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신유통물류story 92


우리가 예전부터 알고 있던 장마와 2016년 지금의 장마는 완전 다르다. 우리가 삶에서 체험을 통해 알고 있는 우리의 장마는 6월 중하순부터 7월 중순까지 근 한 달 동안 계속해서 비가 와서 햇볕을 보기가 힘든 기간이었다.

햇볕을 보기가 힘드니 하루라도 날씨가 쨍쨍한 날이면 축축한 이불이나 빨래, 옷 등을 빨리 말려야 했다. 그렇게 햇볕에 잘 말린 이불이나 옷에서는 언제나 기분 좋은 햇살 냄새가 나서 빨래나 이불을 걷을 때면 늘 냄새를 맡았다. 그래서 장마 기간에는 햇살 냄새가 가장 그리운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장마 기간에 오히려 비가 오지 않는다. 이른바 ‘마른장마’다. 장마 전선이 형성 되어 한반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동일한데 예전처럼 비가 주야장천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날씨가 쨍쨍하지도 않다.

오히려 장마전선이 물러나고 나면 국지성 호우가 내려서 장마 때 못 본 비를 왕창 경험하게 된다. 장마 때의 비가 뚝배기면 장마 후의 비는 냄비다.

무엇이든 오랜 기간 동안 삶에서 우리가 직접 체험을 통해 하나 하나 축적한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귀중한 자산이다. 특히 그런 체험을 기반으로 나타나는 일상적인 행동 패턴은 더더욱 바꾸기가 어렵다.

그래서일까 요즘 하루가 멀게 나타나는 각 종 스타트 업들은 늘 새로운 서비스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신세계를 한번이라도 경험한 고객이라면 이 서비스를 계속해서 이용 할 것이라는 가정을 기정사실로 여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선순환 구조가 될 때 까지만 버티면 ‘대박’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잘 봐야 하는 것은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소비 행위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우리의 뇌는 합리성을 따지기 전에 동물적인 감각에 의존해서 먼저 행동한다는 것이다.

동물적인 감각은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생존하면서 터득한 삶의 경험이다. 그런 삶의 경험을 지배하는 가장 원천은 바로 감정이다.

즉, 우리는 스스로가 합리적 이길 원하지만 결코 합리적이지 못하고 감정에 지배되는 감정적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보게 된다.


우리가 손에 늘 스마트폰을 쥐고 있고 스마트폰이 없는 일상은 상상 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초연결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스마트폰 이전의 시대보다 더 합리적으로 변했다고 그 누구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친구와 SNS를 하면서 담백한 문자를 주고받는 것보다 나의 감정이 잘 표현된 괜찮은 이모티콘을 주고받는 것이 훨씬 더 공감이 되고 편하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일상에서 연인이나 친구와 톡을 할 때 누가 딱딱한 서술형 문자를 사용하는가?

‘당신 말이 옳고 합리적이기 해, 그렇지만 그렇게 하긴 싫어. 왜냐하면 내 기분이 지금 별로거든!’ 이라는 감정으로 인해 지금도 무수한 부부와 연인이 싸우고 직장에서는 업무 처리가 잘 되지 않는다.

필자가 지금은 ‘스마트 소비’의 시대라고 이야기 하지만 스마트 소비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동물적인 체험을 기반으로 하는 소비 행동 패턴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굴 속에 숨어 살아야 했던 원시인의 행동과 스마트 소비의 행동은 모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환경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감정으로부터 발생하는 생존 현상이기 때문에 동일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서비스가 훨씬 더 좋고 합리적이며 저렴하다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 보다 우리의 서비스가 당신의 감정을 어떻게 더 기분 좋게 하는 지가 그래서 더 중요하다.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불편한 고객의 감정을 기분 좋게 하는 감정 서비스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제공 할 수 있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우리의 소비행동패턴도 절대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이제부터라도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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