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정부가 불공정 경쟁 부추긴다며 분노

정부가 화물운송시장 발전을 위해 제도를 대폭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화물운송시장 곳곳에선 다양한 불만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금껏 정부 정책에 반발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수긍만 해왔던 택배업계의 반발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움직임을 보면 이번만큼은 택배업계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태세다. 그만큼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정부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운송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택배업계는 유통업체들에게 자회사를 만들도록 강요하고 일감몰아주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1.5톤 미만의 차량에 대한 수급조절제를 폐지한다는 얘기에도 크게 분노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화물운송시장제도 개선 움직임에 택배업계는 대표이사급의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향후 기본안이 발표될 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머리를 맞대고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놓고 유통업체에게 시장 진입하라는 정부에 분노
택배업계는 정부가 기존 사업자들은 완전히 무시한 채 대놓고 제조, 유통업체들에게 시장에 진입하라고 부추기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시장 발전을 위해 IT, 유통, 제조 융합협 혁신기업들의 신규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기존 택배사업자들과의 경쟁을 부추기는 꼴이라며, 특정기업들의 자가용번호판 운송행위를 알면서도 나 몰라라 하더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지 몰랐다는 게 택배업계 입장이다.

택배업계는 차량 20대만 보유하면 누구든 운송업 허가를 내주고, 필요한 만큼 1.5톤 미만의 차량을 신규로 허가해준다는 것을 두고 물량을 가진 기업이라면 누구든 택배사업을 하라는 것과 같다며, 이러한 불공정한 경쟁을 어떻게 정부가 부추길 수 있냐고 크게 분노하고 있다.

택배업계는 현재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기존 자가용 번호판으로 대규모 화물차를 운영해왔던 쿠팡은 엄청난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마련한 제도가 시행될 경우 쿠팡은 바로 신규 운송사업법인을 만들고, 기존에 보유했던 차량들을 신규 법인에게 양도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도한 투자로 누적적자를 지속해 발생시키던 물류부분을 떼어냄으로써 적자폭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됨은 물론 신규 운송사업법인에서는 합법적으로 유상운송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게 택배업계의 얘기다.

정부가 제도를 개선해 특정업체의 택배회사 설립을 지원하는 꼴이라는 게 택배업계의 주장으로, 어떻게 정부가 이러한 불공정한 제도를 만들려고 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20년 간 국민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택배업계에 뼈를 묻어왔다”며 “정부가 제도를 바꿔 불공정 경쟁을 부추기는 황당함에 인생 자체가 허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택배사업 진출 검토하는 유통기업 증가
정부의 제도 개선 움직임을 일부 언론이 보도하면서부터 대량의 택배물동량을 창출하는 유통업체들도 덩달아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호시탐탐 택배사업에 진출하고자 했던 유통업체들이 다시금 시장 진입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1대 택배차량을 운영하기 위해 수천만 원이 필요했던 과거와 달리 이러한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게 되면 시장에 충분히 진입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업 타당성 검토에 돌입한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존 택배업체들에게 전담배송차량 구축을 요청해 운영 중이던 유통업체들의 경우 자체 운송법인을 설립해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현함과 동시에 비용을 매출로 만들어내는 방안을 함께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쿠팡을 비롯해 대형마트들은 이미 대량의 자가용 화물차를 투입해 운송서비스를 진행 중에 있다. 제도가 개선되면 이러한 업체들은 합법적으로 차량을 운영하고, 신규법인운송사업자 설립을 통해 다른 업체들의 물량까지 유치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정부 주도로 제도가 개선되면 영업용 번호판 한 대 한 대에 수천만 원을 투입해 촘촘한 망을 구축한 기존 택배업체들과 달리 대규모 투자 없이 택배사업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재 우리 회사를 위해 A택배업체가 운영하는 전담배송차량만 해도 최소 500대 이상이다. 이곳에 지불하는 돈 역시 엄청나다. 그러나 택배업체의 서비스에 만족하지는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 “신규운송법인을 만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계열사 매출 증대로 인해 회사의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이득이 있으니 당연히 검토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택배업체들 규모, 반토막 날 수도
신규운송법인을 만드는 유통업체들이 늘어날수록 택배업체들의 매출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너도나도 자체 배송망을 구축해 사업에 뛰어들 경우 택배업체들의 물동량은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량의 택배물동량이 창출되는 화주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던 택배업체들의 물동량 감소 현상은 불가피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반면 중량물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택배업체나 전체 물동량 중 대부분이 C2C물량인 택배업체들의 경우는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반 유통업체들이 중량물이나 C2C 물량을 주로 하는 택배사업에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향후에는 중량물 중심의 택배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중심으로 택배시장이 재편될 수도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시장 단가 미친 듯 내려갈 수도
택배업체들의 또 하나의 고민은 현재도 바닥인 택배단가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규운송법인을 설립해 자체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계획을 갖고 있는 유통업체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택배업체들은 그들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할 수밖에 없고, 그 대표적인 제안이 결국 단가인하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보다 택배단가는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또 현장 택배기사들의 수익과도 직면하게 된다. 결국 택배업체들의 서비스 수준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택배업체들의 투자 역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업체들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제도로 인해 입을 피해를 우려해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얘기다.

한 택배전문가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은 택배업체들에게는 매우 불합리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지금껏 택배를 대국민 생활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노력한 업체들의 노력은 무시하고 물량을 가진 업체들에게 일거리 창출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 규제를 풀어 사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해준다는 게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택배업체들이 지금껏 고용한 수백만 명의 택배기사들과 현장 근로자들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