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新유통물류 Story

연말이 되면 지는 해의 마무리와 새로운 해 맞이로 다들 여념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한해를 그냥 훌쩍 보낸 것 같은 아쉬움은 올해도 여전하다.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여러 과정이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어떤 선택을 했느냐’이다.

2015년 힘차게 도전한 많은 목표의 달성 여부는 결국 특정 시점에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한 것을 실행했어야만 이루어진다. 그냥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저절로 목표가 달성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동안 어떠한 선택을 했는가?
연간 성과를 보고하는데 ‘저는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운이 좋아서 목표를 달성했습니다’라고 보고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저는 열심히 했습니다만 운이 없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보고하는 사람도 없다.

술자리나 가벼운 티타임에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표현을 쓴다. 운칠기삼은 세상일이 자신이 처음 계획한대로 진행되기보다는 주변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분위기로 인해 바뀌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환경과 시기가 잘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경험적 사실이 집약된 말이다.

예를 들어 겨울 시즌을 맞이하여 TV홈쇼핑을 통해 이제까지 나온 그 어떤 여성용 겨울 가죽 부츠보다도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고 디자인도 예쁜 상품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한 MD는 이번 겨울의 날씨와 여성 부츠의 트렌드, 경쟁사 상품의 가격, 품질 등의 기초 정보를 바탕으로 가죽 부츠 신상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방송하는 당일에 눈이 오지 않고 오히려 비가 엄청 내리면 그 방송은 망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새로운 부츠를 기획하고 개발한 선택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이럴 때 운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만약 부츠라는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선택조차도 하지 않았다면 그 선택에 따른 결과물은 당연히 제로(0)일 수밖에 없다.

부츠를 개발한 선택을 1이라고 하고 날씨가 도와줄 확률을 50%라고 할 때 그 결과값은 여하튼 0.5는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날씨가 도와줄 확률과 상관없이 무조건 제로(0)다.

차가운 냄비 속 개구리와 같은 현실
위기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드는 사례가 바로 냄비 속의 개구리다. 물이 팔팔 끓고 있는 뜨거운 냄비에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는 물에 닫자마자 무조건 뛰어나와서 살지만 차가운 물이 담긴 냄비 속에 개구리를 넣고 그 냄비를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가 물이 뜨거워지는지 모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죽게 된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차가운 냄비 속의 개구리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회사나 본인은 ‘나는 절대 저 멍청한 차가운 냄비 속의 개구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멍청한 개구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나도 멍청한 개구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생존할 확률이 더욱 높은데도 말이다.

그냥 지금부터 나도 멍청한 개구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왜 멍청한 개구리라고 생각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멍청한 개구리라고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멍청한 개구리가 되는 순간 생존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생기고 그 순간부터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TV홈쇼핑이 처한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2016년 TV홈쇼핑의 중요 이슈, 모바일과 T-커머스
2016년 TV홈쇼핑의 앞날을 결정하게 될 중요한 이슈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모바일이고 두 번째는 T-커머스다.

필자가 보기에 지금까지 TV홈쇼핑의 모바일 전략은 미투였다. 모바일 채널을 가장 잘 활용한 온라인쇼핑은 소셜이다. 온라인쇼핑의 후발주자지만 모바일이 급속하게 확산되는 시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고객을 확보하는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기존 TV홈쇼핑을 포함한 온라인쇼핑회사의 모바일쇼핑이 PC기반인 반면 소셜은 말 그대로 모바일 기반의 쇼핑이라는 점이 확연하게 달랐다. 모바일을 사용하는 고객 입장에서 고객 편리성이 충분히 고려된 모바일 쇼핑몰과 PC를 사용하는 고객 입장에서 편리성을 기초로 디자인된 모바일 쇼핑몰은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하늘과 땅 차이다.

TV홈쇼핑이 있는 온라인쇼핑회사와 TV홈쇼핑이 없는 온라인쇼핑회사의 모바일 쇼핑 전략은 달라야만 한다. 그런데 TV홈쇼핑이 있는 온라인쇼핑회사가 TV홈쇼핑이 없는 온라인쇼핑회사의 모바일 쇼핑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TV라는 유통 채널을 가지고 싶지 않는 유통회사는 없다. TV라는 채널을 아무나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모바일로 그 채널을 대체하겠다는 전략이 핵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TV라는 막강한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는 TV홈쇼핑은 자신만의 강점을 이용한 모바일 채널 전략을 아직까지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