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와 전자부품 생산 비중은 급증할 것으로 보여 삼성이 가지고 있는 산업과 물류부분의 시너지도 확대될 전망이다.

확실한 건 삼성SDS의 물류부분 분사가 물류사업을 더 키우기 위한 방편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인수설과 맞물린 물류부문 분사는 향후 이와 연관된 모두에게 플러스로 작용할 뿐 아니라 삼성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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