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의 일본 신유통업태 전략 (4)

글로벌공급망을 새로 구축한 무지(無印良品)
료힌게이카쿠의 무지(無印良品)가 경영 V자 탈환을 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에는 기획 개발, 제조에서 유통·판매까지의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해 국내외 글로벌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한 것이 있다.

2013년 중국의 GDC(Global Distribution Center)를 가동해 상품의 재고거점을 일본의 니가타센터에서 GDC로 이관했다. GDC에서 일본의 각 DC에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국내 DC 간 상품이동회수를 삭감하고 점포에서 공장까지의 전 공정을 자동발주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그 결과 과거 매출실적을 기초로 품목별 매출액을 예측하고 일주일 단위 발주량을 계산해 발주업무와 관련한 인원과 시간을 삭감하며 적정수량을 유지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무지(無印良品)는 글로벌로지스틱스 개혁의 제1단계로 점포-DC 간 자동발주시스템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다음 단계는 DC-GDC 간 운영 개시, 최종적으로는 GDC-생산거점 간의 시스템 구축을 지향하고 있다.

물류 혁신과 관련해서는 GDC를 기점으로 생산·재고를 적정화시켜 전 세계 각 거점에 글로벌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상품 조달에서 점포 공급까지 안정·안전한 공급, 물류비용 삭감, 상품유통정보의 집약화, 점포의 효율적 운영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발유통기업의 SPA모델과 비즈니스전략
야노경제연구소가 지난해 4월에 발표한 ‘국내 신발유통시장에 관한 조사결과 2014’에 의하면 2013년 일본의 신발유통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01.6%, 1조 3,750억 엔으로 2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의 1조 4,470억 엔을 정점으로 시장 규모가 점점 줄어들어 현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리해보면 일본 신발시장은 성숙시장으로, 구두전문점, 스포츠용품점, 백화점, 직매장, 온라인쇼핑몰 등의 기업이 난립해 격렬한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신발전문점인 ABC마트는 2015년 2월 결산에서 매출액이 전년대비 13.6% 증가한 2,136억 엔, 영업이익은 16.2% 증가하는 등 경이적인 수익을 거뒀다(신발업계의 평균영업 이익률은 7%정도).

라이벌기업인 치요다(CHIYODA)와 지풋(G-FOOT)의 실적이 늘지 않는 가운데 ABC마트만이 성장을 지속하는 이유는 업계 내 기존 유통구조에 한정하지 않고 새롭게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간 SPA비즈니스모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신발업계에서는 내셔널 브랜드(National Brand, 이하 NB) 상품의 브랜드파워가 소비자에게 침투돼 유통시장의 가격 결정력을 소비자가 아닌 제조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소매점에서 자사상품을 개발한다 해도 제조사와 비교해 브랜드력이 떨어져 경쟁력이 없고, 틈새시장에서 성공한다 해도 특화기업으로서 성공하기 힘들었다.

ABC마트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 매출의 70%
ABC마트는 1985년 국제무역상사로 시작, 단일브랜드의 수입상사로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1994년부터는 브랜드 신발의 생산 라이선스를 포함한 상표권을 취득하고 제조기능을 추가시켜 기존 도매업에서 소매업의 직영점체제로 변신했다. 또한 고객의 요구에 맞는 브랜드 신발을 적당한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반스(VANS), 호킨스(HAWKINS) 등 해외 유명브랜드 상표권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며 직영점의 브랜드이미지를 강화했다.

아울러 사내외 경영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SPA체제로 전환, 자사 기획상품을 저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로서의 지위를 확보했다. 그 결과 국내외 제조사와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됐고, 업계 내 지위를 공고히 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ABC마트의 직영점에서 판매되는 나이키, 아디다스, 퓨마 등 NB의 절반은 ABC마트가 기획하고 제안한 별도의 주문·한정모델이다. 글로벌브랜드사가 파악하기 힘든 로컬소비자의 요구나 유행을 파악한 후 NB상품으로 제작해 한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한정상품은 모두 판매될 때까지의 재고 부담은 있지만 다른 점포에서 구할 수 없는 ‘ABC마트만의 상품’이 돼 고정 고객의 획득, 단가 유지 등으로 이어졌다. 독자브랜드와 한정품을 합하면 전체 매출의 70%가 ABC마트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이 된다.


공통재고관리시스템으로 결품문제 해결
지금까지 ABC마트는 로드숍, 쇼핑몰, 아울렛 등 소상권 중심의 쇼핑센터나 교외형 점포(Roadside Store) 등을 중심으로 전개했었다. 앞으로는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게 위한 여성전용 매장 ‘NUOVO by ABC-MART’ 등 고객의 요구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업태를 적극 개발 중이다.

또한 ‘Omni-Channel Retailing(인터넷상의 가상점포)’을 실제 점포와 연계하며 멀티채널(Multi-channel)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ABC마트는 2012년부터 이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신발은 0.5cm 단위로 S/M/L/XL 등의 사이즈를 점포에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의류보다 상품당 사이즈 종류가 더 많다. 점포 면적이 한정되기 때문에 ‘전 상품×전 사이즈’를 항상 준비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고객이 구매의사가 있을 때 사이즈가 없어 판매기회를 놓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ABC마트는 구매 고객의 사이즈가 매장에 없어 결품이 발생하면 점원이 아이패드(iPad)로 공통재고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상품을 주문, 물류창고나 공장에서 고객의 자택까지 택배로 직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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