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물류사업 분할, 롯데 현대택배 인수 등 물류재편 작업 활발

국내외 경제성장이 정체를 맞으면서 재계 1위 삼성과 5위의 롯데그룹 등 대한민국 대표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물류서비스’ 업종에 공을 들이는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동안 전체 산업 가장 하부에 자리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물류서비스업이 최근 들어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한 배경에는 안정성과 사업 전반에서 외풍이 적은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계열사인 삼성SDS에서 물류사업을 분할, 그룹 간판기업으로 인수시킬예정이다. 또 롯데그룹도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를 본격화하며 마지막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물류업종 공들이기에는 시작부터 곳곳에 암초투성이다. 최근 삼성SDS의 물류부문 사업 분할 논란 과정에서 촉발된 국내 산업시장에서의 주목받고 있는 물류서비스 업종의 진짜 매력과 독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삼성·롯데, 사업 재편 길목서 ‘물류업’ 부각

큰 수익도 없고, 뒤탈과 말은 많으면서, 소위 폼도 안나는 물류업종 특성 때문에 그동안 산업시장의 미운오리새끼였던 물류서비스 업종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의 시스템 소프트웨어 공급 IT기업 삼성SDS가 최근 건실하게 매출 규모를 키워오던 물류부문 사업 분할 논란이 일자 지난 6월3일 ‘분할을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 물류업종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삼성SDS는 분할 검토 없다고 밝힌 뒤 곧바로 다음날 공시에서는 ‘물류부문 사업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오락가락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삼성SDS는 물류사업 분할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또 다시 ‘구체적인 사항은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라고 밝혀 뒷말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번 논란의 대전제는 기업 분할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지만 업계가 바라보는 속내는 따로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그룹의 경우는 일찍부터 시장 매물로 나온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를 공표, 올해 안에 전체 지분에 대한 최종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의 현대로지스틱스 인수가 마무리되면 대한민국 대표 물류기업 CJ대한통운을 넘어서는 초대형 물류기업 탄생되고, 새로운 물류지형이 그려질 전망이다.

이처럼 물류부문에 대한 사업 강화에 나선 기존 기업들과 두 기업의 공통점은 최근 그룹 사업 재편 가속화 과정에서 오너가들의 그룹 내 입지를 강화라는 점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지배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사업 조종을 앞세워 인력구조 조정과 계열사 선별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재구성하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 그룹 후계구도 경쟁으로 몸살을 앓은 신동빈 회장이 롯데호텔 상장과 더불어 제조와 유통 물량을 기반으로 하는 초대형 물류기업 육성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 신세계그룹의 물류자회사였던 세덱스 노동자들이 매각 반대시위 장면.
◇물류업, 외풍 적고 계열사 간 시너지 등 매력

설탕으로 시작해 국내 대표 식자재 문화기업이었던 CJ그룹은 일찍부터 국내 최대 물류기업이었던 대한통운 인수 전부터 CJ GLS라는 물류기업을 10여 년간 운영한 뒤 대한통운을 인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현대 기아차 그룹 역시 현대 글로비스를 그룹의 알짜 기업으로 키워 ‘캐시 카우’ 역할을 맡기고 있다. LG그룹도 LG상사를 통해 최근 범한판토스와 하이로지스틱스까지 흡수 합병했다. 그럼 왜 국내 재계 대표기업이 물류기업 합병 혹은 물류사업 부문을 기존 회사에서 분할, 혹은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간판으로 내세우려는 걸까?

일부에선 대기업들이 여러 분야의 업종을 다 경영해 봤지만, 그래도 사업 리스크가 가장 적은 전통적 사업인 물류업종을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물류업종 주목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업의 장점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류산업의 경우 큰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하지만, 든든한 제조와 유통 물량이 있는 기업들의 경우 이를 기반 해 안정적 매출이 가능하고, 계열사간 보이지 않은 시너지도 발휘되는 등의 장점이 있다.

또 직접적인 사업비용 절감과 더불어 최종 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 그리고 소비자와의 최 접점과 맞닿아 있는 등 기업 이미지 개선과 사업 전반에 전 방위적 플러스 역할을 한다. 여기다 건설업종과 유사하게 비용책정에 따라 가격 부풀기가 수월해 오너가 비자금조성이 유리할 뿐 아니라 경기 불황 영향도 큰 영향이 없는 산업의 기본이 되는 특성도 있다.

◇오너의 지배력 강화위한 필수 선택사항(?)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SDS 물류사업을 분할해 그룹사로 인수시키게 되면 그룹 물량에 대한 물류서비스 매출증대로 인수받은 계열사 주가는 뛰고,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의 그룹사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시나리오다. 당장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물류부문이 삼성물산으로, 시스템 통합부분이 삼성전자로 분할, 인수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은 더욱 공고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SDS 물류사업은 지난해 2조 6,060억 원을 달성, 전체 매출의 32%를 점유하고 있다. 또 2020년 매출 규모가 8조원에 달해 삼성물산으로 물류부문이 인수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그룹 오너가 지분이 높은 삼성물산의 실적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역시 외형만 틀릴 뿐 물류업종에 공을 들이며,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에 나선 속셈은 삼성그룹과 유사하다.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해부터 후계구도와 관련해 지속적인 잡음을 일으키더니,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일본으로 가져가 일본기업이란 논란 등을 잠재우기 위해 물류업 인수가 좋은 대안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계획됐던 호텔롯데 상장과 더불어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는 신회장에게 한·일 롯데 양측에서 ‘경영권’과 그룹 계열사 ‘지배력’ 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계기라는 평가다.

여기다 롯데그룹의 경우 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안정적인 물량을 갖고 있어, 사업 출발부터가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는 물류업종 육성이야 말로 더 할 나위없는 그룹 재도약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높다.

▲ 동원그룹의 택배회사인 동원택배 매각 반대 시위장면.
◇사업 시너지 이면에 각종 암초 곳곳에 자리해

앞서 언급한 대로 삼성과 롯데그룹의 ‘물류업’ 공들이기 배경에는 계열사 간 다양한 시너지 발휘가 대외적 명분이다. 하지만 여기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어 사업 분할과 인수 작업을 낙관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물류사업 분할 공시직후 삼성SDS 소액 주주들의 반발은 안정적 매출에 대한 장점이 사라지기 때문. 이들은 분할 검토가 공시되자 이튿날 삼성SDS를 방문해 물류사업 분할 매각에 따른 주식가격 하락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따라서 향후 분할작업에 암초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사업 재편 전제는 ‘글로벌 1등인 사업만 남기고 역량이 부족한 영역은 잘 하는 곳에 넘기거나 다른 사업과 합쳐 시너지를 낸다’다. 과연 삼성SDS의 물류사업 분할과 인수가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에 부합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17%에 달하며,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롯데그룹도 차분히 진행되던 호텔롯데 주식 상장과 현대로지스틱스 인수 작업에 새로운 변수가 생겨 향후 사업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때 마침 불거진 신영자(74)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 20억 원대 뒷돈 혐의로 검찰조사가 롯데가 전체로 번지고 있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

일각에선 롯데그룹이 타 기업과 달리 사업 확장 시, 신규업종 개척보다는 소비재 부문의 사업 확장과 서비스업종에만 치중하는 한편 벌어들인 이익 대부분을 주주 배당금 등으로 오너가 자리한 일본으로 빼내가는 형태의 사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당장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롯데로지스틱스 등 8개 계열사들을 통해 순차적으로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88.8%까지 인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번 검찰조사가 확대될 경우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에 새로운 복병이 될 전망이다. 한편 향후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우 롯데로지스틱스(주주현황:(주)L제2투자회사 45.34%, (주)롯데리아 17.31%, (주)호텔롯데 8.84%)의 95.04%를 소유하고 있는 실질적 대주주인 신동빈 회장에게로 합병될 공산이 커 이번 호텔롯데 상장이 늦어지면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에도 빨간 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한국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부분 보유한 한국 롯데의 지주사인 만큼 상장 불발은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에도 악재다.

또 기존의 신세계그룹을 포함, 국내 대기업들의 물류사업 실패사례도 교훈이 될만 하다. 신세계의 경우 세덱스라는 물류회사를 설립 운영하고, 택배회사까지 설립했다, 노조와 물류현장의 다양한 요구로 일찌감치 회사를 매각 했다. 이밖에 동원그룹도 택배사 인수합병후 끝내 매각절차를 밟았으며, 아주그룹과 동부그룹도 자회사인 택배와 물류기업의 운영부실로 모두 매각하는 실패를 겪었다.  

여하튼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롯데그룹의 사업재편과 오너가 입지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려면 삼성SDS 물류사업 분할과 현대로지스틱스 인수 작업 연착륙이 선행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두 그룹을 포함해 러브콜을 받고 있는 물류업종이 국내 대기업들에게 향후 어떤 사업 시너지를 발휘하게 할지, 또 어떤 폐단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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