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기업이 알고 있는 ‘진실’은 ‘근거 없는 고정관념’

코닥과 노키아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업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라진 기업이기도 하다. 이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이유는 뭘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그 변화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류기업들이라고 이들처럼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서비스기업이니 다를 것이라고? 이는 큰 오산이다. 제조, 유통, 서비스기업들 모두 세상의 변화를 놓치면 그 누구라도 큰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물류기업들의 행보를 보면 위태롭기 짝이 없다. 오랜 시간 동안 해온 자신만의 방식이 최고이며, 남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자부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본인이 확신하고 있는 진실은 사실과 다른 경우도 많다.

오늘날 물류기업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진실을 쉽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고 하거나 자기 일에 갇혀 다른 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물류기업들은 근거 없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당연함의 틀 속에 가두고 있다.

한 물류전문가는 “만약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세상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내면에 박혀있는 보편화된 관점을 깨트려보지 않는다면 물류기업들은 당연함이라는 우물에 갇혀 우물 밖 세상을 모르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 없는 ‘내가 최고’란 생각에 빠진 물류업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핸드폰으로 문자를 활용한 의사소통을 하려면 문자메시지를 보내야만 한다는 게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자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카카오톡 등 다양한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전에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사라지고,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주변을 채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물류업계도 마찬가지다. 드론이 화물을 싣고 사람을 대신해 하늘 길로 배송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국내 물류기업들은 오랜 관행에 빠져 자신들이 행하는 서비스가 최선이고, 최고라는 자만과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

지난해 물류신문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물류기업들의 인식수준’을 분석해보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설문에 참여한 72명의 물류업체 종사자들의 답변을 살펴보면 이들은 대부분 전통적인 사업영역을 고수하면서 사고를 바꾸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미래를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결과는 매우 처참했다.

10개 항목에 대해 UP & DOWN 방식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자신들이 제공 중인 서비스의 경쟁력은 낮은 수준(응답률 87.5%)이며, 이러한 서비스는 영속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응답률 72.3%)고 답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응답자의 79.1%는 자신들이 제공 중인 서비스에 대한 화주기업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답했다. 이를 극단적으로 풀이해보면 ‘서비스를 엉망으로 제공해도 화주기업들은 만족할 것’이라는 것으로, 물류기업들이 매우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목을 통해 알 수 있는 물류종사자들의 고정관념은 ‘화주기업은 단지 싸게만 해주면 만족한다’는 것과 ‘물류서비스는 단순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정 상품을 아웃소싱하고 있는 화주기업 입장에서 물류담당자들이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과연 어떤 사태가 발생할까?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한편 물류종사자들은 잠재적 경쟁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며(응답자 56.9%),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시장을 뺏길 수도 있다(응답자 54.2%)고 인식하면서도 잠재적 경쟁자들에 대한 대응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응답자 93%)고 답했다. 응답자의 58.3%는 미래 투자는 계획 중이라고 얘기했다.

이는 잠재적 경쟁자들로부터 위협받고 있으나 준비태세는 전혀 갖추지 않고 있으며 기존 서비스 확대를 위한 투자만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설문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물류종사자들의 고정관념은 ‘누군가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있으나 우리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물류는 기간산업인 만큼 기존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만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본 한 물류전문가는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설문 결과를 본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종사자들의 생각이 하루 빨리 바뀌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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