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악화에 인건비 줄이기…뒤늦게 국내 영업에 박차

물류업계에서 외국계 물류기업은 ‘좋은 직장’으로 꼽힌다.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외국계 물류기업은 적지 않은 급여가 보장되고 복지가 우수한 편인데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오랫동안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구직자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적지 않은 외국계 물류기업들이 인원을 감축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보기 드물었던 일이어서 업계는 의외의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매출 확대를 위해 국내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토종 물류기업과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본사發 물량 감소…국내 영업 소홀 역풍
외국계 물류기업들이 인원 감축을 단행한 가장 큰 이유로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이들 기업의 수입원을 살펴보면 주로 해외 본사에서 지시가 내려오는 업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본사가 글로벌 입찰을 통해 확보한 물량을 지역 혹은 국가별로 나누어 현지 법인이 처리하도록 배분하고, 여기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식이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해외 유명 기업의 제품들이 국내로 들어올 때 외국계 물류기업을 이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최근 중국 경제위기와 난민 유입으로 인한 유럽 경제의 분위기, 유가의 지속적인 하락 등 다양한 영향으로 글로벌 물류시장이 경직되면서 물량이 줄거나 이익률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물류기업들의 인원 감축은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단 기간에 수익 악화 폭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물류기업들이 인건비를 줄이더라도 본사로부터 나오는 수익이 크게 늘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외국계 기업들의 전체 수익에서 본사가 할당하는 물량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많은 역량을 투입해왔다. 지점 입장이다 보니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렇다보니 국내 영업에는 인원을 적게 배치하는 등 상대적으로 소홀해왔던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과 협력 시도…장기적 관점으로 영업 기반 다져야
그동안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영업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내 기업보다 더 낮은 운임을 제시해 입찰을 따내는 일도 많아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받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물량 따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게 됐고, 과거처럼 자금력을 앞세워 낮은 운임을 제시하기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 영업직 직원은 “뒤늦게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영업에 박차를 가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아무래도 지점이다보니 본사의 승인이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 폭 넓은 행보는 쉽지 않다. 또 틈새시장이나 괜찮은 중소화주들은 이미 국내 기업에 선점된 상황이어서 영업기반이 썩 좋은 편도 아니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미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부 외국계 기업은 국내 기업과 협력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사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수출물량이나 전자상거래 물량을 처리하는 식이다.

이 같은 협력이 좋은 수익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정이 나아진 외국계 기업이 협력 관계를 깨고 낮은 단가로 물량을 가로챌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인원 감축은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 누수와 과부하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해당 기업이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기꺼이 지불한 투자도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영업에 공을 들여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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