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新유통물류 Story

10월이 시작되자마자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할인 행사로 인해 유통회사들은 온통 할인해주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명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때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유통회사가 할인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분위기를 반전하고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국가적 이벤트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민족은 원래 흥이 많았다. 어린 아이에게 코를 풀 때도 ‘흥’하고 풀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국가적으로 흥이 나지 않는다. 게다가 흥이 날 일이 없어졌다.

경제 성장률 저하로 인해 고용이 늘지 않고 경제 인구의 연령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성공해 흥이 생겨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우선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 했다고 볼 수 있는데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 소비자만을 위한 잔치가 아니며 전 세계 온라인 쇼핑족을 위한 왕대박 할인 잔칫날이 된지 오래다.

전 세계의 모든 유통 회사에게 기존의 유통 채널 방식으로 터무니없는 마진을 고수한다면 그 어떤 소비자도 ‘당신 회사의 이익을 위해 멍청한 소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주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는 화이트데이다.

벤치마킹으로 시작했으니 이번에 시작하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진정한 화이트데이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이름도 ‘코리아 화이트데이’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름이야 다시 바꿀 수 있다고 치고, 일단 첫 걸음을 잘 떼야 한다.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해도 스마트 소비자가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이 스마트폰과 결합하면서 새롭게 탄생된 ‘모바일 쇼핑’의 거대한 물결은 이제껏 우리가 유통 시장에서 겪어보지 못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메가 혁명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런 유통 트렌드를 감안하지 않고 단순하게 14일 동안 싸게 판다는 전략으로는 코리아 화이트데이로 자리매김 할 수 없다. 글로벌 쇼핑의 스마트 트렌드를 리딩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과 차별화가 있어야만 한다.

온라인 쇼핑의 소비자 행동 패턴이 국내에서 글로벌로 확대되면서 유통 단계는 이미 축소 되었다. 그 만큼 글로벌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진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중국 요우커를 잡는 전략은 오래 갈 수 없다. 중국도 이제는 경기 침체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기 침체가 유럽과 일본을 거쳐 세계 시장의 성장 주력인 중국까지 다다르는데 시간이 소요되긴 했지만 전 세계가 경제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경기 침체로 인한 파생 여파는 별개의 문제다. 우리가 경기 침체 여파를 실제 생활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멀지 않은 시간에 중국인들도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저성장의 여파를 생생하게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전략이 중국 요우커로 집중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실패가 뻔히 보이는 잘못된 악수(惡手)임에 틀림없다. 중국 요우커도 이제는 스마트 소비자라고 봐야 한다. 스마트 소비자를 위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거듭 나야만 성공할 수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경제가 부동산과 수출 두 바퀴로 굴러가는 자전거와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양쪽 바퀴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다른 쪽 바퀴에도 무리가 가게 되고 결국 자전거는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고 만다. 그래서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상하좌우 균형이다.

균형이 맞지 않으면 소리가 요란 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양쪽 바퀴의 바람이 모두 빠지고 더이상 요란한 소리가 나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한마디로 멈춘 것이다. 멈추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굴러가지 않고 삐걱삐걱 하는 자전거는 멈추는 순간 넘어지는 것이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운전하는 사람이 페달을 밟던 발을 떼고 두 발을 땅에 딛고 잘 버텨야 한다. 그리고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잡고 있어야만 한다. 언제까지 자전거를 잡고 있을 수가 없다. 지금 우리 상황은 멈춘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두 발을 땅에 딛고 버티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상황은 유통에서 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관없이 보다 싼 가격을 찾아 쇼핑을 하는 가격 우선의 소비 패턴으로 나타났고,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 시 첫 번째 요소도 가격이고 마지막 요소도 가격이라 싼 가격을 찾아 글로벌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런 가격 경쟁이 이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기점으로 한 번의 이벤트 행사로 그치지 않고 상시화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한번 시작된 치킨 게임은 초 연결시대에서는 큰 사회적 경제적 변화가 없는 이상 멈출 수 없게 된다.

결국 가격 할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 여건상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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