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한 준비 필요

경쟁력을 잃고 방황하는 산업 또는 기업, 관련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이치이다. 그 자리는 더 나은 산업과 기업, 관련서비스가 자리를 메우게 된다. 그것이 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철도물류는 공로운송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현 상황만 놓고 본다면 맞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하기 어려운 철도물류를 정부, 업계, 학계에서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류산업에서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속도와 비용을 꼽는다. 두 가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물류기업에게는 가장 큰 숙제이자 목표이다. 물론 이 두 가지만으로 물류기업의 경쟁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용을 적게 들이고 빠르게 배송하는 것은 화주기업에게 있어 가장 큰 매력이자 물류기업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기준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물류기업은 화물과 서비스에 맞는 운송수단을 선택하게 된다. 운송수단 중에 가장 속도와 비용을 만족시키는 운송수단은 현재 공로운송이다. 이에 반해 철도물류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운송수단이다. 전통적으로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지 않고 한 번에 대량으로 수송해야 하는 화물은 아직도 철도를 이용해 수송을 하고 있지만 그 화물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미래를 위한 준비, 녹색물류로의 전환 필요
설 곳을 잃어가는 철도물류를 왜 이대로 방치 또는 포기할 수 없을까? 철도기술연구원의 김영주 박사는 철도물류의 필요성에 대해 “친환경적인 운송수단이라는 것과 공로 운송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데 가장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온실가스 감축과 공로 운송으로 인해 발생되는 여러 가지 비용들을 줄일 수 있는 운송수단이라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한 물류체계 구현을 위해 친환경적인 철도와 연안해운으로 물동량을 전환하는 다양한 정책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내에도 친환경 물류시스템 구축을 위해 ‘녹색물류전환사업’등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유엔기후변화협약을 통해 국제사회에 약속했으며 이중 수송 부분의 감축 목표치는 34.3%에 이른다.

수송부분의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로운송의 분담율을 줄이고 철도와 연안해운으로의 전환이 필요한데 현재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과는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철도수송의 영업거리가 너무 짧고 철도에 비해 도로가 너무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즉 그 동안 공로에 대한 정부 지원이나 도로의 개발 등은 활발하게 이루어진데 비해 철도수송의 경우 지원이 미비하고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적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 철도를 활성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공로운송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송 수단의 전환으로 탄소 배출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수송되는 화물의 특성으로 인한 환경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 철도물류를 하고 있는 B사의 관계자는 “만일 양회와 무연탄이 공로로 수송된다면 환경적인 문제가 있으며 유류의 경우 위험물로 사고 시에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된다”고 설명했다.

철도를 통해 대단위로 수송되던 양회와 무연탄, 유류 등이 공로 수송으로 돌아선다면 환경과 안전에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현재도 중요하지만 다가올 미래와 후손들을 위한다면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철송을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비용 절감
철도의 화물수송을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공로운송의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유가보조금 제도이다.

공로운송으로 물동량이 몰리면서 수송차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는 유가보조금 지급액이 증가한다는 것. 철도수송이 늘어나면 국가에서 지급하고 있는 유가보조금도 줄어들어 그에 대한 사회적 편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철기연의 김영주 박사는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운송수단 간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으며 공로운송이 사회에 미치는 비용에 대한 연구들이 있다”며 “철도를 활성화 시켜 분담율을 올리면 그에 대한 사회적 편익이 발생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초중량 화물이나 위험물의 공로운송을 지양하고 철도 수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26일 상주 터널에서 위험물을 싣고 달리던 3.5t 트럭이 터널의 벽면을 들이받고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는 위험물을 공로로 수송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려주는 사고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만일 뒤따르던 유조차로 불길이 이어졌다면 상상하기도 끔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위험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대형차량의 증가로 인한 도로의 유지보수 비용 증가와 화물의 낙하 또는 차량 사고에 연계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도운송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는 “초중량화물, 위험물 같이 차량으로 움직이면 위험한 품목들은 보다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는 철도로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력구조의 개편
현재 일본의 인구고령화로 인해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개최됐던 ‘철도물류선진화·국제화를 위한 국제세미나’에서 일본의 JR화물 리서치 센터의 나카무라마사후미 상무도 주제발표를 통해 “일본은 트럭운전기사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화주기업들이 철도를 활용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도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향후 공로운송에 대한 인력 수급의 문제와 안전에 대한 문제가 대두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연령제한이 없는 개인택시의 경우 60대 이상의 운전자가 절반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또한 이러한 고령화는 차량 사고율이 높아지는데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60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영업용 자동차 사고건수는 2만 9622건으로 전년대비 1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물류기업 한 관계자도 “국내의 고령화가 빨리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장거리 차량 운전사들이 부족한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대량의 화물을 적은 인원으로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는 철도의 수송 화물량이 사회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이나 국내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철도수송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대비해야
현 정부의 이슈 중에 물류분야에 포함되는 것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유라시아 역내 교통·물류·에너지 등을 연계하는 것이다.

그 중에 물류에 포함되는 것이 실크로드익스프레스(Silk Road eXpress) 사업이다. 이는 한반도종단철도(TKR, Trans-Korean Railway)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해 유럽과 아시아를 포괄하는 운송로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국내에서 출발해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을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철길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여러 가지 엇갈린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과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현했을 때 국내 물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북한이 길을 열어준다고 했을 시에도 국내에서 길게 가면 신의주”라며 실제 국내 물류기업이 이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거나 국가 물류에 실익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신의주에서는 환적을 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동감을 하지만 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의주에 가서 환적하더라도 국내 철도 물류가 활성화 되지 않는다면 이마저도 어렵다는 것.

학계의 한 관계자는 “대륙철도와 연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철도물류산업이 사장(死藏)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의 수송을 절대적으로 철도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과 사회적 편익, 사회적인 영향으로 인한 인력구조의 변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철도 물류를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그렇기에 철도물류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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