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용 화물차 증차 논란, 물류 현장에선 ‘콧방귀’


국내 육상운송 물류시장의 근간을 책임지고 있는 영업용 화물운송업계가 기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편에서는 ‘물류시장 진입을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지금의 허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또 다른 편에선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 몇몇 특정기업을 위해 정책을 바꿀 경우 레드오션에 빠져 있는 시장 상황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도 일관되게 주장하는 한 가지 공통된 주장은 ‘1인 화물 차주를 포함해 영업용 화물운송과 연관된 누구라도 재산상 손해를 보는 등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면 새 법안 시행은 어려울 것’이란 결론이다.
물류신문은 새 정책안 발표를 코앞에 두고 있는 육상물류시장 현장을 찾아 이번 영업용 화물차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새 정책안에 대한 각각 반응을 들어봤다.

현장이 꼽은 정책 전환 배경은 ‘일자리 창출?’
국내외 경기부진에 따른 육상운송시장이 물동량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뜬금없이 12년간 업권 보호란 명분으로 금지됐던 영업용 화물차 증차 검토 소식이 평온했던 시장을 논쟁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다.

취재 중 만난 대다수 육상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정책에 대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며 ‘무시’와 ‘외면’의 반응을 보였다.

아직 정확한 법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취재 중 만난 육상물류시장 관계자들의 주장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원인과 배경도 다양했다.

A 운수회사 김 모 대표는 “현대·기아차가 국내 판매시장을 과점하고 있던 승용차시장에서 무너지자 독과점시장인 중소형 화물차 판매 확대를 위해 청와대 및 정부관계자들에게 법규 전환 로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는 국내 차량 판매시장의 1위 차량이 다름 아닌 현대차의 1톤 화물트럭 ‘포터’가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증차 제한을 풀어야만 한다는 논리에서 비롯된다. 화물차 생산기업이 정부를 대상으로 법규 개정을 설득했을 것이란 얘기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원인으로 들었다. 당장 올해 연말 최대 10만 명까지 실업자가 양산되는데 당장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정부가 물류시장 진입장벽을 낮춰 40~50대 가장들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탁상행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일부에선 지난해부터 택배업계와 첨예하게 법정 논란을 벌였던 소셜커머스 1위 기업 쿠팡의 사업을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더불어 정부는 대외적으로 일자리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명분이란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처럼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이 ‘화물운송시장 혁신실무위원회’에서 검토하라던 화물자동차 수급 대책의 일환이었던 물류시장 선진화 개선방안의 출현 배경은 상반기 내내 물류 현장의 뜨거운 감자로 작용, 관련 업계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이기심 가득한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육상물류현장 대다수, 개정 법안 강행하면 ‘물류대란’
실제 물류현장에서 1톤 화물차량을 운전하는 차주 B씨는 “영업용 번호에 대한 재산권 보호차원에서도 지금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법규 개정을 강행한다면 2004년 대한민국 산업시장을 멈추게 했던 물류대란 이상의 시장 저항이 나타날 것”이라고 반대를 넘어 분노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운수법인 사업자들 역시 “지금까지 알려진 영업용 화물차시장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안은 정확한 시장실태조사 없이 행해지는 꼭두각시놀음에 지나지 않는다”며 “신규법안 개정안이 발표돼 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현 시스템으로는 곳곳에서 허점이 들어나고 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안을 성급히 발표해 시행할 경우 더 큰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시장 변화가 예고되자 일부 물류현장에선 영업용 번호판 거래가 주춤한 상황이다. 한 운수사업자는 “시장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듯하다”며 “하지만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물류현장 반응은 정부가 강행하려는 현 정책을 신뢰하지 않을뿐더러 크게 우려하지도 않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전국용달연합회 박정호 부장은 “이미 언급된 신규 법인에 한해 증차를 허용하겠다는 정부 정책이야 말로 탁상행정”이라며 “시스템 상으로 검증도 안 될 뿐 아니라 개별용달을 포함해 1인 차주 등 대다수 육상운송 물류사업자들이 정책 당국자들 머리 위에 앉아 있는 만큼 만약 새 법안을 시행해도 얼마든지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정부의 법 개정안은 꼬일 대로 꼬인 복마전에 빠져 육상물류시장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지 못할 것이란 것이 현장의 일관된 반응이었다.

유통업계, ‘검토는 하겠지만…’ 직접 나서긴 어려워
배후에 운송물량을 갖고 자가 물류를 검토하는 한 중견 제조사 임원은 “한동안 영업용 번호 구입 등의 부담 때문에 선뜻 자체 물류서비스를 못하고 있었는데 걸림돌이던 차량 증차가 원활해진다면 신규 고용과 차량 증차를 검토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배송 물류직원을 쿠팡과 같이 직접 고용은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제조사 임원도 “최근 빠른 배송과 고객접점에 대한 서비스 강화가 화두인 만큼 신규 증차 어려움이 사라지면 영업용 화물차 증차를 통해 직접 운송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를 정리해 보면 차량 증차는 하고 싶은데, 직접고용은 어렵다는 것이 중견 제조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반면 전문 일선 운송법인 대표들은 “지금 정책당국이 고려하고 있는 차량 증차에 따른 직접고용과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통 제조사들은 없다”며 “대형 물동량을 갖춘 화주기업의 경우 증차를 통한 직접운송으로 야기될 노조설립 우려와 각종 물류비용 상승 등의 걸림돌을 절대 넘을 수 없다. 정부가 의도한 직영 물류운송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S물류 김제혁 대표는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화물차량 운영과 믿고 맡길 수 있는 운전자 확보 및 관리 등이 쉽지 않다”며 “문제의 소지가 있고 비용 상승이 불 보듯 뻔한데 어떤 화주기업이 드라이버 직접고용과 운송을 모두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국 경기불황에 따른 물량 수급이 여전히 불확실한데 직접고용 이후 쉽지 않은 해고, 또 각종 노동법을 준수해 가며 차량을 직접 구입해 서비스를 할 기업은 없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짧은 시간 많은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현재 정부가 진행하려는 법 개정에 90% 이상은 부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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