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파렛트와 컨테이너는 친환경 물류기기이다’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명제다. 그럼에도 현재 플라스틱 파렛트와 컨테이너에는 반환경적 플라스틱류에 적용되는 폐기물부담금이 부과된다. 관련업계는 이를 ‘불합리’라 지적하며 제도의 개선을 요구해 왔다.

플라스틱 물류기기를 폐기물부담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데에는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이라는 의미와 함께 수송용 물류기기의 생산원가 및 구매·유통비용 절감이라는 의미가 있다. 관련업계의 주장과 조사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왜 플라스틱 물류기기가 폐기물부담금 대상일 수 없는지,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를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물류 수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기로 파렛트와 컨테이너를 꼽는다. 파렛트와 컨테이너는 장기간 재사용되는 용기인데다 풀(pool) 시스템에 의해 수요자 간 순환 공동사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파손으로 매각된 폐 파렛트와 컨테이너는 대부분 회수되어 재생원료로 재사용되고 있다. 완벽하게 친환경적이란 얘기이다.

문제는 이 같은 친환경적 물류기기가 기타 합성수지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플라스틱 제품과 함께 획일적으로 묶여 폐기물부담금 부과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일회용, 생활소비재·비닐포장재와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 같은 성격의 폐기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폐기물부담금 요율은 2003년 도입 이후 연차적으로 인상돼 2003년 kg당 7.5원 하던 것이 2012년에는 150원까지 올랐다. 관련업계의 부담이 늘었다는 뜻이다. 물론 관련업계가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2008년부터 자율적 (재활용) 협약 대상 품목으로 관리되고 있어 일부 부담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해외 선진국과는 달리 관련업계가 준의무적인 재활용 목표를 설정, 이행하는 제도로 운영됨으로써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해외 선진국 사례 조사 결과 산업용 물류용 기기는 폐기물부담금 부과대상으로 취급되지 않고 해당 산업계가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품목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폐플라스틱이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고부가가치의 경제재이기 때문에 폐플라스틱 파렛트와 컨테이너 역시 대부분 회수되어 재생원료로 재활용되고 있다. 돈이 되는데 파손되었다고 아무렇게나 버려둘 이유가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KPCA 조사연구보고, 친환경성 실증
지난 10여 년 동안 관련업계는 수차례의 조사연구와 정책제안을 통해 제도 개선을 주문해왔다. 하지만 조사연구의 폭과 깊이가 부족해서인지 설득력을 갖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실증적 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에 관련업계 단체인 (사)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는 지난 2014년부터 1년여에 걸친 심도 있는 조사 활동을 폄으로써 플라스틱 파렛트·컨테이너가 폐기물부담금 대상이 아님을 실증하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2015년 5월 나온 ‘회수·재사용형 플라스틱 파렛트·컨테이너에 대한 폐기물부담금 등 환경규제 개선방안 조사연구보고서’가 그것이다.

기존 조사가 생산업체와 재활용업체로 한정되고 추출한 표본수도 매우 소량이어서 통계분석의 결과에 대표성이 다소 결여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반면 이번 조사는 생산업체, 임대업체, 구매 사용업체, 재활용업체 등 관련업계 모두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일부 전수 조사를 포함, 표본수의 대표성도 충분히 확보했다.

회수, 반복 재사용되고 있는 산업용 물류기기인 플라스틱 파렛트·컨테이너의 생산과 회수 재사용, 파손품에 대한 재활용 실태를 보다 체계적으로 조사 분석함으로써 불합리한 제도 개선의 논거로 제시한다는 것이 이번 조사연구의 주목적이라 할 수 있다. 플라스틱 파렛트와 컨테이너가 폐기물부과금 부과대상일 수 없음을 증명하겠다는 것이다.

폐플라스틱 파렛트·컨테이너량은 파손량과 수거되지 않은 분실량의 합으로 볼 수 있다. 이 중 재활용 되는 폐플라스틱 파렛트·컨테이너의 비율이 곧 플라스틱 파렛트·컨테이너에 내재된 친환경성의 지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조사를 통해 플라스틱 파렛트와 컨테이너가 친환경적임이 확연해졌다.

폐플라스틱 물류기기, 열 중 아홉 재활용
조사 결과 플라스틱 파렛트의 파손율은 8.0%로, 분실이나 기타 사유의 손망실이 없다면 12.5년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컨테이너의 파손율은 6.4%로, 이 역시 분실이나 기타 손망실이 없다면 15.4년을 사용할 수 있다. 반영구적이란 얘기이다.

플라스틱 파렛트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간 연평균 2만 3톤이 분실됐다.

이는 같은 기간 중 연평균 공급량 11만 5,310톤의 17.3%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중 플라스틱 컨테이너 사용업체의 분실량은 연평균 7,737톤으로, 공급량 3만 7,205톤의 20.8%로 조사됐다. 분실되었다고 모두 폐기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중 일부는 타 업체에서 사용되거나 불특정 다수에 의해 타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일부는 상당기간에 걸쳐 폐기물수집상에 의해 수거되어 재활용시장에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분실된 플라스틱 파렛트·컨테이너가 어느 정도 수거되어 재활용시장에 투입되는 지에 대해 시장의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들은 결과, 재활용 수집 채널을 통한 평균 수거율은 50%이하로, 50%이상은 타인에 의해 재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분실된 플라스틱 파렛트나 컨테이너의 절반 가까이가 수거되어 재활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나머지 절반 모두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환경오염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파손량 전부와 최대 50%가 수거된다는 전제하에 산출된 분실량을 폐플라스틱 파렛트·컨테이너 발생량으로 볼 때, 2011년부터 2013년 3년간 연평균 2만 5,497톤의 폐플라스틱 파렛트·컨테이너가 발생했다는 계산이 나온다(<표 1> 참조). 이 중 어느 정도가 재활용될까?


파손, 매각 또는 분실된 후 수집업체에 의해 수거되어 폐플라스틱시장에 투입되는 물량과 폐플라스틱 재활용업체(최종처리업체 기준)들이 폐플라스틱 파렛트·컨테이너를 매입하는 물량, 즉 회수물량을 기준으로 재활용비율을 산정한 결과 최근 3개년 평균 재활용비율은 84.1%로 나타났다. 특히 2013년의 재활용비율은 88.7%에 달했다(<표 2> 참조). 열에 아홉이 재활용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플라스틱 파렛트와 컨테이너는 친환경적이므로 폐기물부과금 부과대상일 수 없다’는 관련업계의 주장이 전혀 어긋남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폐기물부담금 대상서 제외 마땅
반복 사용 특성과 산업용 물류기기라는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플라스틱 파렛트·컨테이너가 폐기물부담금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며, 관련 산업계가 자율적으로 폐기물을 관리하고 재활용이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 연구보고서의 결론이다.

이번 조사연구는 (사)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의 의뢰로 한국자원순환포장기술원(원장 김성봉)과 한국물류연구원(원장 김인호)에 의해 수행됐다.

다음 호에는 ‘물류용기 환경규제 개선돼야-What, How?’를 싣는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