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그 속도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고,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하기 위해 물류 서비스의 중요성과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화주 기업들은 보다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물류를 3PL기업들에게 아웃소싱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70% 이상, 유럽의 경우도 80% 이상의 기업들이 이미 물류를 3PL기업에게 아웃소싱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도 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08년 46.3%에서 2012년 59.6%로 3PL 활용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2012년 제3자물류 활용 실태조사, 2013. 6. 7, 한국무역협회).

물류 아웃소싱시장은 물류기업의 사업 확대 기회?
그러나 이렇게 증가하는 물류 아웃소싱시장이 과연 물류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여지가 있다. 국내 물류 아웃소싱시장의 양적인 성장에 비례하여 물류기업들의 안정적인 성장세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비용 위주의 저 단가 수주 경쟁에 휘말리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일부 화주기업들은 물류 서비스를 자사의 차별화된 경쟁요소로 부각시키기 위해 오히려 물류에 직접적인 투자를 늘리고 있고, 일부 유통기업의 경우 물류사업을 자사의 새로운 신 사업 모델로 추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2040년까지 현존하는 직업의 80%가 사라질 것이며(유엔미래보고서 2040, 2013. 12. 20, 박영숙), 많은 전문가들도 드론(Drone), 3D프린팅, 첨단로봇, 무인자동차 등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앞으로 10년 후에는 현재 직업의 30%이상이 사라질 것이고,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분야가 물류산업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화주기업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하자
그렇다면 이렇게 격변하는 시기에 물류기업들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 단추는 바로 화주기업들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최근 화주기업들이 고민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물류기업들의 올바른 전략이 나올 수 없다.

필자는 몇 년 전 국내 물류기업들의 서비스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약 300여 개 화주기업들의 물류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비용적인 측면을 제외한 순수한 서비스 측면만을 고려했을 때 2PL기업들의 서비스 수준이 3PL기업보다 높게 나왔다.

국내 3PL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고 2PL의 모(母)회사에 대한 오랜 물류경험으로 인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3PL기업들이 서비스 측면의 약점을 비용적인 측면으로 접근한 다음 추후에 이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만회하려는 전략을 추구한 점도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또한 화주기업들이 물류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비용, 물류 인프라, 물류 운영 등의 기본적인 수준에서 최근에는 컨설팅, 정보시스템, SCM 역량, 자사와의 적합도 등 보다 차별화되고 세분화된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글로벌 화주기업들은 이미 범용적인 물류기업보다 자사의 물류환경에 적합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선택하고 있다.

실례로 필자는 유럽계 글로벌기업의 물류 아웃소싱 추진을 자문한 적이 있는데, 제안금액을 15% 높게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수준이 높은 기업을 선택하였다. 필자가 담당 임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비용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을 때는 안정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답하였다.

물론 이를 다른 화주기업들까지 일반화시키기는 어렵겠지만 트렌드는 점진적이지 않고 어느 한 순간에 확 바뀌는 경향을 감안할 때 이러한 화주기업들의 변화들을 미리 감지하고 준비해서 결코 나쁠 건 없다고 본다.

물류기업 측면에서의 4가지 대응전략
물류 서비스 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물류기업 측면에서의 몇 가지 대응전략을 고민해 보자.

첫째, 고객들이 원하는 바를 알아내고 고객 관점에서 고민해 보자.

필자는 화주기업의 물류 담당자들을 만날 때마다 저 비용만을 추구하는 아웃소싱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까지 고려해야 장기적으로 물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단기적 관점이 아닌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물류기업에게도 상생의 길을 열어줘야만 궁극적으로 더 나은 대 고객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다고 다소 이상적인(?) 주장을 한다.

이에 대해 화주기업들은 상당부분 인정하는 한편 물류기업의 아쉬운 점을 이야기한다. 물류기업의 담당자들과 전혀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장의 물류 인력이 아닌 과장이나 차장 등 물류기업 관리자들이 화주기업이 현재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물류 아웃소싱은 최소 1년 이상 유지되는데 이 기간은 화주기업 담당자들과 물류 고민을 함께 하고 해결하는 데에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필자가 화주기업 물류담당자들의 교육 수준을 조사해보니 학사 77%, 석사 이상 20% 등 상당한 수준을 갖춘 담당자들이 물류 분야에 근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제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정으로 고객들이 고민하는 바를 이해하고 고객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만 한다.

둘째, 물류기업 담당자들의 질적인 수준을 높여야 한다.

단순히 화주기업 담당자들의 수준에 맞춰 고학력 인재를 채용하자는 말이 아니다.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통해 물류기업 담당자들의 수준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이들이 고객에게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수준으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나 유통 등 화주기업들의 최신 경향을 면밀히 연구·조사하고 이를 전사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외부의 물류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자. 필자는 가끔 제조나 유통기업들을 대상으로 물류 및 SCM교육을 하고 있는데, 교육을 하면서 화주기업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많이 공유하곤 한다.

이러한 대외 교육에 물류기업의 담당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단순히 교육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화주기업들의 물류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B2C 지향적인 역발상의 물류전략을 추구해 보자.

최근 일부 B2B 제조기업들이 B2C 소비재기업들의 전략을 모방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즉, 자사 제품의 물적인 흐름이나 유통을 직접적으로 통제하긴 어렵지만 SNS 등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최종 고객들에게 어필(Appeal)함으로써 최종 고객들의 충성도(Loyalty)를 높이고 이들을 활용해서 불합리한 거래 관행들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그것이다.

더불어 ‘상생’이나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물론 택배 등 일부 B2C 특징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류 서비스는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인 B2B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최종 고객들의 충성도를 확보한다면, 화주기업들도 이러한 물류기업을 파트너로 선정하는 것이 자사의 대 고객 서비스와 만족도를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인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사만의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을 추구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어필하자.

이제는 일반적인 서비스로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힘들다. 따라서 자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은 물류기업들에게 큰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변화에 비해 국내 물류기업들의 전반적인 대응전략은 아직 미미한 상황으로,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 기업들에겐 오히려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차별화된 전략과 지속성은 기존 고객은 물론 신규 고객 모두에게 해당된다.

고객과 주고받는 고객 지향적 서비스 제공해야
진정한 고객 지향적인(Customer Driven) 전략은 일방적으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 고객 지향적이란 의미는 ‘Give & Take’의 접점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고객으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뜻이다.

따라서 물류기업의 직원들 모두가 자사를 대표하는 스타라는 것을 명심하고 진정한 의미의 고객 지향적인 노력을 추구한다면 물류기업들에게도 반드시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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