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보조금 환급에 직접 영향 없어, 절대 가격 인상 못해

물류시장을 포함해 대한민국이 온통 ‘경유가격 인상’ 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에선 경유값 “올린다 VS 절대 못 올릴 것”이란 이분법적 논쟁으로 나라 전체가 한편의 ‘블랙 코메디’를 보는 듯하다.

취재 결과 물류현장에서의 경유가격 인상 논란은 인상 여부에 관계없이 냉소적 반응 일색이었다. 정작 물류서비스가 생계와 직접 맞닿아 기름 가격인상 부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육상물류시장의 반응은 차분하기만 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이에 대한 정답은 4년 차의 1톤 영업용 화물차를 운영하는 A택배 운송노동자 김씨의 한마디로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김씨는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수 십 년간 서민들의 기름이었던 경유값을 뜬금없이 인상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에게 제 정신인가를 묻고 싶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당장 경유값을 올리겠다는 정책은 세금을 인상해 운행량을 줄이겠다는 의도인데, 대체품이 없을 뿐 아니라 혹여 세금 인상분을 육상물류 노동자들에게 부담시킨다면 아마도 폭동이 일어날 일이라며, 절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경유가 인상을 일축했다.

▲ 대시정기화물 간선 화물차량 전경.
◇물류시장은 경유가 인상 ‘무풍지대’  
   
지난해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국내 등록 영업용 화물자동차 대수는 총 43만7000여 대(경유, LPG 포함). 전체 경유 차량 862만 2천대 중 5%에도 못 미치는 점유율이다. 경유 사용 대중교통 수단인 전체 노선버스 5만 여 대를 포함해도 경유차 시장에서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절대 소수인 셈이다.
 
국토부 물류정책과 김창연 사무관은 “영업용 화물차와 노선버스들의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며, 경유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대중교통 수단들의 경우 이미 낸 세금 중 인상분을 유가보조금으로 환급받는 만큼 이번 정부의 경유가 인상에 따른 직접적 악 영향은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경유가격 인상에 대한 물류업계의 반응은 차분하지만, 냉소적이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경유가격 인상에 따른 직접적 피해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경유가격 인상 분 만큼의 유가보조금을 환급받은 만큼, 혹 가격인상이 결정되더라도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직접적으로 받는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장의 냉소적 반응의 배경은 경유가격이 인상되더라도 육상운송 물류시장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전국 화물차 업계를 대변하는 전국화물운송사업연합회 임홍승 차장도 “현 경유가 인상안에 대해 사태 추이만 지켜보고 있다”며 “한마디로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임 차장은 “디젤 승용차 시장은 대안이 있지만, 육상물류시장은 경유사용 화물차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며 “정부 당국자들이 물류시장의 현실을 파악하고 경유가격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B 택배사 관계자도 “개당 몇 십원에 목숨을 걸고 배송하는 택배 물류시장에서 만약 경유가 인상분을 업계가 부담하게 할 경우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환경부와 기획재정부등 정부가 경유가격 인상에 찬반 논란을 거듭하고 있지만, 물류업계가 보는 현 논란은 물류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한편의 코메디 같다”고 꼬집었다.

◇점유율 5%, 유가보조금만 2조4천 억원에 달해

현재 대한민국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린 경유차량과 LPG를 사용하는 택시 및 소화물 사업용 차량들에게 정부가 환급하는 유가보조금은 무려 2조 4천 억원에 달한다. 서울을 포함해 각 지자체에서 지난해 경유 사용 노선버스들에게 지급하는 유가 보조금이 약 3059 억원(리터 당 380원 환급)이며, LPG사용 택시업계에게 5000 억원 가량이 환급됐다.

이와 함께 1톤 이하 화물차량들의 경우 적게는 월 20~30만원, 화물연대 소속 대형 화물차량들은 월 200만원에 가까운 유가보조금(리터 당 345원)을 환급받기도 한다. 이들 영업용 화물차들이 지난해 지급받은 유가보조금은 전액 경유에 붙는 세금으로 그 액수만 1조 4천 억원에 달했다. 이렇게 물류산업과 대중교통 시장에서 정부가 경유 사용 차량에게 세금 환급한 액수만 지난해 총 2조4천 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전체 경유 차량들 중 가장 많은 운행회수를 보인다는 점. 따라서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으로 내놓은 경유차 운행 감소를 위해 경유값을 인상하겠다는 정책의 경우 이들에게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추진하는 형국이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란 지적이다.

앞에선 경유차 운행을 줄이겠다고 가격을 인상하겠다면서 뒤에선 경유연료 사용 화물차와 노선버스들에게 매년 거액의 세금을 환급하는 이중적 정책. 물류 시장에서 한편의 코메디라는 폄하 배경은 바로 이 같은 앞뒤가 안 맞는 모순적 정책결정 때문이다.

▲ 지난 2004년 화물연대 부산 파업때 조합원들의 경유가 인하와 운송료 인상을 요구했었다.   

◇경유 값 인상되면, 산업시장 울고 웃어

물류시장에서의 경유값 인상 논란은 세금 인상분에 대한 유가보조금 환급으로 직접적인 악 영향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문제는 자가용으로 운영되는 1톤 이하 화물 차주들과 쿠팡과 같은 자가 사업자, 또 영세사업자들이 운영하는 디젤 차량시장이다.

이들은 유가보조금도 환급받지 못하는데다 경유값이 인상되면 더욱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진다. 또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의 경우 경유값 인상분만큼 판매가 인상이 불가피해 질 수 있다. 적자폭이 커져 가뜩이나 비용 줄이기에 총력을 쏟고 있는데, 경유값이 인상되면 쿠팡에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유 사용 지게차 시장도 경유값이 인상되면 물류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한편 일반 승용차 시장에서도 큰 변화를 맞을 수 있다. 지난해 신규 등록된 승용차는 96만 여대. 전체 승용차 183만 대의 절반이 넘어 디젤 차량이 대세를 이뤘다. 특히 최근 5년 새 경유차 비중은 20% 넘게 확대됐고 현대 기아차의 경우 디젤 신차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이 투자했지만, 디젤차 인기가 사라지게 되면 수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또 수입 승용차 시장의 경우 경유차 비중은 70% 수준으로 ‘수입차=경유차’라는 공식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내 화물자동차 중 휘발유를 사용하는 차량은 올해 초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시작한 중한 자동차의 1톤 트럭의 경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물류시장의 99%는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디젤 화물차다.

이처럼 디젤 차량은 전체 교통물류시장에서 대세를 이룬다. 이 모두가 수 십 년간 정부가 저렴한 경유가격 정책을 펴 왔기 때문이란 것이 경유차를 운영하는 모두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근 디젤 SUV를 구입한 신 모씨는 “화물차를 포함해 전체 교통수단의 5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경유차량 차주들이 가격인상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크린 디젤을 외쳐대며 경유차 개발을 독려하던 정부가 뜬금없이 가격인상을 무기로 경유차 시장을 급냉시키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이번 경유가 인상정책을 강하게 비난했다.

국내 교통 물류산업시장에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경유 사용 디젤엔진이 한순간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한 후 시장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취재 결과 경유가격 인상에 가장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물류시장의 핵 화물연대의 경우 취재 직전까지도 경유가 인상에 대한 아무런 논평 자료도 없었다.

이같은 예로 미루어 볼때 국내 전체 물류시장의 80% 이상을 지탱하고 있는 육상운송 시장에서 아무런 대안 없는 경유가격 인상은 있을 수도, 또 있어서도 안 되는 정책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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