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배송 ‘무슨 의미 있나’, 타 분야 서비스 개선해야

대형 할인점과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유통시장 선점 대결이 가격경쟁에서 배송전쟁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손해’만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갈수록 치열해 지는 유통시장 경쟁에서 빠른 배송이야 말로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처럼 팽팽한 주장이 상반되고 있는 가운데, 빠른 배송이 당장 큰 효용가치가 없음에도 유통업계가 당일 혹은 로켓배송 등 빠른 물류배송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욕망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물류기업은 물류기업대로, 유통과 제조기업은 그들대로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물류비용을 쓰는 동시에 결과적으로는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최근 당일 배송 체계를 갖추기 위해 김포에 온라인 전용센터를 구축한 이마트 물류센터 전경.

■빠른 배송경쟁, 길게 보면 기업‧고객 모두 손해

최근 온-오프 유통기업간 배송경쟁이 본격화되자 이마트는 오는 2020년까지 서울·수도권 지역에 온라인 전용센터를 6개까지 늘려 현재 55% 수준인 당일 배송을 10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이마트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쿠팡의 경우 이미 지난 2014년부터 자체 트럭과 당일 배송을 위해 ‘쿠팡맨’이라 불리는 자체 인력을 통해 24시간 안에 무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빠른 배송 과당 경쟁으로 대다수 소비자들은 희색이지만, 일부 고객들은 “하루 먼저 상품을 받아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대외적으로는 공짜라지만, 여기엔 보이지 않는 물류비가 분명히 감춰져 있는 만큼 차별화된 다른 부분에서의 서비스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무의미한 빠른 물류배송 경쟁은 소비침체 장기화에 따라 오프라인 할인점과 온라인 쇼핑몰 간 시장 선점을 위한 고육지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택배서비스는 대다수 택배기업 모두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배송되는 익일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현대택배 양성익 택배사업 본부장은 “통상 택배서비스 가격은 익일 배송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산정하고 있다”며 “배송이 늦춘다고 가격이 저렴해 지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빠른 배송을 요구하면 택배가격등 물류비는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가 빠른 물류 배송을 요구하면 그에 따른 추가 배송 장비와 인력, 연료 등이 더해져야해 물류비 상승은 불가피 하다.

따라서 최근 대형유통업체들과 소셜커머스 기업들 간 가격경쟁에서 한발 더 낳아가 배송전쟁의 확산은 물류비를 상승시킬 뿐 아니라 이에 따른 포장재와 종이박스를 비롯해 각종 자원낭비로 이어져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손해로 다가온다. 단순히 하루 더 빨리, 몇 시간 더 빠른 소비자들의 욕망과 이기심이 숨은 추가 물류비용을 더하고, 종국에는 자원까지 낭비하는 셈이다.

■공짜배송 없어, 기업 마케팅에 ‘부화뇌동’ 말아야

매번 강조하지만 무료 물류비, 더 낳아가 빠른 배송을 위한 택배가격에 공짜는 절대 없다.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더 많은 차량과 인력을 갖춰야 하고, 묶음으로 가면서 비용을 줄일 것을 별도로 배송 빈도수를 높여야 하는 만큼 산술적으로도 눈에 뻔히 보이는 추가 물류비용이 들어간다. 물론 유통업계는 무료배송을 미끼로 더 비싼, 더 많은, 더 자주 쇼핑할 수 있도록 고객들을 유혹하지만 그때그때 필요한 상품을 사는 것이 현명한 소비다.

반면 최근 대형 할인점과 소셜커머스 기업들은 얼마 이상을 구매하면 배송비는 공짜라고 광고하면서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하게 한다. 이마트는 3만원 이상의 상품을 구매하면 배송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전하고, 쿠팡의 경우 1만원 이상만 구매하면 배송비는 무료라고 광고한다. 온-오프 대표 유통기업들의 빠른 배송 경쟁은 결국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 것, 또 굳이 당장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상품을 공짜 물류비로 교묘히 포장해, 비용을 더 써가면서 고객들에게 소비를 부축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여기엔 고객선점이란 최종 목적이 있다.

최근 발표한 미국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대형할인점에서 쇼핑을 하면서도 온라인으로 별도의 상품을 구매 한다”며 “과거와 유사한 오프라인 유통점에서 쇼핑을 하면서 추가로 온라인 주문을 하는 행태로 도로엔 더 많은 차량이 다녀야 하고, 매연 배출도 당연히 늘어난다”고 밝혔다. 따라서 온라인 구매 증가에 공짜 배송은 숨어있는 운송 횟수를 늘리고, 이에 따른 대기오염 물질을 추가로 배출하는 셈이다.

이제 소비자가 나서야 할 시점이다. 물론 부득이하게 빠른 배송이 필요한 소비자들도 있다. 충북대 소비자학과 유현정 교수는 “최근 10대들의 온라인 쇼핑몰 성향을 조사했더니 빠른 배송에 가장 중요시 하더라”며 “나이가 어릴수록 기다리지 못하는 성향을 보여 놀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빠른 물류 배송을 원하는 대다수 고객들의 이 같은 바람은 단순한 인간의 욕망일 뿐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왜 빠른 배송을 원 하냐고 물으면 “기다리는 것이 싫고, 특별한 이유 없지만, 빨리 받고 싶으니까”라고 답한다. 이는 단순한 우리 소비자들의 부질없는 욕망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배송전쟁은 이 부질없는 소비자들의 과도한 욕구 때문에 이마트는 수백억원을 투자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건설하고, 배송차량을 늘리는 등 추가 물류비용을 투입한다. 여기서 소요되는 비용은 결국 소비자들이 지불해야 한다. 쿠팡 역시 마찬가지다.

충북대 유현정 교수는 “예전에는 가격 메리트로 쿠팡을 이용했지만, 빠른 배송을 위해 보이지 않는 물류비가 추가되면서 장기적으로 가격인상이 불가피해 질 것”이라며 “이는 고객선점을 위해 불가피한 경쟁이지만 종국엔 전체 상품가격을 높이고, 과소비를 부르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경쟁이 물류시장으로 확산되면서 고객선점을 위한 불가피한 이 전쟁은 당분간 확산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하지만 기다리지 못하는 인간의 비뚤어진 욕구, 그리고 이에 장단을 맞추는 기업의 왜곡된 마케팅 전략은 결국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만큼 다른 방향으로의 시장 경쟁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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