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탈락 사유 납득하기 어려워”

국토부는 지난 7월 말 실수요 검증 결과를 각 사업 시행자들에게 통보했다. 신청된 물류단지 10곳 중 3곳의 물류단지가 실수요에 대한 인정을 받아 검증을 통과했다. 하지만 통과된 물류단지는 물론 실수요가 인정되지 않은 물류단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 처음 실시된 실수요 검증은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시행령·시행규칙이 개정된 후 첫 번째 실수요 검증으로 업계는 공정한 검증이 이루어지질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이번 실수요 검증 후 업계는 허탈감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탈락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인정되지 않은 사유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미인정 사업지, 사업자 사업수행능력 부족?
본지에서 실수요가 인정되지 않은 일부 사업지의 ‘평가점수 및 미인정 사유’를 입수해 내용을 확인해 본 결과 사업지 모두 입주수요의 타당성은 인정받았지만 사업자 사업수행능력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이유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무엇을 가지고 신뢰도를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라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제출된 서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실수요가 인정된 사업지의 서류는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에 직접 질의를 했던 업체 관계자는 “실수요를 인정받은 사업지는 금융관련사항을 사전에 회계사에게 자문 받고 그 결과를 첨부해 사업역량이나 금융조달계획의 신뢰성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회계사를 통해 받은 자문내용이 어떻게 신뢰성을 확보할 수있는지 궁금하다. 회계사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 처음 필요서류 제출 시 내용을 고지했어야 형평성에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서류에 대해서는 검토를 하지 않은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물류단지 실수요검증에서 미인정된 사업시행자의 미인정 사유를 보면 ‘토지의 매각가능성이 불확실, 감정가 대비 매각가를 높게 추정, 매각이익에 대한 법인세 미반영, 보유한 토지금액 임의 평가 등 재무부문 사업수행능력의 신뢰도 낮음’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사업시행자인 담당자는 “감정평가서를 첨부해 감정가에 대한 사실과 매매계약서를 첨부하여 사실관계를 확인 할 수 있음에도 추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서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법인세에 관해서는 “관할지방국세청장의 승인을 받아 연결납세방식이 적용 승인된 법인이어서 연결이월 결손금 공제로 납부할 법인세가 없다”고 밝혔다. 보유한 토지금액 임의 평가에 대한 부분도 “보유한 토지 중 자기자본조달을 위해 자산매각을 하고자 하는 토지에 대해 임의평가가 아닌 감정평가서를 빠짐없이 제출했고 자산뿐아니라 부채관계까지 확인 할 수 있도록 토지등기부등본 등을 제출했다. 보고서와 증빙서류에 여러 차례 표와 주를 달아 설명했다”며 “관련 서류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실무적 평가 능력과 편향적 의도를 의심케 하며 이 결과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전했다.

논란의 여지를 남긴 실수요 인정 물류단지
인정된 사업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이번에 실수요를 통과한 A사의 경우 사업지는 이천마장이다. 이곳은 원래 B사가 오래전부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사업지였다. 이번 실수요 검증에 경계를 맞대고 있는 사업지 두 곳 모두 실수요 검증을 신청했고 새롭게 실수요를 신청한 A사가 선정됐다. 문제는 개발 부지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수요가 통과됐다는 점이다. A사의 사업예정지를 보면 일부 땅은 산림청 소유이며 매입이 어려운 종중 땅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인근에 있는 특전사 사격장과 사업부지가 경계를 맞대고 있어 국방부 및 특전사와 협의가 필요한 지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시행사가 보유한 땅이 70%가 안 되기 때문에 수용도 불가능하다.

사업지의 경사도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천시도시계획조례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에 따르면 경사도가 25도를 초과하지 않는 토지에 대해서 개발행위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경사도가 25도가 넘는 산지는 개발행위가 불가능 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A사의 사업지 중 경사도가 25도 이상이 되는 지역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즉 일반물류단지 실수요검증 이전에 개발행위 자체가 가능한지 먼저 검토해야 하는 토지인 것이다. 전문가들이 모여 사업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실수요 검증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일반물류단지를 개발할 때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민원이다. 실제로 실수요검증을 통과했던 성남운중의 경우도 민원으로 인해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했던 사례도 있다. 이번 실수요검증이 통과된 사업지 중에는 이러한 민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이천마장 사업예정지의 경우 실토지주들이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시행사가 아닌 어떠한 협의도 되지 않은 시행사가 실수요를 통과한 것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사업지는 특전사 사격장이 들어올 당시부터 소음 때문에 지역주민과 마찰이 있었던 지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격장의 소음을 일부 막아주고 있는 산이 없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이 받아야 하는 것. 이천시 마장면 장암1리 이장 정태근씨는 “물류단지 개발은 주민들도 원하는 일이지만 산을 깎아 만든다면 이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재 실수요를 통과한 물류단지가 개발된다면 주민들에게는 고통이 커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역주민과 협의되지 않은 물류단지의 조성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대처 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또한 광주중대도 이미 지난해 말 실수요검증을 요청할 당시부터 주변 민원이 많았던 지역이었다. 광주 중대동은 태전·고산지구 등 미니 신도시급으로 도시가 새롭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거환경을 해칠 수 있어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실수요검증의 평가항목 중 민원에 대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사업가능성을 판단하는 검증인 만큼 대책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과 후 사업내용 변경해도 문제없어
이번 실수요 검증을 통해 국토부의 실수요 평가 항목과 배점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수요 검증을 받고 사업의 세부사항을 변경해도 실수요 검증을 다시 받지 않도록 되어 있는 상황에서 고의로 점수 부풀리기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사업내용이 변경되면 최소한의 재확인 절차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월 7일 입법예고 된 시행규칙에 있었던 내용 중 일부내용이 법제처 심사로 넘어가면서 삭제됐다. 3월 입법예고 된 실수요검증세부평가기준에서 물류시설용지 비율이 10%이상 축소 시 실수요 검증을 재실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6월 10일 공포된 개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삭제되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시설용지 비율이 80% 이상이면 만점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실수요 검증에서는 80%로 해서 만점을 받고 실제 사업을 할 때는 최소화 한다고 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비율도 비율이지만 사업지의 30%정도의 변경이 있으면 실수요 검증을 다시 받아야 되는 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공포된 내용에는 이러한 내용이 빠져 있다”며 “실수요 검증을 받은 후 연계된 지역으로 사업지를 대다수 변경해도 사업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즉 악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또 ‘주변지역 미분양 또는 개발 중인 물류단지와의 영향’도 ‘미분양 물류단지와의 거리’로 변경됐다. 즉 개발이 진행중인 물류단지와의 거리는 제외 된 것. 이 또한 실수요 검증에서 일부지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수요를 통과해 개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물류단지가 2곳 있다. 즉 경기도 광주지역에 물류단지를 개발한다고 할 때 3월 입법예고 된 시행규칙을 적용하면 점수에 영향을 주지만 현재 공포된 내용에서는 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변경되거나 삭제된 사항은 아니지만 재무상태 건전성을 평가하는 신용평가등급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PC(특수목적법인)로 사업을 진행해도 B등급을 받고 매출 4,000억 원인 물류기업도 B등급을 받아 평가 점수가 같다”며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계속된 논란으로 논란 자판기가 되어버린 실수요 검증이 앞으로 이러한 불명예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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