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잇달아 내놓고 있는 물류산업 관련 법안을 바라보는 일선 현장 관계자들의 허탈감이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정부는 물류시장 선진화를 위해 12년간 금지했던 사업용 화물차 증차를 검토하겠다더니, 곧이어 봄철 황사가 심해지자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경유가격 인상을 나서겠다고 밝혀 육상물류 관계자들의 비웃음을 샀었다.

일선 물류업계 노동자들이 바라보는 정부의 연이은 정책들은 이렇듯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정석을 보는듯하다고 평가했다. 화물연대 소속 차주는 “물류현장에 물량 부족으로 수입이 감소하고 있는데, 정부는 책상에 앉아서 되지도 않을 시장 개선 방안을 만들고 있다”며 “일련의 법 개정안에 대한 방향을 정하려면 조금이라도 현장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쓴 소리 했다.

육상운송 시장에만 20년이 넘게 종사한 화물운수업 김모 대표도 “격변해온 물류시장에서 이번 정부처럼 황당한 개정 법안을 내놓았던 시절은 처음”이라며 “몇몇 화물차주 혹은 일선 물류관계자 몇 명만 만나 물류현장 상황을 들어보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정책 개정방향을 어떻게 이렇게 엉뚱하게 내놓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허탈해 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국토부는 4시간 운전을 하면 30분은 법적으로 쉬게 하는 법 개정을 발표하더니, 서울시까지 2.5톤 이상 노후 화물차의 서울 진입을 금지시키겠다고 밝혀 또다시 일선 물류시장 관계자들을 황당하게 하고 있다.

5톤 화물차를 운전하는 이모씨(43, 남) “서울에서 부산까지 새벽에 운전해 내려가면 4시간이 걸린다”며 “대한민국에 4시간 남짓이면 대부분 운송을 할 수 있는데 왜 이런 식의 비현실적인 안을 법제화하겠다는 건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정작 화물차 운전자들을 피곤하게 하는 원인은 화물 상하차 시 지루하게 대기하게 하는 상황”이라며 “빨리 빨리 만연된 시장에서 행여나 화주들이 4시간 운전하고, 30분 쉬라하고 하겠느냐며, 당장 물류현장 흐름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1톤 화물 택배차량 차주 박모씨도 “노후 경유 화물차, 서울 진입을 막겠다면 가지 않으면 된다”며 “정작 미세먼지를 쏟아내는 화물차는 1톤 차량들인데, 이들은 빼놓고 큰 차량만 진입을 막는다고 미세먼지가 줄지는 의문인 만큼 이 안도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이쯤 되면 기자는 일선 정책당국자들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정부가 쏟아 내는 일련의 물류관련 법 개정안을 현실적으로 검토한 적이 있는지” 말이다. 조금만 귀 기울여 들어보고 찾아보면 물류현장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또 무엇을 먼저 개선해야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코메디보다 더 우스운 정책으로 계속해 내놓고 있는지.

하루 15시간 묵묵히 배송에 전념하는 성실한 한 화물차량 운전자는 “옛 동화에 나오는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아무도 무엇이 문제인지 얘기하지 않으니, 지금 내놓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법안이 진짜 창피하고, 우스운지 모르는 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정책당국자들이 정말 몰라서 이런 식의 법안을 '되면 좋고, 아니면 말구 식'으로 연이어 내 놓는 거라면 지금이라도 발가벗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당장 거울에 비춰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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