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직격탄 맞은 유통업계, 배송전쟁까지 치러

올해 국내 유통업계 최대 이슈는 메르스발 소비침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11월 9일부터 16일까지 유통·제조업계 임직원 210명을 대상으로 한 ‘2015 유통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10대 이슈’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메르스발 소비침체로 인한 소매경기 악화’가 올해 유통업계 최대 뉴스로 선정됐다.

이어서 홈플러스 매각, 쿠팡 등 소셜커머스시장의 고성장,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옴니채널 트렌드 확대, 서울 시내 면세점 쟁탈전, 모바일쇼핑시장 급성장,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기존 매장의 대형화·복합화, 정부 주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첫 개최, 담뱃값 인상으로 편의점업계 호황 등이 주요 이슈로 꼽혔다.

메르스발 소비침체로 신음한 상반기
올 상반기 유통가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의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백화점, 대형마트는 물론 길에도 사람이 없는 상황이 몇 달간 지속되면서 매출 감소 역시 지속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메르스 여파가 맹위를 떨친 지난 6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월대비 10.2%, 백화점은 11.9%가량 줄었다.

유통업체들의 체감 경기도 크게 위축됐다.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소매유통업 3분기 경기전망지수(RBSI) 지수가 전분기 대비 4포인트 하락한 96으로 떨어졌다. 당시 백화점 지수는 90을 기록해 전 분기보다 14포인트나 하락했고, 대형마트 지수도 96으로 전 분기보다 2포인트 떨어지며 내림세를 보였다. 메르스가 진정세를 보이며 경기 역시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유통업계는 힘겨운 여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정부, ‘블랙프라이데이’로 시장 활성화 부채질
메르스 여파를 떨쳐냄과 동시에 최근 사회현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직구 열풍을 국내로 돌리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지난 10월 정부는 소비시장 활성화를 위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Korea Black Friday)’를 실시한 것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메르스로 침체된 소비 심리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까지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했던 ‘코리아 그랜드 세일(Korea Grand Sale)’의 대상을 내국인까지 확대한 정부 주도의 소비촉진책이다.

그러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제조사 주도 하에 연말 재고처리 차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할인율이 매우 큰 반면, 한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연말이 3개월이 남은 상태에서 유통업계 주도 하에 진행돼 할인율이 낮고 품목이 한정돼 이름만 그럴 듯한 행사라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 측은 유통업체들의 실적 증가 등으로 전반적인 내수 진작 효과는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10월 1∼11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백화점 업계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24.7% 증가했고, 대형마트도 4.3%의 매출 신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기의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한 정부는 12월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 박싱데이(Boxing Day)에 대항하기 위해 ‘K-세일데이(K-Sale Day)’를 다시 한 번 시행하고 있다. 어찌되었든 하반기 대형 소비촉진행사가 연달아 개최되면서 유통업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쿠팡·티몬·위메프 소셜커머스 빅 3, 배송전쟁 펼쳐
2015년 유통업계가 메르스로 인해 울상만 지은 것은 아니다. 함박웃음을 지은 곳이 있는데 바로 홈쇼핑과 온라인쇼핑시장이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백화점, 대형마트에 가길 꺼려한 소비자들은 집에서 TV나 PC, 또는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했다. 아무것도 소비하지 않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생필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낮은 가격, 빠른 배송으로 승부를 걸었던 소셜커머스시장의 성장이 눈부셨던 한해였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빅3 기업들은 무거워서 운반이 어려운 세제, 생수 등의 상품을 보다 낮은 가격에 빠르게 배송해 오프라인쇼핑을 꺼려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했다.

더욱이 당일배송을 넘어 3시간 배송, 2시간 배송 등의 배송 속도전을 펼치며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해 직접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소비자의 집에 제품이 도착할 수 있도록 했다.

치열한 배송전의 첫 번째 승자는 쿠팡으로 보인다. 직접배송인력인 ‘쿠팡맨’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고품질의 빠른 배송을 제공하고 있는 쿠팡은 올해 유통과 물류시장에 메르스 못지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 6월 일본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1조 달러를 투자한 것은 쿠팡맨의 로켓배송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배송의 중요성을 모두가 인식하게 되었다. 배송이, 물류가 유통을 좌우하는 시대를 피부로 체감하게 된 것이다.

급성장하는 모바일쇼핑시장, 온라인쇼핑을 주도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대규모 투자를 한 또 다른 이유는 많은 모바일 주문량 때문이다. 쿠팡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다운로드 수가 2,500만 이상이며 접속자 수의 85%가 모바일 사용자이다. 또한 모바일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75%를 차지해 아마존의 60%를 넘어선다.

등장한지 얼마 안 된 소셜커머스가 온라인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도 모바일쇼핑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3분기 누적 모바일쇼핑시장 거래액은 약 17조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1%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 가운데 46%를 차지, 전년의 31%보다 15%가량 늘어났다.

소셜커머스를 비롯한 오픈마켓, 홈쇼핑, 대형마트 등 다양한 유통업체들이 모바일사업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손 안의 쇼핑몰인 모바일쇼핑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한 모바일쇼핑시장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크로스오버쇼핑에 맞서기 위해 옴니채널 구축 중
그렇다고 전통의 강자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때마침 쇼루밍1)과 웹루밍2) 등 각 채널이 가진 장점을 취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크로스오버쇼핑3)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업체들의 옴니채널 구축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스마트 픽업(Smart Pickup)부터 비콘(Beacon)까지 유통업체들이 내놓은 옴니채널 사례들은 대부분 소비자들의 불편사항을 개선해 쇼핑 편의성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롯데마트는 온라인으로 미리 주문해 놓은 상품을 점포에서 찾아가는 ‘스마트 픽(Smart Pick)’을 차량에서 곧바로 받는 ‘드라이브 앤 픽(Drive & Pick)’ 서비스로 발전시켰고, 매장 방문 시 상품정보·할인쿠폰·이벤트소식 등을 스마트폰에 띄워 쇼핑정보를 알려주던 비콘 서비스는 선결제·쇼핑 동선 안내 등으로 적용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 용어 설명
1) 쇼루밍(showrooming)이란?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실제 구매는 온라인 등 다른 유통 경로로 하는 것을 뜻한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쇼핑몰의 전시장(showroom)으로 변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2) 웹루밍(webrooming)이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찾아보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보다 저렴한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하는 소비행태. 쇼루밍의 반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3) 크로스오버쇼핑(cross-over shopping)이란?
상품을 구입할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유통채널을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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