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新유통물류 Story

이 맘 때면 늘 태풍이 우리 한반도를 지나간다.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조금씩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태풍은 주로 북태평양 남서부에서 발생하는데 생성에서 소멸까지 짧게는 1주일부터 통상 한 달 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

태풍을 한 마디로 말하면 지구의 정화 작용의 하나로, 지구의 기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작용과 반작용의 균형 활동이다. 무수히 많은 요인들에 의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지구 온도가 조금씩 변화되고 그런 온도 변화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태풍이 생성되어서 지구의 온도가 일정하게 균형을 잡도록 하는 것이다.

태풍이 바다를 지나면서 비축한 힘은 육지에 상륙하면서 응축된 에너지를 쏟아 붓기에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상처투성이가 된다. 수확 시기에 큰 태풍이 지나가면 피해가 클 수 밖에 없다.

우리 인간의 경제 활동도 자연의 이치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전 세계의 트렌드가 동조화 되는 것처럼 자연과 인간의 트렌드 역시 함께 동조화 된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무수한 시행착오와 새로운 아이디어의 계속되는 도전이 반복되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변할 수도 없고 변하지 않는 것은 경제라는 활동의 주체가 바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언제나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 대한 서비스 행위가 모두 경제 활동이다. 세상에 없든 혁신적인 제품이든 이제까지 체험하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이든 그것을 이용하는 고객, 즉 사람이 없으면 그 제품이나 서비스는 바로 사라지게 된다. 찻잔 속의 태풍이다.

찻잔 속의 태풍인지 아닌지를 그 순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서 결론이 나와야만 그것이 찻잔 속이었는지 세상이었는지 그릇의 크기를 판단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태풍의 이유를 알게 되면 찾잔 속에 있을 지 아니면 세상으로 나가게 될 지 예측 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과학 수준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지진이나 기상과 관련한 분야의 예측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예측이 되지않는 다는 것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둘러싸인 벼랑길을 그 어떤 기계나 장치에 의지하지 못한 채 혼자서 그냥 걸어가야만 하는 것과 같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을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세상에 없던 혁신이었지만 결과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이유였다.

그 이유가 고객에게는 아이폰으로 변신한 것일 뿐이다. 우리가 아이폰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명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일상에서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었고, 그 스마트폰은 지금 우리에게 생활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세상에 없는 혁신이 우리 생활이 될 때 그것이 바로 진정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하게 된다. 포드의 자동차가 그랬고,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그렇다. 자동차로 인한 일상의 파생 여파와 아이폰으로 인한 일상의 파생 여파를 생각해 보면 된다.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없는 우리의 하루 일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우리가 이유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그 이유에 바로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이유가 고객에게 있지 않으면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반짝 스타는 될 수 있을 지라도 언제나 기억되고 누구나 존경하는 영원한 스타는 될 수 없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생활로 자리매김 할 것인지는 그것을 기획하는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의 선택 사항이다. 고객은 그 이유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의문이 생긴다.

그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런데 왜 일상에 자리매김하는 성공은 소수에 불과할까? 그건 바로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고객의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언제나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반영하여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정말 너무나 많이 듣고 있는 마케팅 전략이다.

그렇게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는 회사의 대부분의 이유는 바로 자기 회사가 다른 경쟁사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는 자기 회사가 그 분야를 독점해서 그 어떤 경쟁자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초월적인 회사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객의 이유가 아니다. 고객의 이유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시장의 전략은 언제나 경쟁사나 관련 업종을 파괴하는 치킨게임의 형국을 띄는 경향이 많다.

지난 호에서 필자가 우리 온라인쇼핑이 배송 전쟁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씀 드리면서 경쟁사가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단순한 미투 전략은 오히려 독이며 결국 이런 전략의 파생으로 인해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시장 상황이 필자가 예상한 것처럼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소셜커머스에서 촉발된 배송 전쟁이 온라인쇼핑 전체로 파생되고 있고 기존 온라인쇼핑의 택배를 책임지고 있는 택배회사까지도 이런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배송 전쟁의 확산은 고객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건 사실이지만, 결과론적으로는 회사마다의 차별성은 없어지면서 비용은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온라인쇼핑을 이용하는 고객의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배송리드타임이라는 서비스가 부가 되면서 상승효과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배송이 먼저가 아니고 쇼핑이 먼저다. 배송은 쇼핑에서 유발되는 종속변수다. (다음 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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