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출판물 3,000만 부 취급…출판물류의 강자’

 
인류의 역사에 있어 책은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금속활자가 발명된 이후 책은 정보의 기록과 전파를 촉진시키는 매개체로 역할을 담당하면서 사회의 발전에 공헌해왔다. 라디오, 비디오, 인터넷과 SNS 등 미디어가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에 와서도 책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있다.

책을 다루는 물류를 하는 사람들은 이를 출판물류라고 부른다. 과거 출판물류는 공장에서 전국 각지의 서점으로 빠르게 수송하는 것을 중시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출판사가 수십 종의 책을 쏟아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구매 패턴이 주류를 이루면서 업무 프로세스에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

문화유통북스(대표 이석표)는 국내 출판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물류기업이다. 출판물류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대형 인프라를 필두로, 최근에는 출판 이외의 영역까지 사업을 넓히고 있는 문화유통북스의 이석표 대표이사를 만났다.

 
창고 문제 해결하려 17개 출판사가 출자
1995년 설립된 문화유통북스의 탄생 배경을 묻자 이석표 대표는 ‘시대적 산물’이라는 표현을 썼다. 출판사는 사무실 근처에 작은 창고를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출판한 책은 쌓이게 되고, 이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더군다나 출판시장은 해가 갈수록 규모가 커져가고 있었다.

“당시 나를 비롯해 17개 출판사 대표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눴다. 단순히 보관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도매상과 지역 서점에서 공급 일원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이런 저런 고민을 거듭하다가 창고를 짓고 이를 관리할 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17개 회사가 동일한 금액으로 출자금을 내는 대신, 사용 면적에 따라 이용료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택했다.”

출자금과 융자를 얹어 출범한 문화유통북스는 이듬해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와동리에 연면적 4,486㎡규모의 창고를 짓고 39개 출판사를 유치해 출판물 보관과 배송서비스를 개시했다. 파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출판의 중심지인 종로 6가와 1시간 내외로 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모인 도매상들은 오후 6시에 인수를 끝냈기 때문에 당시에도 출판사들은 당일 혹은 빠른 배송을 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관부터 배송까지 한 번에 책임질 수 있는 문화유통북스에 물류를 맡기는 출판사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도약기가 찾아온 건 그로부터 5~6년 뒤였다. 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책을 다루는 코너가 큰 인기를 끌었다. 그 프로그램이 선정한 책은 100만부가 넘게 팔려나갔는데, 그 중 11종이 문화유통북스가 물류를 맡던 책들이었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파주시 검산동으로 터를 옮겼다. 이전보다 더 큰 창고(총 연면적 1만 711㎡)들을 지었고, 고객사(출판사)가 증가함에 따라 자본금도 꾸준히 늘어났다.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출판물의 원활한 관리를 위한 내부 체계를 다듬는 것은 물론 전문적인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더욱 빠르고 정확한 업무를 실현했다.

 
자체 전산시스템 통해 매일 15만 부 입·출고 처리
현재 문화유통북스는 1창고(본동)과 C창고, 반품창고 등 총 4곳의 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1창고인 본동은 건축면적 6,952㎡ 규모로 한쪽에는 메자닌 형태의 5개층 서가를 두고 있으며, 나머지 공간에는 하이랙을 두어 주요 출판물에 대한 입출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서가에는 각 층별로 출판사와 품목별로 출판물을 보관하는 선반랙을 두고 피킹부터 검수, 포장까지 모든 업무를 동시에 진행한다. 또한 모든 층과 출고장을 잇는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1층까지 화물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옮기고 있다. 사무실과 구내식당 등 각종 편의시설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2창고인 C창고(1,498㎡)로 전집류와 참고서 등을 취급하며, 파렛트 3,155개를, 반품창고(2,063㎡)는 176개의 파렛트를 적재하며 반품 처리와 출판물 재생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본동은 최대 1만 3,500개의 파렛트를 적재할 수 있는데, 하나의 파렛트에는 최대 1,500부의 출판물을 실을 수 있다. 또한 서가에도 출고를 위한 랙을 두고 있어 전체 보관 능력은 3,000만 부에 달한다.

출판물은 관리가 매우 어려운 화물 중 하나다. 규격화는 쉽지만 무거운 편이고, 낱권별로 출고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 문화유통북스를 이용하고 있는 출판사는 290여 곳이며, 하루 10만부에서 15만부가 입고된다. 출고량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출판물을 효율적으로 취급하기 위해 문화유통북스는 전산시스템을 도입하고, 전산개발팀과 전산관리팀을 두어 출판물의 위치부터 입출고 관리까지 모든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고 있다. 특히 웹OMS라는 자체 프로그램은 고객으로부터 주문 정보를 받아 모든 작업장으로 공유하는 것은 물론 재고, 입고, 출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출판사에서 전자문서 형태로 주문이 들어오면 각 층 서가마다 출판사별 전담 직원들이 대량 혹은 소량을 구분해 작업을 진행한다. 입고 시에는 PDA로 정보를 읽어 적재 위치를 구분하고, 출고 시에는 고객이 지정한 출판물이 맞는지 검수한 뒤 포장작업을 통해 컨베이어벨트로 옮겨 차량에 싣는다. 정신없을 법도 하지만 많이 나가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분해 보관하고, 모든 작업 데이터를 공유하기 때문에 오류는 극히 드물다.”

 
품질 관리에 PPM도입…출판사별 전담직원 배치
문화유통북스는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품질경영시스템을 따르고 있다. 이전에 ISO9001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었으나, 출판물류의 특성에 최적화되지 않은 점이 있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독자적인 기준이다. 그 중에서도 PPM(Parts Per Million) 단위 도입은 출판물류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만약 2%의 오류가 났다면 크지 않게 느껴지지만, 실제 계산을 해보면 적지 않은 규모가 된다. 100만 부의 2%면 2만 부나 되지 않나. PPM은 정밀한 단위이기 때문에 체감하는 숫자가 다르다. 현장에서 경각심을 갖고, 완벽한 물류를 해보자는 의미에서 도입했다.”

문화유통북스는 각 팀마다 주어진 업무에 가중치를 두어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매달 서로 다른 팀의 업무를 점검하고, 통계를 내는 방식이다. 우수한 팀에게는 포상을, 부족한 팀에게는 개선할 수 있는 기간을 명시하고 벌칙을 준다. 벌칙이라고 기분 나빠할 것은 없다. 작업장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처럼 현장에서 꼭 필요하고, 구성원들에게 유익한 일들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인사에 불이익은 없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직원들은 업무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을 찾아내게 된다. 제안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8년 전부터 시행한 제도인데, 직원들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다. 많게는 1년에 300개까지 제안이 나올 때도 있다. 직원들 덕분에 회사가 많이 발전해왔다.”

 
반품관리는 문화유통북스가 심혈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다. 수백 종의 출판물이 들어오는데다 같은 책이라도 판매 시기마다 할인율이 다르기 때문에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우리는 반품 처리에 나름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반품이 들어오면 2일 이내에 가격과 출판사별로 분류작업을 완료한다. 또한 재출고되는 책들은 철저한 검수를 통해 파본이 없도록 하고, 특수한 기기를 통해 오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내보낸다. 워낙 많은 양이 들어오고, 출판사마다 반품과 폐기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전담 직원들을 배치해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반품은 출고보다 더 부지런해야 한다.”

“일반물류는 새로운 성장동력…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
문화유통북스는 최근 일반물류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출판물에 비하면 아직 초기 단계지만 PC 주변기기와 전자제품, 주방기기 등 생활잡화와 공산품 등 다양한 화물을 취급하고 있다. 본동 맞은편에는 일반물류를 위해 새로 지은 창고를 가동 중이다.

 
지난해 6월 완공한 이 창고는 최대 8,000개의 파렛트를 보관할 수 있으며, 1,200여개 품목의 출고 작업이 가능하다. 온라인 택배 물품과 홈쇼핑 물품의 분류와 포장, 라벨링을 위한 작업장을 마련했고, 외부에는 40피트 컨테이너를 실은 차량 2대가 동시 접안할 수 있도록 도크레벨러도 설치했다.

“최근 출판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다가, 출판물이 아닌 일반 화물을 취급하게 됐다. 출판물에 익숙하다보니 처음에는 다소 어려움도 겪었지만, 점차 효율을 높이고 있다.”

출판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출판물류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은 반박하기 어려운 일이 됐다. 문화유통북스의 앞길도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도 있다.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석표 대표의 발걸음은 여전히 앞을 향하고 있다.

“일반물류서비스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준비도 나름대로 진행하고 있다. 그래도 이왕이면 출판물류는 우리가 최고라는 고객의 말을 계속해서 듣고 싶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