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新유통물류 Story

아침 저녁으로 공기가 차갑다. 차가움을 넘어 쌀쌀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달력을 보니 추석 연휴가 9월의 마지막 주를 장식하고 있다. 3분기를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에 따라 올해 성과가 결정이 나는지라 다들 단단히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4분기가 되면 내년 준비로 바빠진다. 7월과 8월에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들은 9월 추석을 기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한다. 9월 정도가 되면 일 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9월이 될 때까지 매달마다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성과물로 내세울만 한 것은 정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꽤 괜찮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도 사회 전반적으로 소위 잘 나갔던 시절을 잊지 못하고 있는 터라 성에 차지 않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계속해서 질주해야 하는 고속열차로 생각한다.

외형적 성장을 내적인 성장으로 전환해야
20살 남자는 약관이라고 해서 갓을 쓰는 나이로 표현하고 여자는 묘령이라고 해서 꽃다운 나이라고 한다.
30살은 이립(而立)으로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40살이 되면 불혹(不惑)이라고 해서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고 했다.

30살부터 나이를 표현하는 단어는 모두 정신이나 마음과 관련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성장 일변도의 정책이나 전략은 그래서 한계가 뚜렷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외형의 보이는 성장을 내적인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사회가 한 쪽 방향만 보고 지금까지 그것에 집착해서 달려온 터라 그 방향을 보지 않는 사람이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사람을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림을 보는 고객의 입장을 고려한 다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라는 작품이 있다. 그냥 평범하게 정면에서 바라보면 구도가 전혀 맞지 않는 엉망진창인 작품이라고 평가할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다빈치가 성당의 높은 벽에 걸려있는 그림을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구도를 잡아 그렸다는 걸을 알게 되면 전혀 달라지게 된다. 그림의 왼쪽 아래에서 보면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원근법을 적용한 최고의 화가이자 과학자가 그린 명화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림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림이 걸리게 될 위치까지 고려한 위대한 작품인 것이다.

15세기에 살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위대한 것은 다른 재능보다도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을 보는 고객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점이다. 요즘 표현으로 바꾸면 ‘고객 중심 그림’이다. 그림의 가장 기본적인 이유가 그림을 보는 사람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이유에 충실하게 그림을 그린 것이다.

고객의 입장이 된다는 것을 너무 어렵게 이해하는 회사가 많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런 회사들은 대부분 ‘고객 중심 경영’을 늘 외친다. 정말 아이러니다. 모든 경제 활동의 이유는 바로 고객에게 있다. 고객이 이유고 고객이 시작이며 고객이 끝이다. 고객의 입장이 바로 고객의 이유다.

구성원이 곧 고객, 그들의 소리를 들어라
우리 모두는 고객이자 그 고객을 위한 경제 활동을 하는 주체다. 온라인쇼핑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자신의 쇼핑몰에서 온라인 주문을 하지 않고 대형마트 직원이 자신의 마트에서 장을 보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격이 비싸거나 품질이 좋지 않거나 상품을 찾는 것이 불편하거나 사고 싶은 상품이 없거나 등의 다양한 이유가 나올 것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를 스스로 이용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가게를 이용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들 고객의 소리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에 대한 소리는 잘 듣지 않는다. 구성원이 곧 고객이라는 것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SNS에 고객 불만 글이 하나 올라오면 관련 된 팀이나 부서는 난리가 난다. SNS의 파급 효과를 익히 잘 알고 있는 터라 신속하게 대응하려고 한다. 그러면 회사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이나 구성원이 자기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필자는 아직까지 그 어떤 회사도 SNS의 고객 불만 처리하듯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회사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보다 자기의 회사를 더 많이 아는 외부인은 있을 수 없다. 웬만하면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 그 사실 한 가지만 경영자가 파악하더라도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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