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앞두고 관세청은 “법에 따라”…업계는 “현실성 없어”

인천공항 ‘특송물류센터’가 오는 7월 1일 공식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이에 관세청은 특송물류센터의 화물 관리인 입찰을 준비하고 있으며, 2월 29일 세부사항을 공고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화물 관리인 입찰 조건에 대해 업계는 현실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관세청은 법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화두로 떠오른 조건은 비영리법인과 자본금 기준 등이다. 1만 평이 넘는 초대형 물류센터의 관리자를 두고 수익 추구를 할 수 없는 비영리법인으로 입찰 자격을 한정한 것과 자본금을 평가항목에 둔 것이 적합한 것인지를 두고 기관과 현장에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화물 관리인 입찰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비영리법인만 입찰 자격 부여
관세청은 지난 1월 말 특송화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화물 관리인 입찰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특송물류센터가 논의될 당시에는 민간업체에 관리를 맡기고 일부 세관직원을 배치한다는 계획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설명회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자격요건과 일정이 제시됐다. 그러나 일부 항목은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화물 관리인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요건에 업계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은 화물 관리인 입찰 대상은 비영리법인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은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지 않는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을 뜻한다. 민법에서는 비영리사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질에 반하지 않는 정도의 수익 행위를 하는 것은 허용되며 법인세의 신고와 납부도 가능하다. 그러나 배당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익 추구를 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1만 평에 달하는 대형 시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인건비와 유지보수비 등 적지 않은 운영비용이 불가피한데 수익을 낼 수 없는 비영리법인에게만 입찰을 허용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사업에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는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자라도 나게 되면 그걸 모두 책임져야 하고, 매년 운영비용도 상승할 텐데 법적지원 없이 비영리법인이 모두 책임질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관세청은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국가의 사무를 위임받는 자는 비영리법인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적법한 요건이라는 것이다. 관세청의 설명에 따르면 영리법인의 경우 수익이 발생하면 배당에 나서지만, 비영리법인인 화물 관리인은 운영비를 제한 금액은 자본금으로 출자해야 한다.

비용 발생 시 비영리법인이 부담해야
화물 관리인이 수익을 낼 수 없는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창출되는 수익은 고스란히 운영비로 충당된다. 즉, 인건비와 유지보수 비용을 화물 관리인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 관세청은 입찰 평가에서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 역량을 살피기 위해 수익과 지출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운영 계획을 요구할 방침이다. 특히 수익과 지출이 거의 일치될수록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운영과정에서 창출되는 수익금을 인건비와 유지보수비용과 같은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신 관세청은 화물 관리인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수익과 지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염두에 두고 나름 분석을 진행, 비영리법인으로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수익을 내기도 어렵고, 금액을 정확히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면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어 현실성이 떨어지는 기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관세청은 모든 시설은 국가 소유지만 화물 관리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파손이나 단순 고장까지 국가가 지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송물류센터가 실제 개장했을 때 적자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다 항공특송의 특성상 폭설 등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발생하면 물동량이 감소해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업계는 수익을 낼 수 없는 비영리법인의 특성상 만약 운영계획에 차질이 발생해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면 이를 해소할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자본금 평가에 진입장벽설 대두
관세청은 이번 입찰 평가항목에 자본금에 대한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것 역시 업계에서는 최소 30억 원에서 많게는 50억 원 이상이라는 설이 퍼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본금이 많을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사실상 중소법인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수익을 창출해도 가져갈 수 없는 상황에서 초기 자본금으로 수십억 원을 납부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관세청은 진입장벽은 낭설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청은 자본금의 범위 내역을 공개한 적이 없다. 다만 평가 기준에 자본금과 부채 비율 등을 평가할 예정이다. 자본이 부실하거나 부채가 높은 업체에게 국가 사무를 맡길 수는 없지 않나”라며 “지출은 인건비가 대부분인데 입찰 참여자가 인건비와 제경비를 가지고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실적이 1건도 없을 경우에도 인건비는 나가야 하는데, 수익이 없다면 자본금에서 지출해야 한다. 자본금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지타산 쉽지 않아”
관세청은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 입찰자에게 높은 점수를 매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사전에 수수료와 물동량에 대한 분석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입찰에 앞서 수수료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를 공개했는데, 현재 인천공항 자체시설을 기준으로 약 250원을 계산했다. 또한 연구용역도 진행한 끝에 수수료는 375원이, 현장 인력은 74명이 적정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물동량의 경우 현재 입주 의향을 밝힌 업체들의 전년도 실적을 바탕으로 연간 1,000만 건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연구용역 결과가 정답은 아니며 입찰 참여자가 해야 하는 원가분석의 참고 자료를 제시했을 뿐이고, 현장인력의 숫자나 배치도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관세청의 분석이 사실상 입찰 참여자에게 공을 떠넘긴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소한의 운영비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을 합리적으로 운영해 수익과 지출을 0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논리다.

비영리법인 공증 인정…5월 중 입찰 결과 발표
당초 자격 조건이 비영리법인으로 결정되면서 업계에서는 입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원칙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려면 비영리법인을 설립한 이후에 서류를 접수해야 한다. 문제는 선정되지 못할 경우 법인을 청산해야 하는데, 절차가 매우 복잡한데다 상당부분의 비용이 국고로 환수될 수 있어 참여자들의 피해가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관세청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서류를 접수할 경우 이를 비영리법인에 준해서 평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서류는 공증을 받아야 인정된다.

한편 관세청은 2월 29일 경에 입찰 공고를 낸 뒤 3월 말까지 서류를 받을 예정이다. 심사는 4월 말 또는 5월 초에 마무리되며, 5월 말에는 화물 관리인 입찰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심사위원단은 10~15명으로 구성되며 민간위원의 수가 공무원보다 많아야 한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3월 중에 심사위원을 지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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