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택배업계를 들썩이게 했던 이슈들이 최근 대부분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업계는 견해 차로 서로를 헐뜯거나 발생한 이슈 해결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응하기도 했다.

최근 택배업계에서 발생했던 이슈들은 크게 주 5일 근무제,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 택배비 500원 인상 등을 꼽을 수 있다. 업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던 이들 이슈들은 현재 대부분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로, 한낱 해프닝으로 그치고 말았다.

지난 몇 년간 택배업계를 시끄럽게 했던 이슈들의 발생 과정과 진행사항, 결론 등을 정리해보았다.

택배업계 단결시킨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 의지, 결국 무산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택배업계가 광분하며 반발한 사건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이었다.

공기업인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택배업계는 우체국택배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예로 들며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농협은 지난 몇 년간 택배사업 진출을 위해 꾸준히 시장을 살피며 호시탐탐 택배시장 진입을 꾀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이 직접 언론에 택배사업 진출 검토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택배업계를 자극했다.

이에 택배업계는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할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며 전국 택배업 종사자들의 반대 입장을 연대서명 탄원서 형태로 모아 청와대, 국무총리실,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국회 농립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에 제출했다.

또 택배차량에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 반대 현수막을 부착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이런 택배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협은 시장 진입을 위한 외부 컨설팅을 비롯해 민간택배기업의 M&A를 꾸준히 진행했다. 그러나 농협은 최근 진행한 민간택배기업 M&A 협상의 최종 기일인 지난 9월 15일을 기점으로 택배사업 진출을 당분간 보류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은 최근 여러 비리 등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최원병 회장의 신변 변화로 인해 진출 반대 의견이 많았기 때문으로, 지금은 조용히 몸을 낮출 때라고 판단한 이들이 많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농협 측이 보류라고 했지만 이는 사업 검토 중단이나 마찬가지 입장이라며,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로 인해 시끄러워질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택배기사 주 5일 근무제 도입 선봉에 선 우체국, 결국 포기
2014년 7월 택배업체로는 처음으로 택배기사의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이 탄생했다. 우정사업본부가 그 주인공으로, 집배원의 근로복지 증진과 열악한 근무환경 변화를 위해 택배 집배원 토요배달 휴무제를 도입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후 택배업계엔 한바탕 태풍이 몰아쳤다.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기업들이 대립하며 분열 조짐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그만두는 기사들이 늘어나고 택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이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주 5일 근무제를 통해 조금이라도 바꿔보자는 게 도입찬성 측의 입장이었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은 서비스업체라면 남들이 쉴 때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고 상품을 빨리 받고 싶어 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택배업체들이 깨트려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택배업체들은 입장이 다른 상대방을 향해 맹비난하기 일쑤였고 회의만 하면 고성이 오갔다.

그러나 지난 9월 12일 택배기사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했던 우정사업본부가 결국 토요배달 재개를 선언하며 택배업계에 광풍을 불러왔던 주 5일 근무제는 일단락됐다.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바와 같이 토요배달 중단에 따른 서비스 경쟁력 약화로 우체국택배의 매출액이 감소하고 이용고객도 줄어드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토요배달 휴무 시행 이후 농산물 주말 직거래를 하는 농어민, 중소 인터넷 쇼핑몰업체, 주말부부 등 토요일 배송을 원하는 국민들의 불편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우정사업본부의 토요일 배송 재개로 택배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주 5일 근무제 도입 역시 일단락됐다.

간절했던 택배비 500원 인상, 맘처럼 쉽지 않아
“택배단가는 지금 바닥까지 떨어졌다. 유류비는 물론 각종 고정비용이 지속적으로 올라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단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 2013년 택배업계 최초로 현대로지스틱스가 공식석상에서 택배비 인상을 선언하며 밝힌 내용으로, 당시 현대로지스틱스는 택배비를 500원 정도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택배 단가가 유류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택배기사들과 협력업체들이 운영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며 존폐의 기로에 서 있어서 단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게 현대로지스틱스의 설명이었다.

이후 타 택배업체들 역시 택배요금 현실화를 위한 인상 활동을 추진했다. 최저단가요율을 상향 조정하거나 화주기업들에게 정식 공문을 발송, 택배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작업을 진행해온 것이다.

그러고 몇 년이 지난 현재 택배단가는 어떻게 변했을까? 택배비 500원은 2,000원 대 초반인 평균 택배요금의 약 1/4에 해당하는 금액이나 업계 전체의 택배 평균 요금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업계의 간절했던 마음과 달리 화주기업들의 마음의 벽을 넘는데 한계에 부딪치고, 기존 화주기업들을 놓칠 수 없는 업체들로서는 결국 화주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단가를 무기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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