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선 혁신, 서비스 현장 노동 유연성 떨어져

▲ 쿠팡 로켓배송차량.

국내를 대표하는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특화 물류서비스로 주목을 받았지만, 당장 서비스 현장에서 소비자를 감동시키고 있는 쿠팡맨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외부에서 보기엔 혁신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물류현장의 유연성은 부족해 위태로워 보였다.

<물류신문>은 전직 쿠팡맨들의 인터뷰를 통해 서비스 현장을 점검하고, 외부에서는 보는 이들의 노동현장과 실제 벌어지는 노동실상에 어떤 괴리가 있는지 들어봤다.

쿠팡 맨들, 앞에선 ‘웃고’ 뒤로 ‘긴장 또 긴장’

연일 소셜커머스 온라인 시장에서 혁신을 외치며, 쿠팡 마케팅 최전선에 자리하고 있는 쿠팡 맨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로켓배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취재결과 이들 쿠팡맨들은 하나 둘씩 직장을 떠나고, 줄지어 일자리를 구하는 실업자들은 그 빈자리를 수시로 채워내고 있었다. 외부에서 보면 훌륭한 급여와 과도하지 않은 노동으로 부러움을 사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기자가 만난 전직 쿠팡맨들은 “고객은 왕이니까 무조건 고객을 위해서라면 시스템적으로 구성된 서비스를 무조건 제공해야 하는 것이 로켓배송의 노동 현실”이라며 “몸은 조금 피곤해도 쿠팡맨으로 일했던 때보다 지금의 택배서비스일이 훨씬 행복하다”고 인터뷰 첫 말문을 열었다.

지난 2014년 가을에 입사해 지난해 가을까지, 12개월가량 근무한 뒤 퇴직한 전직 쿠팡맨 K씨는 “급여와 노동조건을 지금 하는 일과 정성적, 정량적으로 비교하면 지금 일이 낳다”며 “시스템적으로 짜여진 감정 서비스와 육체적으로 매번 긴장해야 하는 쿠팡맨들 대부분은 행복하지 못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적은 쿠팡맨들의 서비스가 당장 쿠팡의 서비스 방침과 시스템 틀에 의해 고객감동을 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 같은 전략이 한계를 들어 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국내 백화점 판매직원들을 비롯해 마트 계산원과 항공기 승무원, 전화상담사들과 같은 서비스 감정 노동자들의 시스템적 친절은 굴욕적인 서비스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스트레스로 자살까지 일어나는 등의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또 다른 전직 쿠팡맨 L씨의 인터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L씨는 “하루 70여개 정도만을 배송 하지만 배송구역이 넓고, 고객들이 요구하면 순차적으로 해야 하는 순서를 바꿔 시스템 전체가 꼬이기 일수였다”며 “하루 200개를 배송하는 택배보다 일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 “조금이라도 고객 불만이 나오면 이를 정규직 승급 심사에 반영, 암묵적인 억지웃음과 친절을 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6개월씩 3번 승급 심사 거쳐도, 정규직 보장 못해

하루 12시간의 통상 근무, 주말도 없이 주 6일 근무등 지금의 택배 일과 비교하면 몸도 정신도 편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K씨의 증언이다. 여기다 모든 서비스는 순간순간 체크돼 6개월에 한번씩 심사하는 정규직 승급에 반영되고, 그 나마 3번의 심사를 거쳐야 비로써 정규직으로 승급하게 된다. 문제는 이 심사기준이 불투명해 전체 팀원(약 50명에서 70명)중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쿠팡맨은 2~3명에 불과하다. 결국 로켓배송 근로자들의 채용은 곧바로 정규직 채용이 아니라 6개월씩 3번의 검증이 끝나야 비로소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다.  

K씨는 “매순간 긴장하고, 매일 10장의 고객 감사편지를 손으로 작성해야하는 시스템, 하루 1회의 차량 세차등 각 항목에 맞춘 서비스 체크 리스트는 시스템적으로 친절을 강요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 근로계약서에는 15일 전 해고통보를 하게 되어 있지만, 계약 만료 전날에서야 통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경우도 비일 비재했다”고 말했다.
 
이는 쿠팡맨들의 노동환경이 언제든 계약만료를 통보받을 수 있다는 스트레스로 이어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쿠팡이 대대적으로 표방하는 정규직 채용은 대외 포장용이며, 근로여건은 차라리 급여가 좀 작아도 택배서비스가 수월하다는 것이 전직 쿠팡맨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K씨는 “쿠팡에 근무한 지난 1년 여간 근무하면서 시스템과 마케팅전략 등 여타 기업에서 배울 점도 있지만, 의도적 연출로 친절을 연기했던 기억”이라며 “매 순간 긴장하게 하고, 직원들을 소모품으로, 또 돈으로 보상하면 된다는 식의 논리가 우선했다”고 말했다.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객에게 놀랄만한 감동을 주고, 직원들의 손자 손녀 때까지 일할 수 있는 ‘100년 기업’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정규직 승급을 위해 매순간 긴장하고, 스스로 몸에 익숙한 친절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친절해야 하는 직원들이 과연 손주 때까지 100년을 이어가는 기업이 될 수 있을까?

물류전문가들은 “쿠팡과 같은 자체 배송의 장점은 크지만, 서비스 맨 스스로 몸에 밴 친절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시스템적으로 어쩔 수 없이 행하는 서비스의 경우 전체 구성원이 수용할 수 있는 투명한 절차가 없으면 노사 간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쿠팡맨 스스로가 더 낳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동기 부여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호에는 ‘쿠팡 혁신의 원천은 무엇?(가제)’이란 제목으로 온라인 시장에서 물류혁신을 표방하는 쿠팡의 저력은 무엇인지, 또 진정한 시장 리더로 자리하기 위해 투자는 어떤 배경에서 나오는 것인지 온 오프라인 유통전문가의 가상 시나리오에서 해답을 찾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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