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이 신정동 보다 우위에 설 듯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도시첨단물류단지의 시범사업자 선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하림이 양재동 한국화물터미널을 매입하면서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사업자 선정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또한 지난 4월 한진이 중부대전물류터미널을 인수하면서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 선정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는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도시첨단물류단지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어 올 4월에는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입법예고 했으며 6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토부는 시행령·시행규칙이 공포·시행 되는 시점에 맞춰 시범단지 5곳을 선정 할 계획이다.

대상지는 노후화된 34개 일반물류터미널과 124개 유통업무설비(도시계획시설)로 이중 도시에 입지해 있고 기능 개선이 필요한 시설들을 지정할 예정이다. 또한 단지지정 시, 입지규제, 업종규제 등을 완화하여 고밀도 복합개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국토부의 계획이다.

하림 인수에 양재동 한국화물터미널 급부상
서울지역의 대상지역은 크게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 양재동 한국화물터미널, 장안동 동부물류터미널과 유통업무설비가 있었지만 서부트럭터미널이 서울에서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사업자 선정 후보로 매우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서부트럭터미널이 도시첨단물류단지의 법적 후보지이며 이 부지가 물류 및 유통 복합 시설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장안동 동부물류터미널(19,763㎡)의 경우 신정동 서부트 럭터미널(112,111㎡)이나 양재동 한국화물터미널(96,517㎡)에 비해 부지 규모가 작아 시범단지 사업자 선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의견이었다. 또한 양재동 한국화물터미널의 경우 그동안 개발 사업자가 공석인 상황에서 새 주인을 찾기 전에는 개발이 어렵다는 것이 공론이었다. 하지만 하림이 양재동 한국화물터미널을 NS홈쇼핑의 자회사인 엔바이콘을 통해 전격적으로 매입하면서 시범사업 부지 선정에 유리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하림그룹의 김홍국 회장이 모 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종합식품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며 이를 위해 양재동 한국화물터미널을 개발해 수도권 특급 배송을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히면서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관련 법령이 통과되는 상황을 인지해 매입을 서둘렀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양재동, 실수요 검증에서 신정동 보다 유리…변수는?
이번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선정이 전국에서 5곳을 선정하는 만큼 서울에서 한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두 부지 모두 선정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시범사업 대상 부지가 많은 상황에서 서울에서 두 곳을 선정하면 다른 시도에서 반발한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 때문에 서울에서 한 곳을 선정한다면 현재 상황에서는 서부트럭터미널 보다 한국화물터미널의 선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양재동 한국화물터미널의 시범사업자 선정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양재동 한국화물터미널을 매입한 기업이 제조와 유통을 하고 있는 하림이기 때문이다. 도시첨단물류단지의 시범사업도 국토부의 실수요 검증을 거쳐야 하는 만큼 물동량을 가지고 있는 하림이 유리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3월에 국토부에서 발표한 실수요 검증 세부평가기준에서 제시한 내용을 보면 거의 대부분의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인 것. 이와 반대로 서부트럭터미널은 실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투자의향서의 신뢰도에 있어서 한국화물터미널에 비해 낮은 점수를 얻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곳이 함께 신청해서 한곳만 시범단지로 선정된다면 아무래도 물동량을 가지고 있는 하림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업수행능력 측면에서도 서부트럭터미널이 탄탄한 기업이기는 하지만 지난해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하림보다는 힘이 약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하림은 전북 익산에 대규모 식품가공공장 단지를 조성하고 있어 양재동 한국화물터미널이 도시첨단물류단지로 개발 될 경우 기존의 생산, 판매에 물류까지 포함하는 전체적인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사업 선정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이다.

다만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만에 하나 하림이 시범단지 선정 이전에 사업부지의 매입대금을 치르지 못할 경우 상황은 다시 변할 수 있다. 또한 서울의 경우 공공기여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 된다. 국토부에서 실수요 검증을 통해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선정하더라도 결국 인허가 권한은 서울시에 있기 때문이다.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관련된 사항을 협의해야하는 만큼 서울시와 얼마나, 어떠한 형태로 공공기여를 하는냐에 따라 상황이 변화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 외 지역도 치열한 선정 될 듯
서울이 양자 대결이라면 지역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후화된 일반화물터미널의 경우 서울을 제외한 사업 대상지는 31곳이다. 하지만 이중 도심에 위치해 있지 않은 일반화물터미널 7곳을 제외하면 24개 화물터미널이 대상 사업지가 된다. 이중에서 4곳이 선정되는 것으로 경쟁률은 6:1 수준이다. 하지만 유통업무설비까지 포함하면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 선정 확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본 사업이 아닌 시범사업인 만큼 최초에 국토부가 설명한대로 시설이나 기능이 노후화 된 화물터미널이나 유통업무설비로 한정하고 복합적인 기능이 들어가야 하는 것을 기준으로 규모가 있는 부지를 대상으로 할 경우 대상지는 많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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