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톤 화물차 가격, 10년 전과 비교해무려 2.27배나 올라

택배서비스에 필수 수단인 1톤과 2.5톤 상용 화물차가격이 현대 기아차의 독과점 덕분에 해마다 턱없이  인상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택배서비스 가격은 해마다 5~6개 업체들 간 치열한 경쟁으로 지난 10여년 간 김밥 한줄 가격에도 못 미치는 운임으로 추락해 왔다. 반면 중소형 상용화물차 시장은 택배시장과 정반대로 가격인상이 제조사 맘 대로다. 

독과점에 따른 차량가격 인상은 비단 택배차인 소형 화물 상용차뿐만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3년 제조사가 7곳인 국내 판매 대형 화물상용차 제조사들의 담합도 적발, 과징금 1160억원 부과하는 한편 담합업체들을 고발했었다. 앞에선 상생을 외치면서, 뒤에선 독점적 시장 장악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화물차 제조사에 대한 근본적 견제 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로젠택배 1톤 탑 택배차량 전경.

택배 VS 화물차가격, 현격히 차이 보여 ‘불공정’

육상화물 운송 물류서비스는 산업시장에서  하부에 자리하면서도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이 자리한 3D업종의 대표 시장이다. 예전에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최하위 노동시장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열악한 노동시장이다. 문제는 이렇게 어려운 노동시장에서 일을 하려면 꼭 갖춰야 할 화물차량의 가격이 제조사의 독과점으로 무차별 인상되고 있다. 

한편 이와 정반대인 택배시장의 지난 2000년 국내 서비스 1개당 평균 가격은 상위 5개사 평균, 3670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개당 평균 가격은 2392원으로 매년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이 같은 추세는 중소형 화물차 시장과 정 반대로 독과점은 고사하고, 치열한 업체 간 경쟁시장이기 때문.

반면 택배서비스에 필수적인 상용차 시장은 택배시장과 정반대의 모순적 가격추이를 보여 왔다. 1톤 상용화물차 가격은 2000년 770만원에서 지난해 1461만원으로 2배가 올랐고, 더구나 2.5톤 상용화물차는 조사가 시작된 2004년 1947만원에서 2015년 무려 4434만원(부가세 포함)으로 2.27배 인상, 열악한 유상화물 운송사업 노동자들의 시름을 배가하고 있다.

단순히 택배가격 추이와 택배서비스에 필수적인 화물차 가격인상 추이 수치만을 비교하면 누가 수혜자고 피해자인지 금방 알 수 있는 불공정 시장임이 확연히 들어난다. 소형 화물차시장을 넘어 제조사가 여럿인 대형 상용화물차 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덤프, 트랙터, 카고 등 대형 화물상용차 시장에서 판매가격을 담합한 7개 사(현대, 타타대우, 대우송도, 다임러, 만, 볼보, 스카니아)에게 시정명령과 총 116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검찰 고발했다. 경쟁관계인 이들 차량 제조사들은 중요 영업 비밀정보(가격인상 계획, 판매가격, 판매량 및 재고량, 판촉행사 계획, 판매조직 현황 등)를 지속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상호 교환하고, 취득한 경쟁사의 정보를 기준으로 자신의 가격을 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격을 담합했다.

조사 당시 품목은 최대 적재량 8톤 이상의 대형 화물상용차였으며, 2002년부터 2011년까지 7개 사업자가 과점 형태를 이뤘다. 여기서도 현대차가 1위(전체 50% 내외)였으며, 수입차 비중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소형 화물차는 더할 나위없이 현대와 기아차가 100% 독과점 상태다.

▲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1톤 상용 화물차량.
제조원가 때문에 가격인상? 독과점이 주 원인

그러면 화물차 가격인상의 주원인은 무엇일까? 엔진제작 원가 상승 때문일까 아니면 100% 독과점인 현대와 기아차만 생산하는 독과점시장 때문일까?

본지 취재결과 1톤과 2.5톤 상용화물차 가격추이(도표)를 살펴보면 택배배송에 필요한 1톤 화물차의 경우 2000년에는 774만원(부가세 포함)이었지만, 매년 가격이 인상되더니 2004년에는 1010만원, 2009년 1207만원까지 올랐다. 이후 2011년 1300만원으로 가격을 인상한 후  2년 후 2013년 다시 1365만원, 그리고 2014년 1461만원에 이르렀다.

2.5톤 화물차 가격인상은 1톤과 비교해 더 큰 차이를 보였다. 2004년 2천 만원도 채 되지 않던 차량가격은 지난해 4430만원으로 무려 2.27배 인상됐다. 또 가격인상 시점을 유심히 보면 디젤차 매연절감을 위한 유로엔진이 2에서 5로 업그레이드 되는 시점에 맞춰져 있다.

문제는 제조사의 가격인상 주원인이 유로엔진 업그레이드 비용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디젤엔진 제작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물차량 가격인상 폭은 전적으로 신형 엔진 생산비용 때문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 박성욱 교수는 “디젤엔진 제작의 원가는 제조사들만이 알겠지만, 디젤엔진 가격의 근본적인 제작원가 인상 요인은 크지 않다”며 “엔진 제조원가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디젤엔진 특성상 기존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 매연발생이 많아 각종규제로 인해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매연절감 장치인 SCR 제작가격이 비싸다”며 “엔진 제작원가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도 “디젤 화물차 가격 인상이 과도한 원인은 디젤엔진의 후처리장치 비용때문이지만, 현재의 과도한 인상 폭은 디젤엔진 제작원가와 매연 후처리장치 가격인상을 적용하더라도 현대와 기아차의 중소형 화물차 제작의 독과점 영향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트럭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은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적용되는 디젤 차량에 대해 새 엔진 적용 때문. 따라서 1톤 트럭인 현대차의 포터와 기아차 봉고트럭의 경우 유로 6엔진이 올해 9월부터 적용되는 만큼 지난 2년 1416만원에서 얼마나 인상될지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버스·화물 운송업계가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로6 적용으로 상용 화물차량가격이 무리하게 제조사 맘대로 인상된다는 점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최대적재량 1톤 초과 3톤 미만의 개별화물 차주의 지난해 1분기  월평균 순수익은 109만원에 불과했다. 월평균 소득은 309만원이었지만 유류비와 주선료, 수리비 등으로 200만원이 나갔기 때문. 1톤 화물차량 차주 김우정씨는 “유로6 도입에 따른 차량 구입비용이 또 오를 텐데, 운임은 제자리걸음이고, 물동량도 감소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 없이 규제만 높아지면 운행 중단등 별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독과점시장에서 힘없는 육상 운송물류 노동자들은 국내 유일의 화물차 제조사인 현대 기아차의 가격결정에 울고 웃는 신세로 지난 10여 년간 ‘을’의 입장이었다. 최근 승용차시장은 수입차들의 가격 공세대로 국내 과점에 따른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주춤한 상황이다.

중국자동차기업이 시장 확대와 더불어 가격과 성능 가성비의 시대에서 반감되는 승용차 시장 이익을 독과점에 따른 화물차 시장에서 만회하려는 건 아닌지 정부와 업계의 견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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