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검증 일정에 속만 태우는 시행사들

실수요 검증제는 실제 물류시설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적합하도록 개발을 유도함으로써 무리한 사업추진과 투기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민원 등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긴급한 경우 상시 검증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있는 곳에 빠르게 대응해 물류단지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제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실수요검증을 실시한지 2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에서 실제 목적과는 다른 성과를 나타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실수요를 통과한 기업이 2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에서 착공을 못하고 있고 초기 10개 물류단지를 제외한 기업 중 실수요 검증을 통과한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실수요 검증제의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량제보다 더한 규제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수요 검증을 하고자 하는 업체에게는 기회가 아니라 희망고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믿지 못할 국토부를 믿고 있어야 하는 사업자
업계 관계자들은 국토부를 믿지 못하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그동안 사업설명회를 통해 이야기 됐던 내용이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지만 실수요 검증의 키를 쥐고 있는 국토부를 상대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는 것. 실수요 검증을 준비하고 있는 한 기업은 “사실 아직까지는 민감한 사항이라 뭐라도 대답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월 국토부가 사업설명회에서 제시한 내용으로 사업을 준비하던 사업주체들은 다시 한 번 좌절에 빠졌다. 3~4월에 실수요 검증을 받기위해 준비한 서류를 실수요 검증을 받지도 못하고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시행사 대표는 “실수요 검증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개월 정도이다. 지난 1월 국토부의 설명을 믿고 미리 준비를 했다. 하지만 실수요 검증은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6월이 되면 모든 서류를 폐기하고 다시 준비해야 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준비하는 서류가 입주의향서를 비롯해 금융권, 토지주들에게 다시 한 번 양해를 구하고 받아야 하는 서류들인 만큼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시간이 갈수록 늘어지는 실수요 검증제
실수요 검증이 실시된 것은 지난해 8월 서면으로 진행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마저도 실수요 검증에 대한 답변을 듣기까지는 무려 4개월여가 걸렸다. 하지만 그 후 아직까지 실수요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월 28일 개최된 설명회에서 3~4월에 실수요를 진행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지금까지도 정확한 실수요 검증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실수요 검증은 총 8회 진행이 됐다. 이 과정에서 10개 물류단지가 실수요를 통과한 1~4회까지의 실수요 검증기간의 간격은 1개월 안쪽이었다. 즉 2014년 9월 시작한 실수요 검증제는 시행된 그 해에만 매달 진행된 것. 그 다음해인 2015년 총 12개월 동안 4회를 진행했으며 올해는 아직까지 실수요 검증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현재 예상하고 있는 실수요 검증 예정은 6월 말이다. 이때 검증을 시행한다면 반년 만에 처음으로 실수요 검증을 실시하는 것. 이는 7회 실수요 검증에 사업자들이 서류를 제출한 시점으로 부터 300일 이상의 간격이 있는 셈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법을 개정하고 문제가 있었던 내용을 보완하는 기간이 있었지만 시간이 생명인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이유가 무엇이든 실수요 검증이 계속 늦춰지고 것은 현실인 것이다.

시간이 늦춰지고 있는 사이 사업주체들은 현실적인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시행자들에게 3~4월을 이야기한 것은 전임자이며 현재 담당한지 얼마 안 되어 내용을 확인해 봐야 한다”며 “현재 문의하는 사업자에게는 실수요검증에 관련된 시행규칙이 5월말에서 6월에 법제처 심사가 끝나고 나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3월부터 계속 해서 조금씩 미뤄지고 있으며 최근에 들은 것은 5월 17일경 서류접수를 할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이야기가 없다. 말이 계속 바뀌고 있어 아직 어떻게 될지 몰라 준비도 못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희망고문으로 잃어버린 비용과 신뢰
국토부가 물류단지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좋지만 이를 바탕으로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처음부터 안 된다고 했으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계속 쓰고 있다. 희망고문”이라고 전했다. 업계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실수요검증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실수요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던 문제에 한계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기업에게는 이제 존폐위기로까지 느껴지고 있는데 국토부는 이러한 내용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현재 기업들이 직면해 있는 문제 중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들어간 막대한 비용과 처음 입주의사를 밝히고 지금까지 믿고 기다려준 실수요자들, 그리고 토지주들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행사들에 따르면 2년여 동안 실수요 검증을 신청하고 준비하는 동안 적게는 10억 원에서 많게는 몇 십억 원까지 비용이 들어갔으며 여기에 기회비용과 그동안 들어간 이자비용 등을 합쳐 추산하면 100억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실수요를 위해 유지했던 사무실 비용과 토지에 대한 일부 계약금, 그리고 인허가를 위해 용역업체에게 준 일정부분의 비용과 보이지 않게 발생되는 비용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문제는 향후 있을 실수요 검증에서 통과되어 사업이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실수요를 검증 받지 못하면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은 물론 앞으로 들어가야 할 비용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수요 검증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이 이번 실수요 검증이 마지막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동안 실수요 검증을 위해 함께 참여했던 토지주들과 실수요자들에 대한 신뢰 문제도 상당히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사용하겠다는 기업에서 사업이 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기본적인 의심부터 시작해 신뢰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며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또 다른 시행사 대표는 “사업을 믿고 기다려준 토지주들도 이제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있는 돈 없는 돈 다 넣었는데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지금 피해는 시행사들이 보고 있다”며 고통을 토로했다.

실수요 검증 담긴 시행규칙 어디에?
지난 12월에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실수요검증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며 6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실수요 검증을 빨리 하겠다던 국토부의 움직임이 처음과 다르다는 것이 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이다.

관련 업계는 실수요 검증에 대한 시행규칙 개정이 너무 늦어지고 있어 그 속내가 궁금하다는 것. 업계에서는 지난 12월을 기준으로 1년 6개월여 동안 업계들의 의견을 이미 청취한 상황에서 3월이나 되어 입법예고 된 것부터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3~4월에 실수요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 있었다면 입법예고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며 의문을 나타냈다. 빨리 실수요 검증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더 신속한 입법예고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한 3월 7일 입법예고 된 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을 40일로 한 것도 의도적인 시간 늦추기 아니냐는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실수요 검증반’으로 명시했다가 입법예고가 끝나는 날인 4월 15일 도시첨단물류단지의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시행규칙에 ‘실수요 검증위원회’로 다시 입법예고 한 사항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갖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제 2차 물류시설개발종합계획’의 규정을 수정하여 이를 기반으로 실수요를 진행해 왔고 현재도 이 규정이 유효한 상황에서 실수요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시행규칙의 부재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이 규정이 법적인 근거가 되지는 못하지만 법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이를 바탕으로 실수요 검증을 해왔다는 점에서 지금에 와서 못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국토부 담당자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시간 끌기가 아니냐는 분노 섞인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수요 검증이 실시된 후 10개 물류단지가 검증을 통과했지만 아직도 착공 한 곳이 없다는 점에서 국토부가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과를 시킨 물류단지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실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안 되면 감사를 받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3월에 입법예고한 시행규칙 개정안은 지난 5월 3일 ‘실수요 검증반’에서 ‘실수요 검증위원회’로 명칭과 내용이 일부 수정되어 법제처 심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4월 15일 ‘실수요 검증위원회’로 명칭이 바뀐 시행규칙의 입법예고 기간이 5월 6일까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입법예고가 끝나지 않은 시행규칙을 법제처 심사 신청이 가능한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법제처 담당자는 “국토부에서 절차를 거쳐 심사요청을 들어온 것으로 현재 심사 중이며 이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담당자는 “입법예고 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명칭과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실수요 검증을 실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는 것은 법제처와 좀 더 세밀한 검증을 위해 협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업 안 해도 좋다. 제대로 검증해라”
실수요 검증을 오랫동안 준비해온 업체들의 공동적인 바램이다. 희망고문하지 말고 정확하게 검증해서 안 될 것 같은 사업은 사업자들이 판단해서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불가능하다면 아웃시켜도 상관없다. 다만 납득할만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실수요 검증을 신청하겠다는 또 다른 시행사 대표는 “그동안 국토부를 믿었는데 많이 지친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그동안 해왔던 것 보다 더욱 완벽하게 준비해서 마지막으로 실수요 검증을 신청할 것”이라며 “만일 이번에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실수요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그에 대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동안 국토부는 일반물류단지의 실수요 검증과 관련해 많은 의혹들을 양산해 왔다. 또한 의도 됐든 의도되지 않았던 현재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국토부는 오는 6월 일반물류단지 실수요 검증에 대한 신청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가오는 6월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이 모두 마련된 일반물류단지의 실수요 검증이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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