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관 공간을 제공해주는 개인 물류서비스 시대 열린다


주거 환경과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면서 물류의 기능들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물류서비스를 기업이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대에서 내가 바로 받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온디맨드(On-demand) 시대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주변에서 물류를 접할 수 있는 부분은 배송이다. 택배를 비롯해 스타트업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는 배송서비스들은 모두 물류의 영역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제는 배송에 관련된 것 외에도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물류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공간을 개인에게 공간을 임대해 주는 셀프스토리지이다.

개인형 물류센터 ‘셀프스토리지’
물류의 5대 기능인 포장, 보관, 하역, 운송, 정보관리 중 공간 활용을 필요로 하는 보관은 물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류에서 보관 기능을 담당하는 물류센터는 기본적으로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효율이 크게 달라진다. 또한 보관 공간 내에서 제품을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가치가 달라질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보관에 대한 개념은 B2B의 형태, 즉 기업이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물류센터에 보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여가 생활과 취미 활동을 위한 물품을 보관하는 형태, 즉 B2C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셀프스토리지는 물류센터의 축소판이다. 물류센터와 셀프스토리지 모두 필요에 따라 공간을 임대해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공간으로 물류센터는 기업이 대량의 상품을 보관하는 공간이라면 셀프스토리지는 개인이 필요에 따라 필요한 물품을 보관하는 공간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미국, 일본은 꾸준한 성장, 한국은?
영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셀프스토리지는 현재 미국이 가장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미국 Self-Storage Association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셀프스토리지 보급률은 10%이며 시장 규모는 2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 이후 급성장하기 시작한 미국은 연평균 5%의 성장률을 보이며 경기침체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시장이다. 미국의 셀프스토리지는 약 5만개의 보관 시설을 3만개 업체가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다. 형태는 광역대도시 인근의 저 효율 건축물을 개발해 셀프스토리지로 전환하는 형태를 많이 보이고 있다.

일본의 셀프스토리지는 트렁크 룸으로 불리며 1970년대부터 시작 됐다. 일본 트렁크룸 기업인 큐라즈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보급률은 0.3% 수준이지만 시장규모는 5,500억 원으로 매년 10% 정도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셀프스토리지 시장은 2008년 이후 상위 3개사가(큐라즈 23%, 라이즈박스 16%, 헬로스토리지 14%) 시장의 5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의 셀프스토리지는 1990년대 해외이주화물 업체에서 국내에 보관하는 이주 잔여물을 컨테이너에 보관하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지난 2007년 후반부터 창고 형태의 셀프스토리지가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이후 도심 내에 위치하는 인도어(In-Door) 셀프스토리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셀프스토리지는 사실 쉽지 않은 시장으로 미국이나 일본처럼 전체적인 시장 규모를 추산하기에도 어려운 시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빙그레가 2007년부터 성장 동력으로 키웠던 셀프스토리지 사업을 빙그레 물류부문에서 분사한 KNL물류에 주식 전량을 매각하면서 포기하기도 했다. 빙그레 측은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셀프스토리지 시장이 아직까지는 활성화 되지 못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것이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사업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타기에는 시기상조인 것이다. 다만 1인 가구의 증가로 개인물품의 보관 수요 증가와 레저인구의 증가, 주거공간의 소형화 등에 따라 시장의 잠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셀프스토리지,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공급 늘어난다?
국내 셀프스토리지 시장에서는 도심 내에 위치하는 인도어 스토리지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해외 셀프스토리지 기업이 서울 도심 내에 셀프스토리지를 입점했고 국내 기업들도 서울 도심에 속속 셀프스토리지를 오픈하고 있다. 폭발적이진 않지만 점차적인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받아 공급에 탄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빌딩 임대가 잘 되지 않으면서 공실이 발생하고 되고 이를 셀프스토리지로 만들어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형태의 공급이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강남의 경우 지하공간의 공실이 많아 외국계 부동산회사에서 셀프스토리지를 제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로 인해 기존의 물류기업이 아닌 신사업 측면에서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또한 성장하는 셀프스토리지 시장에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시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지역에 맞는 서비스가 중요한 포인트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면서 지역 특색에 맞는 서비스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셀프스토리지의 사용 주체는 인근에 거주하는 일반인들이기 때문에 그 지역 특색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늘어나는 수요를 잡을 수 있다는 것.

오랫동안 셀프스토리지 사업을 해온 더박스의 윤해병 이사는 “회사, 자영업자, 취미생활에 관련된 장비, 가재도구 등의 니즈가 있는데 지역에 맞게 상품으로 전환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면서 “지역에 특화시켜야 한다. 해외의 경우 생활권에서 2~3km를 벗어나 있는 셀프스토리지는 고객들이 사용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상품을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사업이고 먼저 제시해야 하는 사업이라서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경우 와인전용, 미술품 전용 등 여러 가지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와 관련된 부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술품 전용 트렁크룸에서 직접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고객에 대응하고 있는 것.

국내에서도 전용 셀프스토리지를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서비스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통해 잠재적 수요를 실제 수요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인 만큼 공간에 대한 상품가치를 알고 있는 기업에게 유리한 시장으로 물류기업이 주목해야 할 시장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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