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자동차·창고로봇 등 등장…일자리 줄고, 서비스 평준화될 수도

오늘날 많은 물류기업들은 힘든 일이 많은 물류현장을 기피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자동화 도입을 희망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로봇 등의 실용화가 하루 빨리 이뤄지길 원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물류산업의 무인자동화가 마냥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을까? 물류비용에 대한 퍼포먼스는 단계적으로 향상되고, 물류 기피업종 등에 당장의 고민은 해결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물류환경이 전개됨으로써 또 다른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독일의 경영컨설팅사 ‘롤랜드버거(rolandberger)’가 발행한 보고서 ‘Logistics 4.0 : 물류 비즈니스에 있어서 새로운 이노베이션’를 기반으로 물류 4.0시대의 예상 물류환경 변화를 살펴보았다.

수송 프로세스의 인력 절감화
물류 4.0 혁신에 의한 인력 절감화로 가장 큰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 물류 프로세스는 화물차 수송이다. 국내 화물수송량 중 화물차를 이용하는 비율은 상당히 크다. 그리고 기업들이 지불하는 물류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역시 운송료다. 그리고 운송료의 대부분은 운전자의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다.
무인자동차의 실현은 물류비용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의 트럭제조사인 다임러(Daimler)는 2025년까지 실용화를 목표로 자동운전트럭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에 공개된 자동운전트럭 ‘프라이트라이너 인스피레이션 트럭(Freightliner Inspiration Truck)’은 교통량이 많은 고속도로를 시속 80km로 자동 주행할 수 있다. 이미 독일과 미국의 공도에서 시험주행을 시작했으며, 언론에도 공개된 바가 있다.

물론 한번에 ‘운전자의 불필요화’를 실현할 수는 없다. 다임러의 ‘프라이트라이너 인스피레이션 트럭’도 우선은 고속도로에서의 자동운전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나 눈이 내려 노면 상태를 확인할 수 없으면 운전자가 직접 운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예외를 염두에 두고 현재 부분적인 자동운전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법률이나 자동차보험제도의 재검토도 필요하다. 완전한 자동운전을 실현하기까지 다양한 장벽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의 부분적인 자동운전이라도 물류비용 구조에 큰 충격을 줄 것은 틀림없다. 장거리 운전자를 장시간 운전이라는 중노동에서 해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주행 중에 잠을 자거나 배송주문 등에 대응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특정구간 또는 단거리 운송의 경우, 화물차를 타고 있기만 하는 운전자 아르바이트가 늘어날지도 모른다. 화물차 운전자의 인건비는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라스트 원마일(last one mile) 배송에서는 드론의 실용화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그 흐름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것은 아마존이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30분 이내에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드론배송시스템 ‘아마존 프라임 에어(Amazon Prime Air)’의 실용화를 위한 시험비행을 각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 물류회사인 DHL은 드론을 외딴 섬에 대한 긴급수송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DHL이 개발한 드론 ‘파셀콥터(Parcelcopter)’는 약 45분간의 연속 비행이 가능하며 2014년부터 북해 연안의 위스트섬으로의 시험수송을 시작했다. 당분간 유럽의 외딴 섬을 주 대상으로 하고, 향후 수송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드론의 활용은 라스트 원마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구내 운송, 설비검사 도구로서의 활용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대형 플랜트 엔지니어링기업인 일본의 치요다화공건설은 드론을 활용한 자재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대형 플랜트 건설에서는 넓은 부지에 위치한 100만점 이상의 자재를 관리하기 위해 300명 정도의 인원을 투입하고 있는데, 각 자재에 설치한 IC태그를 드론으로 체크하도록 하면 이 인원수를 3분의 1정도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치요다화공건설과 같이 재고 관리에 드론을 활용하는 일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세계 최대 엔진제조사 롤스로이스(Rolls-Royce)는 드론선의 개발·실용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육상에 설치한 집중제어실에서 복수의 수송선을 제어, 조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물차의 자동운전과 마찬가지로 선원이 필요 없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선원 거주공간이 필요 없어져 연비 효율 향상, 적재 공간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해적의 습격 등으로 인해 선원이 위험해질 일도 없어진다. 법제도, 보험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겠지만, 화물차 자동운전 이상으로 큰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하역작업의 인력 절감화
1990년대부터 자동창고, 자동분류기와 같은 물류기기가 보급돼 제조사의 재고 거점을 중심으로 하역 자동화가 진행된 바가 있다. 그러나 그 보급 범위가 한정적이었다. 화물의 모양, 특성에 맞는 전용 시스템이 각각 필요해 다양한 화주의 화물을 취급하는 영업용 물류창고에서는 활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창고로봇의 등장은 하역작업의 자동화 범위를 비약적으로 확대시킬 것이다. 현재 ‘사람’이 대응하고 있는 작업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2012년에 로봇제조사 키바시스템(Kiva Systems)을 인수하고 피킹프로세스의 근본적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창고로봇 ‘키바(Kiva)’는 청소로봇을 조금 크게 만든 듯한 형상으로, 선반 밑에 들어가 출하하는 상품을 선반 채로 이동한다. 아마존에서는 피킹 작업자가 하루에 20km이상 걸어야하는 노동환경이 문제가 됐었다. 그런데 ‘키바’를 도입하면서 ‘작업자의 보행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키바’는 이미 1만 5,000대 이상 도입돼 각 물류센터의 노동생산성을 대폭 높였다. 현재 아마존은 선반에서부터 상품을 꺼낼 수 있는 피킹로봇도 개발 중이다. 사람이 직접 해야하는 프로세스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히타치제작소는 아마존의 ‘키바’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무인 반송차 ‘라크루(Racrew)’를 2014년에 개발했다.

‘라크루’는 히타치물류의 물류센터에 도입됐는데, 피킹프로세스의 인력 절감화에 기여하고 있다. 2015년에는 상품을 찾아 포장하는 프로세스에 대응한 자율이동형 양팔로봇을 공개하는 등 아마존에 견줄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지게차에도 기술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운전이나 창고로봇과 같은 자율제어기술이 확립되면 운전자 필요성, 하역작업의 저속성 등 기존 무인지게차의 과제를 해소할 수 있다. 오늘날 기술 혁신의 속도를 감안하면 창고 내 지게차가 모두 자율 제어될 날도 멀지 않았다.

이와 함께 작업자의 노동부하를 경감하는 기술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장착자의 근육 움직임을 보조하는 사이버다인의 파워슈트 ‘HAL’, 작업자를 자동 추적하는 ZMP의 반송차 로봇 ‘캐리로(CarriRo)’ 등 IoT를 활용한 새로운 물류기기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물류기기로 인해 물류현장에 당장 사람이 전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력 절감화는 확실히 이뤄지고 있다.

물류서비스의 평준화
IoT 진화는 물류에 관한 모든 기능과 정보를 폭넓게 연결하는 효과가 있다. 조달·생산에서부터 소매·배송까지의 공급망 전체가 연결됨으로써 어디에, 얼마만큼 물건이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기업·업계 간 물류기능과 정보가 공용됨으로써 물류회사나 운송수단, 경로를 보다 유연하게 변형시킬 수 있다. ‘물건’ 이외의 정보도 이어져 최적의 물류를 보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즉, 물류 4.0은 물류 인프라의 평준화를 통한 사회 전체의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최대 남성복판매체인인 아오야마상사는 물류관리에 RFID를 활용한 선구적 기업이다. 이 회사의 행거에는 RFID태그가 부착되어 있다. 입출하 정보가 센서로 자동적으로 추적된다. 물류센터에서는 행거에 걸어둔 의류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휠 시스템(wheel system)이 도입돼 있다. RFID를 이용한 ‘절대 단품 관리’에 의해 피킹에서 출하까지의 일련의 프로세스를 완전 자동화하고 있다.

보쉬(Bosch)는 생산·물류에 관한 정보를 거래처와 공유하는 ‘버추얼 트래킹(virtual tracking)’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거래처와의 물류에 사용되는 컨테이너, 파렛트에 RFID태그를 부착, 입출하 데이터 관리를 자동화할 뿐만 아니라 재고 적정화에도 활용하고 있다. 생산, 수송 상황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어 수급 변동, 수송 환경의 변화에 따른 생산·물류계획의 탄력적인 재검토가 가능하다.

아오야마상사와 보쉬의 대응은 특정기업·그룹 내에서의 사례이지만, 향후 업계의 표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오야마상사의 휠 시스템은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에서도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모든 물류정보가 관리되고, 운용 노하우도 디지털 데이터로 축적되고 있다면, 타사는 이 시스템을 구입하는 것만으로 동등한 물류 효율화를 실현할 수 있다. 보쉬의 버추얼 트래킹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기업들이 공용 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타 업계에서도 충분히 전개할 수 있다. 즉, IoT가 진화돼 물류의 디지털 관리 역시 진행되면, 기업·업계 간 차이가 축소될 것이다.

DHL의 솔루션벤더인 아그히라(Agheera)는 물류회사의 데이터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여러 물류회사의 데이터 시스템과 접속, 화주는 아그히라의 사이트에 접속하면 화물의 현재 정보를 한 번에 추적할 수 있다. 위탁하는 물류회사를 변경해도 관리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없어서 교체 비용을 크게 줄일 수도 있다.

아그히라의 오픈 플랫폼은 아직 시험적 서비스에 머물고 있지만, 물류회사와의 접속이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포털 사이트 기능을 할 수 있으며 충분한 화주를 확보하게 된다면, 포워딩사업의 환경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포워더가 지금까지 해온 역할을 오픈 플랫폼이 더 넓은 범위에서 효과적으로 대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