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시장에 필요한 것은 번호판 아닌 공정한 운임”

최근 화물운송시장이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화물운송선진화법 때문이 아니다. 선진화법은 행정처분이 명확하지 않아 생각보다 파급력이 없다는 말을 듣고 있다. 지금 화물운송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은 영업용 화물차 허가제 재검토 논란이다. 전자상거래 확대로 택배차량 부족이 심화되고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값이 계속해서 오르니 시장 문을 활짝 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등록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경기도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의 고달원 이사장을 만나 이슈가 되고 있는 허가제와 등록제, 시행되고 있는 화물운송선진화법 등 화물운송시장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국내 화물운송업계의 든든한 버팀목
경기도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이사장 고달원, 이하 경기화물자동차협회)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50조에 의거해 운수사업자의 공동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설립된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의 경기지부로, 우리나라에서 운행되고 있는 화물자동차의 1/4에 해당하는 5만여 대가 가입된 국내 대표 운송사업단체이다.

고달원 경기도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은 “우리 협회는 1954년 설립 이래 현재까지 화물자동차운송사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며 “경기도의 2,000여 운송기업, 5만 운송차량을 대표하는 단체”라고 소개했다.

60여 년 전 2,000여대로 출발한 경기화물자동차협회는 현재 가입차량이 5만여 대를 넘어서는 등 협회 규모가 25배가량 성장했다. 커진 규모만큼 운송사업자들을 대변하는 목소리 역시 커져 국내 화물운송업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취임 1년, 운송사업 안전화 도모에 집중
취임 1년을 맞은 고달원 이사장은 올해 회원사들의 운송사업계획 변경, 종사자 자격증명, 종사자 교육 등 협회 고유의 업무인 위탁행정업무와 관련한 서비스 제고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대폐차업무 등 정부 위탁 사무의 성실한 이행과 공약사항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운송사업의 안전화를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올해 본격적으로 행정처분 시행이 예상되는 화물운송실적신고제와 최소운송의무제에 적극 대응하겠다. 화물운송사업을 대표하는 협회의 장으로서 법과 현실에 괴리가 있는 부분을 적극 발굴해 개선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례로 1대 특례사업허가제도 개선과 차고지 감경 적용의 법제화 등을 들었다.

“차고지 감경 적용의 법제화는 협회의 지속적 건의로 인해 경기도로부터 각 시군에 협조요청 공문이 시달됐음에도 불구하고 관할 관청의 미온적인 행정업무 처리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적극 해결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 조속히 현실화할 것이다.”

또한 민원봉사실을 확대 운영해 위탁업무처리 시 회원들의 시간·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고 민원서류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한편, 장학사업과 불우이웃돕기, 교통안전캠페인 등을 통해 경기화물자동차협회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협회 위상 제고에 힘쓸 것이라 말했다.

 

“큰 공약도, 작은 공약도 반드시 지킨다”
고달원 이사장은 1년 전 내세웠던 4가지 공약을 소개하며 공약 실천을 다짐했다.

“큰 공약도, 작은 공약도 협회원과의 약속이라 생각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다. 회원과의 약속인 공약을 제대로 실천해 믿을 수 있는 경기도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가 될 것이다.”

고 이사장은 첫 번째 공약으로 협회·공제조합의 정상화를 내세웠다. 협회·공제조합의 경영 실태를 파악해 회원사에게 알리고 정상화 추진방안을 이사회 안건으로 처리한 후 강력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현재 투명한 운영과 회원과의 적극적인 소통 등을 실천하고 있다”며 “회원과의 소통을 위해 올해 1월부터 협회 소식지를 발간하고 있는데 회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현재 협회는 이사회 회의발언 내용, 연합회회의 질문·답변 내용, 공제자문회의 내용, 이사장 외 임직원 동향 등 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모든 사항을 소식지에 게재해 전 회원에게 배부하고 있다.

두 번째 공약은 화물운송사업법의 전면 개선. 고 이사장은 “화물운송사업법을 전면 개정할 수 있도록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와 함께 의원 입법을 추진 중”이라며 개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 협회·공제 공동으로 협회화물센터를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고, 실제 차주에게 물량을 공급해 배차하는 실질적인 운송사업의 추진, 고정 물량이 없는 회원사 차량의 화물콜시스템의 설치·운영 등을 추진 중이다. 관련 사항은 이사회 회의 안건 의결 후 장기적으로 투명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위수탁제도와 차고지 감경조치 등의 입법화, 공 T/E 충당, 대폐차제도 개선 등을 추진한다.

“공 T/E 충당은 7월부터 톤급으로 충당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또한 대폐차제도에 관한 개선사항은 운송사업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대안을 마련 중이다”라며 “지난 1년 동안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 일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내일의 협회, 내일의 화물운송시장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허가제 유지·증차 반대…선제적 방안 강구
고달원 이사장은 대도특수운수(주)와 대도종합물류(주)를 20여 년간 이끌며 국내 화물운송업과 동고동락 해온 화물운송사업자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부의 영업용 화물차 허가제 재검토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면허제, 등록제, 허가제를 모두 경험했던 고 이사장은 현재 국내 화물운송시장에 가장 적합한 제도는 허가제라고 단언했다.

“전자상거래시장 확대 등으로 택배물량만 늘어났을 뿐, 그것을 뺀 나머지 물동량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증차는커녕 차를 줄여도 시원치 않을 상황”이라며 “이번 증차 논란은 물동량이 얼마나 되는지, 화물운송시장 상황이 어떠한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시작된 것이다. 업계 상황을 가장 잘 아는 협회가 중심이 돼 증차의 부당성을 적극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영업용 번호판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번호판 재테크’라는 말도 나오는데, 그 논리라면 번호판값이 1억이 넘는 택시는 왜 증차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1999년 등록제 시행 당시 번호판이 풀리자 무분별한 시장 진입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졌었다. 등록제 시행은 그 당시, 그 과거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화물운송서비스의 하향평준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협회는 등록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부분의 회원들이 현행 허가제 골격을 유지하길 바라고 있다. 증차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회원사들의 뜻에 따라 연합회와의 연계 등을 통해 선제적 방안을 강구하고 관련 부처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운임 현실화로 새로운 화물운송사업시대 열 것”
고 이사장은 현재 화물운송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운임 현실화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부족한 것은 번호판이 아니라 공정한 운송료”라며 “차가 있어도 물류회사나 화주의 운송 단가가 낮아 일할 운전자가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유가가 하락하면 화주가 그만큼 운임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심지어 일부 화주는 정부가 주는 유류 보조금을 빌미로 운임 하락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운임 문제는 당장 해결해야할 시급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고된 운송업무를 마친 운송근로자들이 일한만큼 정당한 임금을 가지고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협회는 물론 정부 차원의 대응, 그리고 화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고 이사장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가장 큰 재산은 시간이라 생각한다”며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내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 남은 임기동안 모든 시간을 경기화물협회를 위해 바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또한 “비정상적인 제도와 관행을 일소하고 내부에서부터 개혁을 이뤄 신뢰를 회복하겠다.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주시길 바란다. 위대한 정신을 가진 자만이 위대한 발전을 이룩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하는 고 이사장의 얼굴에서 굳은 결의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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