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리스 계약 잘못했다 매월 수억 원씩 적자보는 기업 늘어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물류부동산 투자사와 물류회사의 관계를 악어와 악어새로 비유하곤 한다.

물류센터를 보유 중인 물류부동산 투자사는 건실한 물류기업이 장기간 임대해 사용하면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어 좋고, 물류기업은 초기 투자비용 없이 자신들의 거점처럼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를 악어와 악어새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둘의 관계가 공생관계처럼 보이지만 종종 악어에게 잡아먹히는 악어새처럼 때론 어느 한 쪽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관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에는 물류센터를 보유 중인 물류부동산 투자사와 계약해 피해 아닌 피해를 입는 물류기업들이 증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의 대다수가 대기업 물류회사들이다. 외형상으로는 전혀 문제될 것 없어 보이던 물류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마스터리스 계약으로 매월 수억 원씩 적자 발생
최근 물류부동산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나 기관투자자들은 물류부동산이 갖고 있는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매각 주체에게 세일즈앤리스백(Sales & Lease back)이나 마스터리스(Master Lease)의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물류부동산 투자사 입장에서는 일정한 기간 동안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받기 위한 조치이지만, 계약 조건에 따라 물류기업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물류기업들이 세일즈앤리스백이나 마스터리스를 하는 경우 기본적인 임대 기간은 약 5년에서 7년 이상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물류시설물의 소유자인 펀드나 리츠 등의 수익률을 장기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으로 인건비, 유류비 인상 요인이 발생해도 정해진 비용을 꾸준히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의 환경이나 상황이 변하면 물류기업에게 이는 하나의 리스크로 작용된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 내 공실이 발생할 경우 주변의 임대료 시세와 상관없이 높은 가격에 형성된 임대료를 그대로 보장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공실을 채우기 위해 임대료를 주변 시세에 맞게 조정하면 일은 일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나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업계에서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장기간 임대 계약해 운영 중인 국내 굴지의 대형 물류기업인 H사는 사업 초기 설정된 높은 이자율로 인해 적자 운영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곳에 함께 마스터리스를 참여했던 한 물류회사는 최근 임대료 6개월분에 달하는 패널티를 지불하고, 사업에서 빠져나왔다.

이 회사가 지불한 6개월분의 임대료는 약 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월 수억 원씩 발생되는 적자를 향후 몇 년간 감당할 바에 40억 원을 지불하고 사업을 철수하는 게 오히려 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H그룹의 물류회사 역시 마스터리스 계약을 후폭풍으로, 매월 4억 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월 발생하는 적자로 인해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며, 2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파이낸싱 요구하는 물류기업, 꼼짝 안하는 투자사들
물류기업들과 부동산투자자들이 체결하는 마스터리스 계약은 사업 초기에는 다소 이자율이 낮지만 시간이 갈수록 오르는 구조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사업 초기 물류기업들은 우선 물류센터를 채우는 것을 목적으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영업을 실시하지만 점차 높아지는 이자율은 어느 순간에는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고, 고스란히 적자운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물류부동산 투자사들과 마스터리스 계약을 체결한 여러 물류업체들은 투자사들을 상대로 수익률 조정을 요청하거나 리파이낸싱(Refinancing)을 진행해서라도 해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조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리파이낸싱에 성공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2월 수도권에 위치한 대규모 복합물류단지를 운영 중인 S사의 경우 투자사와 수익률 조정을 실시해 2% 정도를 낮추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계약 시 감액청구권 등의 조항 넣어야
전문가들은 마스터리스나 세일즈앤리스백을 통해 물류거점을 확보하고자 하는 물류기업들이 향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계약서의 조항을 잘 확인해야 하고, 가능하면 ‘감액청구권’ 등을 삽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오피스의 경우 물가상승률만큼 임대료가 인상되는 형태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물류부동산 쪽에도 이와 똑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물류시장의 특성상 임대료가 인상되기 어렵고, 물류를 운영하는 기업들도 외부 시장 환경에 영향을 받아 물동량의 변동으로 사용 공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수익률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마스터리스나 세일즈앤리스백을 하는 기업에게 감액청구권은 아주 중요한 장치 중 하나이지만 사실 계약서에 내용을 넣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업 초기에 전체적인 키를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면 이를 포함시키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보다 양 측이 공생하기 위해서는 계약서상의 감액청구권 조항을 넣어 함께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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