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 근간 이루는 화물운송시장 저해하는 ‘지입’ 등 개선 의지 보여

정부는 낙후된 화물운송시장 선진화를 위해 새롭게 만든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기본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발표 전부터 업계가 시끄럽다. 발표하기 전부터 업계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는 물론 부작용들이 생겨나고 있다.

화물차 영업용 번호판에 붙은 프리미엄 가격이 요동을 치고 있고, 수급조절제 폐지 시 번호판 가격이 곤두박질 칠 것을 우려해 보유 중인 번호판을 매각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정부가 좋은 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시장을 바꿀 수는 없다며 화물차 영업용 번호판 사재기에 돌입한 이들도 상당수다.

현재까지의 업계 반응을 보면 정부가 어떠한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해도 시장 전체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그래서인지 업계는 많은 혼란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정부가 기본안을 발표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십여 년 넘게 관망의 자세로 시장을 방치해왔던 정부가 이제와 시장 발전을 들먹이며 근간을 흔들려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아직 정부가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미 시장에 진입한 이들이 피해를 감수해야만 그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생기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운송시장 선진화는 정부의 오랜 염원 중 하나
화물운송시장은 물류산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3년 기준 화물수송수단별 수송량 및 분담률’을 살펴보면 철도, 공로, 해운, 항공 중에서 공로운송 분담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표 1> 참조).


그만큼 물류산업에서 화물운송분야가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막대하며 가장 많은 종사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달리 화물운송시장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낙후된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시장 진입을 희망하는 이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있으며 운임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많은 이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역시 이를 개선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지입제도, 다단계 거래 등을 개선하기 위해 수차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해왔던 직접운송의무제와 실적신고제 의무화 방안 등은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한 상태다. 이뿐 아니라 정부가 내놓은 제도들 중에는 시장에 정착되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랜 관행과 뿌리 깊게 박힌 기득권으로 인해 더디게 발전하는 시장을 보며 정부 역시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기본안 개정을 추진 중인 국토교통부 관계자들 역시 개선 배경에 대해 ‘물류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화물운송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진입제도, 업종, 지입제 등’을 개편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또 “7대 유망 서비스분야에 포함된 물류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신산업 발전과 융복합서비스 출현에 장애가 되는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며 “IT·유통·제조 융합형 혁신기업의 신규 진입을 통해 시장 발전을 유도하고 증차를 통해 허가권 프리미엄 확보와 지입 경영 확산 등의 부작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물운송시장 혁신위원회 구성해 업계 의견 청취
발표를 앞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기본안’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에 앞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수차례 미팅을 추진해온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9월 화물운송시장 제도개선에 대한 필요성과 시장 내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한국교통연구원 주관으로 ‘화물운송시장 발전포럼’을 구성했다.

화물운송시장 발전포럼은 현재까지 약 4회에 걸쳐 주요 이슈별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제도개선 검토대안을 논의해 오고 있다.

이외에도 국토교통부는 지입제 개선방안 논의를 위해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일반연합회와 화물연대 등으로 구성된 ‘화물운송 제도개선 T/F’를 지난 2015년 12월에 구성해 운영 중에 있으며, 2016년 4월부터 약 20회에 걸쳐 업종별 단체 등과의 간담회와 면담을 실시하며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추진 필요성 및 대안 논의를 가져왔다.

이후 보다 발전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업계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협의할 수 있는 ‘화물운송시장 혁신위원회’를 지난 5월 24일 구성해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모색해 왔다.

화물운송시장 혁신위원회에는 국토교통부와 학계, 연구기관, 통합물류, 일반·개별·용달·주선, 화물연대, 차주협회 등으로 구성됐으며, 4차례 실무위원회(5.26, 6.2, 6.8, 6.15)에서 한국교통연구원이 마련한 개선안에 대한 토론과 의견을 수렴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렇게 만들어진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기본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발효 후에는 2개월에 걸쳐 공청회 개최를 비롯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 후 오는 10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의견 청취만 하지 말고 수렴해주길”
정부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기본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했던 일부 업계 관계자들 중에는 불만을 넘어 불쾌감을 표출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이미 다 짜놓은 각본에 들러리가 된 기분”이라며, “의견을 청취만 하지 말고 제발 수렴 좀 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실에 근거한 자신들의 얘기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이미 다 만들어진 제도를 원안 그대로 추진하려는 모습에 화가 난다는 얘기다.

일부 관계자들은 지금껏 시장 개선을 위해 칼을 빼든 이들이 많았지만 제대로 개선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혼란만 야기하고 개선되지 않을 바엔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수십 년 동안 화물운송시장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 부쳐왔던 정부는 무엇을 왜 바꿔야 하는지도 모르고 특정 이익집단의 의견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정부의 제도 개선 활동은 특정 이익집단의 의견은 물론 한시적인 트렌드만을 쫓아가선 안 된다. 장기적인 발전 계획에 맞춰 바꿔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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