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진출·신사업 추진·국내외 투자, 다사다난했던 3PL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올해 3PL(Third Party Logistics, 3자물류) 시장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여건을 견뎌내야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3PL시장이 저성장 기조를 유지했으며, 업체들은 공격적인 영업보다 안정적인 수익 유지에 힘썼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업계는 예년과 달리 저단가 영업이 한계에 직면해 어려움을 겪었으며, 유통과 물류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한해였다고 덧붙였다. 올해 3PL 시장을 정리해본다.

작은 입찰 건에도 경쟁 치열
경기침체 탓에 올해 3PL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입찰 전쟁이 치러졌다. 올해 시장에 나온 입찰을 살펴보면 가장 최근에 삼다수 입찰이 있었다.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의 시장점유율 확대와 비용 절감 방안을 물류서비스에서 찾길 바랐고, 최종 심사결과 한진이 선정됐다.

또한 마이클코어스, 웅진코웨이, K2, GM대우 등 다양한 제조사와 유통사들, 국내에 신규 진출한 화주업체나 계약이 만료된 물량들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품목도 식자재부터 전자제품, 생활용품, 의류와 잡화, 사료 등 다양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BAT코리아의 오산허브물류센터의 운영은 물론 전국 배송서비스를 책임지는 계약을 따냈다. CJ대한통운은 공영홈쇼핑의 물류서비스를 맡았으며, 지난 11월에는 한국암웨이와 20년 연속 물류계약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시장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서 작은 입찰에도 예년보다 더 많이 노력하는 분위기여서 치열한 양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신사업 뛰어든 3PL업계
올해 3PL업체들은 물량 감소에 따른 매출액 하락을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데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이를 위해 직접 유통이나 판매에 나서는 등 물류산업 이외의 분야를 대상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났다.

웅진그룹 물류자회사 북센은 중국 공영은행이 운영 중인 인터넷쇼핑몰에 국내 제조기업의 상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사업을 펼쳤다. 이를 위해 북센은 수십억 원을 투자해 중국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상품의 판매와 더불어 물류대행 영업을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물류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기업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기존 조직에 새로운 사업부를 만들거나 별도 법인형태(자회사)를 두는 경우, 본업인 물류사업과 병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분야의 시장진입이 쉽지 않은 탓에 큰 수익을 거둔 사례는 많지 않았다.

3PL업체들의 컨설팅 사업도 짭짤한 수익원이 됐다. 올해 초부터 대형 물류업체들은 내부에 컨설팅 조직을 신설하거나 충원하는 형식으로 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컨설팅 관련 사업의 매출을 향상시킨 것은 물론 자체 사업에서도 컨설팅 조직의 도움을 받았다.

점점 옅어지는 물류와 유통의 경계
전문가들은 올해 3PL시장에서 물류와 유통의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이 유독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전통적으로 유통업체들은 물류 즉, 3PL업체들에게 물류서비스를 맡겨왔다. 그러나 최근 유통업체들이 직접 물류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화두가 옴니채널이었다면, 올해는 단연 이커머스가 주목받았다.

로켓배송을 내세운 쿠팡은 자체 물류조직을 바탕으로 배송 품질 확대를 위해 약 14개 거점을 전국에 마련했으며, 투자를 계속해 2년 후에는 21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쿠팡이 진행하고 있는 전국 거점 확대와 인프라 투자 규모는 대형 3PL업체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공격적이다. 위메프와 티켓몬스터도 대형 물류센터를 확보하는데 공을 들였다.

이마트와 롯데슈퍼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물류서비스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웰스토리는 식자재납품 영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인프라 운영 능력을 인정받아 이케아 등 3개 화주업체의 물류를 수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업체들이 3PL업체에 물류서비스를 맡기더라도 과거처럼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색을 입힌 전담조직을 운영해줄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그 예로 티켓몬스터가 현대로지스틱스와 손잡고 ‘슈퍼마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국내외 거점 투자·사업 유치 활발했다
3PL업체들의 거점 확보전은 올해도 계속됐다. 특히 익일배송, 당일배송 등 수도권 지역에 보관하길 원하는 화주업체가 늘어남에 따라 인근에 물류센터와 터미널을 신규로 구축하거나, 임대를 통해 공간을 확보하려는 3PL업체들의 투자가 많았다.

올해 주목받았던 대형 거점투자 중에는 현대로지스틱스가 덕평 인근에 4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현대와 한진은 서울 장지동의 동남권물류단지를 공동운영하고 있는데, 상온의 경우 빈 공간이 없는 상태다. 또한 한익스프레스가 평택에 부지를 확보한 위험물 물류센터 추진계획도 주목받았다.

내수 불황에 해외시장 공략 박차
올해 국내 산업계는 전반적인 소비 위축으로 힘든 한해를 보냈다. 내수시장은 침체기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수출입시장에서 어느 정도 만회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역시 내막을 살펴보면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수출입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중국시장의 성장세 하락이 눈에 띈다. 이는 물류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는데, 내수 위축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사업에 매진해 온 3PL업체들은 보다 철저한 전략을 가지고 중국시장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이는 네트워크와 거점 확대에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국시장에 최대 규모의 자동차 물류거점인 쓰촨글로비스통합물류센터를 오픈했으며, 센터 운영과 함께 1만여개 품목의 부품 물류를 맡았다.

범한판토스는 올해 중국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월 중국계 물류기업 ‘4PX’와 MOU를 체결하고,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전자상거래 물류서비스의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이어 9월에는 중국 최대 종합물류기업으로 꼽히는 시노트란스와 업무제휴를 맺고 3PL사업과 전자상거래 물류사업 확대를 위한 공조에 적극 나섰다.

특히 시노트란스가 보유한 중국 내 30여개 지역의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시장에서 발 빠르게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는 평가다. 도한 CJ대한통운은 중국의 물류기업 룽칭물류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중국 알리바바그룹 내 물류 계열사 ‘차이니아오(CAINIAO)’의 한국 파트너인 ‘아이씨비(ICB)’와 물류업무계약을 단독 체결하고, 중국 역직구 물류시버스를 개시했다.

로지스올은 미국 앨라배마에 2만여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개장했으며, 범한판토스도 미국 LA에 거점 오픈을 준비 중이다.

해외직구 성장세 꾸준…O2O도 관심
올해 해외직구시장은 꾸준히 성장했으며, 이를 둘러싼 3PL업체들의 영업도 계속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시장과 역직구 시장은 67%, 40% 성장했으며, 올해는 2조 원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추세에 대형 3PL업체들은 해외직구 서비스 강화를 강화했다.

‘이하넥스’를 내세운 한진의 경우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과 손잡고 해외직구에 특화된 카드를 출시했으며, 물품 파손 시 보상하는 서비스를 통해 상당수 고객 확보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은 하반기부터 인천공항 특송통관장의 설비를 30% 확충하고,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 더욱 원활한 수출입 작업에 나섰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김포 물류센터에서 직구 물량을 처리하고 있으며, 당일 주문 건을 익일 발송함으로써 신속하게 배송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중국 고객을 대상으로 한 역직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해외직구의 경우 배송 네트워크를 해외 30개 법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더불어 3PL시장에서 새롭게 주목받은 단어는 O2O(Online to Offline)를 꼽을 수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강점을 융합하여 제품을 유통하는 O2O는 향후 3PL의 먹거리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즉, 배송지와 가까운 지역 내 거점 혹은 매장에서 신속하게 배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원하는 화주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CJ대한통운이 로드숍을 대상으로 배송서비스를 진행한 것이나 롯데슈퍼가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3시간 배송서비스를 실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3PL업계는 당일배송을 요구하는 추세에 맞춰 향후 O2O 물류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일부 조직을 배치해 스터디를 진행하거나 사업 전략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