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도 사상최대, 물류 현장에선 물량 하락세 여전

▲ 평택항 컨테이너 부두 전경.
국내외 안팎의 경기 불황으로 장기간 침체를 보여 왔던 국내 수출 물동량이 지난달 소폭 반등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수출입 물동량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물류시장 관계자들은 “아직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며 낙관하긴 이르다”고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작년보다 동기 대비 2.7% 감소한 453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6월 이후 최소 감소폭이지만 수출이 1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을 이어가고 있어 물류시장 관계자들의 시름은 여전한 상황이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부분은 올해 들어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 수출은 1월 19%, 2월 13%, 3월 8.1%, 4월 11.2%, 5월 6%를 기록한데 이어 6월 2.7%로 수출 감소 폭이 바닥을 찍었다는 점.

정승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조업일수 감소와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등 부정적 여건에도 불구, 1년 만에 수출 최소 감소율을 기록했다”며 “2개월 연속 수출 감소율이 줄어든 것으로 수출회복 기반은 유지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수출입 컨테이너 차주 김기식(45, 남)씨는 “수출량 감소폭이 줄었다고 하지만 물류현장의 물동량 하락세는 여전히 크다”며 “물량 감소에 따른 운임하락세도 비례해 빨라지는 만큼 정부와 화주고객사들의 운임회복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한편 수출 감소폭이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수출 단가의 상승 전환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단가 증감률은 지난해 1분기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이달 처음 들어 0.2% 증가를 기록했다. 따라서 수출액이 상승한 것이지, 물류현장에서의 물량 하락세가 멈춘 것은 아닌 셈이다.

일평균 수출액은 19억7000만 달러로 2015년 9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일 평균 수출액은 3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원화기준 수출은 작년보다 2.4% 늘며 2015년 7월 이후 11개월 만에 2개월 연속 증가 증가를 나타냈다.

그러면 산업별 수출 품목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산업군은 무엇일까?

우선 IT업종의 반도체·컴퓨터 등 주력품목의 수출회복세가 눈에 띈다. 컴퓨터는 2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했고,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2015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감소율을 기록해 수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자동차·석유제품·일반기계류는 수출 감소율이 확대됐다. 자동차의 경우 신흥국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석유제품은 저유가로 단가가 하락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일반기계도 작년보다 조업일수가 줄어들면서 감소폭이 확대됐다.

지역별로는 인도와 러시아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베트남 수출도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 경기침체 완화 등으로 철강·가전 등에서 수출이 늘면서 25개월 만에 수출 증가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일본 수출은 엔화강세로 일반기계·자동차 부품 수출이 늘면서 3개월 만에 한 자리수 감소율을 기록했고, 중국 수출은 석유제품·정밀화학·철강등의 물량이 증가하면서 7개월 만에 2개월 연속 한자리수를 나타냈다.

한편 물류업계의 주류 물동량이 되는 수입액은 33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줄었다. 무역수지는 116억 달러를 기록하며 5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수출 물동량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지만, 수입물량은 높은 수준의 감소를 이어가고 있어 물류시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전체 수출입 물동량은 여전히 모자란다는 점이다.

여기다 영국의 브렉시트 영향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유럽 경기회복세 둔화와 신흥시장 부진이 지속될 경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물류시장 관계자들은 “하반기 수출입 물동량 회복은 현 수치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며 “여전히 물류산업 전반에 물량 확보가 어려워 당분간 시장의 고통은 지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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