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소용량 등 1인 가구 맞춤 포장 대거 등장

포장은 사회를 나타내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항이 포장된 제품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의 포장이 다르고, 경제 수준이 높은 국가와 낮은 구각의 포장이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포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회의 특성과 구성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알 수 있다.

최근 유통시장에서는 소포장과 즉석식품 관련 포장이 많이 보인다. 1인분씩 담은 포장과 간단하게 조리해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용 포장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는 모두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1인 가구를 위한 것들로, 한 사람이 한 번에 먹거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원하는 1인 가구의 수요를 포장에 그대로 반영한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과일 한 ‘알’, 시리얼 한 ‘봉’씩 구매하는 ‘알봉족’
과거 우리 사회는 하나의 가정이라 함은 4인 가족을 뜻했다. 지금은 다르다. 만혼과 비혼이 늘어나고 이혼, 사별 등도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1인 또는 2인 가구가 4인 가구 못지않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비형태도 바꿨다. 과거의 4인 가족이라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1봉지 5개들이 과일을 문제없이 살 것이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사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다. 최근에는 저렴한 패밀리 팩 제품보다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는 소용량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다. 많이 사서 득을 보는 대용량 제품보다 약간 비싸도 낭비 없는 소용량 또는 1인분씩 포장된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제 ‘필요한 양과 크기’가 변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과 다른 1인 가구의 소비형태는 ‘알봉족’이라는 신조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알봉족’은 곡식이나 열매의 개수를 세는 단위 ‘알’과 봉지 등에 담긴 물건을 세는 단위 ‘봉’을 합친 말로, 과일 한 ‘알’, 시리얼 한 ‘봉’씩 소량구매를 원하는 소비층을 일컫는다. 이 알봉족의 대다수가 1인 가구이다.

유통업계는 알봉족들을 위해 대용량 포장이 대부분이었던 과일, 채소를 한 알 혹은 한 봉지씩 포장해 팔거나 시리얼, 쌈장, 김치, 견과류, 각종 반찬과 즉석 조리 식품도 1인분씩 담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다.

‘알봉족’을 위한 소포장 신선식품 매출 급등
실제로 1인 가구가 유통업체 가운데 가장 많이 찾는 편의점의 소포장 신선식품 매출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GS25편의점의 올해 1분기 과일·채소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42.7% 급증했고 CU편의점의 올해 1분기 채소·과일류 매출도 지난해 동기 대비 17%가량 늘었다.

세븐일레븐의 소포장 과일 1분기 판매량도 지난해 동기 대비 31.7%가 상승했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소용량 채소류도 11.2% 신장했다.

세븐일레븐에서 1분기에 가장 많이 팔린 과일은 사과(1입), 바나나(3입), 과일 3종세트, 감귤, 방울토마토 등이고, 채소는 절단 대파(110g), 청양고추(70g), 양파(180g), 애호박(1입), 깐마늘(70g) 등으로 모두 소포장 신선식품이 차지했다.

특히 신선식품의 용량별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소포장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세븐일레븐의 올해 1분기 1개짜리 계란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32.2%, 5개짜리는 10.7% 증가한 반면 10개짜리는 4.6% 늘었고 30개짜리는 14% 감소했다. 판매비중을 봐도 1개짜리 계란은 지난해 1분기 24.1%에서 올해 1분기 28.9%로 늘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반해 5개짜리 이상은 비중이 줄었다.

편의점 3사, 소포장 신선식품 잇따라 출시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편의점 3사는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소포장 신선식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먼저 CU는 양파, 감자 등 채소류를 소포장 단위로 포장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990원 시리즈’를 출시했다. 또 사무실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과일을 1인분씩 담은 ‘믹스과일’을 선보이고 있다.

GS25는 계란과 육수, 채소 후레이크 등을 넣은 다음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간편계란찜세트’를 선보였다. 이밖에 맥반석에서 구운 전북 고창 고구마를 영하 40도에서 급속 냉각한 아이스군곡구마 ‘설마’, 계란을 살짝 익혀 비빔밥이나 라면 등에 넣어 먹기 좋도록 개발한 ‘비빔반숙란’ 등도 1인 가구를 겨냥한 식품이다.

세븐일레븐은 1〜2인 가구와 캠핑족을 겨냥한 ‘한끼’ 잡곡쌀 3종을 출시했다. ‘한끼 통귀리쌀’, ‘한끼 찰진혼합곡’, ‘한끼 흑색혼합곡’ 등 3종으로 40g씩 담겨있다. 밥 4공기를 기준으로 백미 360g과 잡곡 40g 한 봉지를 섞어 밥을 지으면 잡곡밥이 완성된다.

‘한끼’ 잡곡은 세븐일레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상사가 공동 개발한 상품으로, 마트와 슈퍼에서는 20입, 10입 박스 단위로 판매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1봉지씩 낱개로 구입할 수 있다.

맛있게 뚝딱 먹을 수 있는 HMR 포장도 인기
1인 가구를 위한 또 다른 포장으로 HMR, 이른바 가정식 대체식품(Home Meal Replacement)용 포장을 꼽을 수 있다.

HMR은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일종의 즉석식품으로, 식재료 구입부터 재료 손질, 조리, 섭취, 정리 등의 과정을 최대한 생략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음식의 재료들을 손질한 후 어느 정도 조리한 상태를 가공·포장하기 때문에 데우거나 끓이는 등 단순한 조리 과정만 거치면 음식이 완성된다.

HMR은 레토르트포장, 무균충전포장, 칠드포장, 냉동포장 등의 최신 포장기술로 완성했기 때문에 기존의 냉장·냉동식품에 비해 신선도가 높다. 더욱이 맛과 영양이 뛰어나기 때문에 1인 가구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식품업계는 HMR시장의 급속 성장을 예상하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컵반’은 즉석밥 ‘햇반’을 국밥 또는 덮밥 형태로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올해 2월까지 누적 판매량 1천만 개 이상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풀무원은 ‘곤드레보리밥’, ‘산채나물비빔밥’ 등 다양한 냉동밥을, 청정원은 ‘상하이짬뽕밥’, ‘사골미역국밥’ 등 컵국밥을 판매 중이다.

대형마트도 HMR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이마트의 ‘피코크’, 홈플러스의 ‘싱글즈프라이드’, 롯데마트의 ‘요리하다’ 등이 1인 가구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이마트의 ‘피코크’는 매출이 2013년 340억 원, 2014년 560억 원, 2015년 830억 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손쉬움과 편의성을 추구한 HMR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HMR시장의 핵심인 포장에 대한 연구·개발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높은 보존성, 조리하기 쉬움은 물론 그릇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온더테이블(on-the-table)기능 등 다양한 방면에서 연구가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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