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항만의 신성으로 떠오른 지부르게항

벨기에는 국토가 작지만, 바다를 접하고 있어 항만물류가 발달했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항만 중 하나인 지부르게(Zeebrugge)항은 유럽을 대표하는 자동차항만이다. 자동차 외에도 벌크와 컨테이너, 배후단지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남미, 아프리카, 호주 등 전 세계 국가로 운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럽의 허브 역할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벨기에 무역의 관문
지부르게항은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연안 지역의 항만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벨기에 정부가 인공적으로 조성한 항만이다. 인근의 앤트워프항, 노테르담항과 함께 유럽에서는 베네룩스항만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부르게항은 유럽에서 가장 산업화가 활발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 서계를 대상으로 풍부한 노선을 갖추고 있다. 지도상에서 살펴보면 유럽 항만의 중심지역에 있으며, 영국과 유럽대륙을 마주하고 있다. 유통 관점에서 보면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이라는 유럽 내 빅마켓과 인접하고 있어 상당히 매력적인 항만이라는 평이다.

지부르게항은 외항과 내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거대한 관문, 터미널과 물류센터, 제조공장 등이 자리한 배후단지로 구성되어있다. 외항은 컨테이너와 가스와 같은 에너지를 취급하고, 내항은 자동차와 식료품 등을 담당한다.

물동량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의 3분의 1 가량이 유럽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나머지는 미국과 아시아 등을 커버한다. 또한 항만 내 철로와 육로가 직접 연결되어 벨기에 내륙운송은 물론 인접한 유럽국가를 대상으로 빠르게 운송할 수 있어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이 즐겨 찾고 있다. 화물뿐만 아니라 크루즈선의 접안도 가능한데, 연간 100여척의 크루즈선이 입항하여 인근 지역의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지부르게항의 물동량 추이
지부르게항의 물동량은 1992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하여 2010년 약 500만TEU를 기록했으며, 지난해까지 400만TEU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1992년 물동량이 급성장한 까닭은 그 해부터 자동차 물류를 개시했기 때문이다. 현재 지부르게항은 약 220만대의 새로운 차량을 처리하고 있다. 이는 전체 물동량의 31%(2014년 기준)를 차지하는 것으로, 이 중 96만대 가량은 수입물량이며 120만여대는 수출물량이다. 자동차 해상운송의 경우 RORO선을 활용한다.

지부르게항은 유럽, 특히 영국을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 해상운송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지부르게항에 입고된 자동차는 영국 내 물류센터에 입고되는데 24시간이면 충분하다.

거리가 가깝기도 하지만, 선박을 하루 4회 운항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국시장을 공략하려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앞다투어 지부르게항에 자신들의 자동차를 보내고 있다.

자동차 물류의 강자가 된 비결
지부르게항은 1992년부터 자동차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항만 중에서는 신생업체에 속하는 셈인데, 빠른 시간에 유럽 지역을 대표하는 항만으로 발돋움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빈센트 드 세들리어(Vincent De Saedeleer) 지부르게항만공사 부사장은 “유럽을 대표하는 자동차항만으로는 독일의 브레머하펜(Bremerhaven)항과 지부르게항이 있다.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한 지부르게항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보관과 운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기술적 보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부르게항은 주차를 위해 300헥타르의 야드를 두고 있는데, 주변에는 PDI, CPC, VHC, PPO, DDD 등 출고 직전에 자동차를 정비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시설과 대형 자동차 터미널(ICO터미널) 2곳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전문인력만 700여명에 달한다. 적재적소에 신속하면서도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빈센트 드 세들리어 부사장은 “지부르게항과 겐트항, 앤트워프항을 포함하면 벨기에는 연간 300만 대의 자동차를 처리하고 있다. 각 항의 거리는 차로 30분에서 45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컨테이너·벌크화물 현황
지부르게항의 컨테이너 물량은 전체의 48% 정도이며, 벌크화물은 21%를 기록하고 있다(2014년 기준). 컨테이너 화물은 연간 200만TEU 가량이 처리되고 있는데 미국과 남미, 아시아 지역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현재 한진을 비롯해 CMA-CGM, CLdN, K line, CSCL, 에버그린 등의 다수의 선사가 지부르게항을 이용하고 있으며, 최대 1만 9,000TEU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대형 부두를 갖췄다. 3개의 컨테이너 터미널은 차이나쉬핑과 상하이항, 싱가포르항, PSA, CMA-CGM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벌크는 크게 식료품(3%), 액체류(15%), 건축자재류(3%)로 구분할 수 있다. 지부르게항이 주력하고 있는 벌크는 액체류로 연간 660만 톤을 처리하고 있으며, 이 중 310만 톤이 LNG다. LNG는 주로 카타르와 노르웨이, 영국에서 파이프를 통해 운송되고 있으며, 서유럽권 시장의 23%를 처리하고 있다. 지부르게항은 향후 벙커선 선대를 전면에 배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식료품은 가공을 포함한 과일류와 농산물을, 건축자재류는 모래나 자갈 등을 포함하고 있다.

유연한 의사 결정이 최대 강점
엠마뉴얼 반 담(Emmanuel Van Damme) 지부르게항만공사 영업총괄임원은 지부르게항의 강점으로 유연성을 꼽았다. 그는 글로벌 음료 브랜드인 트로피카나(Tropicana)를 예로 들었다. 트로피카나는 영국시장을 위해 지부르게항에서 자사의 제품을 처리하길 바랐다.

그들의 요구는 운송과 보관은 물론 재가공이 가능한 공장 설립을 허가해달라는 것이었다. 지부르게항은 빠른 의사결정을 내렸고, 연간 290만 리터의 주스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네슬레와 브릿지스톤 등 유수의 업체들도 비슷한 이유로 지부르게항 내에 터미널과 공장을 두고 있다.

엠마뉴얼 반 담 영업총괄임원은 “지부르게항이 자동차와 식품류, 제지, 철강 등 다양한 화물의 취급량을 늘릴 수 있었던 이유는 유연한 솔루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지부르게항에 큰 터미널을 짓고 싶다고 하면, 우리는 매우 짧은 시간 내에 허가를 내준다. 어떤 기업이든 프로젝트를 문의하면 우리는 그것을 할 수 있다고 대답할 수 있으며, 빠른 시간 내에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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