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행거물·플랫물 자동 합포장 시스템 구축

 

뜨거웠던 폭염이 한풀 꺾이면서 가을의 문턱이 성큼 다가왔다. 계절이 바뀔 때 가장 바쁜 업종은 바로 의류산업이다. 계절보다 한 걸음 앞서 제품이 소비되기 때문에 매년 이맘때 의류 매장들은 새로운 상품으로 채워지고 의류물류 현장도 바삐 돌아간다.

의류는 크기와 사이즈가 제각각인데다 색상도 다양하고 오염에 민감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검수와 반품은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업무 난이도가 높다. 따라서 의류물류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보관과 정확한 입·출고 관리, 빠른 분류와 포장 등이 가능한 물류센터가 필수적이다.

에고이스트, 매긴, 플라스틱아일랜드, 랩, 펜필드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패션비즈니스기업 아이올리(AIOLI)가 경기도 용인에 새로운 대형 의류물류센터를 지었다. 준공허가를 앞두고 시범운영을 진행하고 있는 아이올리 용인물류센터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자동 합포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첨단설비를 앞세워 의류물류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복층 구조로 설계해 공간 활용성 극대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유방동에 자리한 아이올리 용인물류센터는 지난해 1분기에 건축을 시작하여 8월 말 준공허가를 앞두고 있는 의류전문 물류센터다.

용인물류센터는 영동고속도로 용인IC와 차로 5분 거리에 있으며 마성IC, 동백터널 등과 가까워 ‘빅마켓’인 수도권에 신속한 배송이 가능한 것은 물론 고속도로와 연계가 쉬워 전국 단위 운송에 적합한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10,000만평 부지 위에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로 지어졌고, 지하 바닥면적은 1,750평, 지상 바닥면적은 1,650평 규모다. 건물 앞쪽에는 넉넉한 야드와 주차공간이 마련되어있으며, 보관공간(작업공간) 바로 옆에는 안락한 사무실과 회의실, 접견실은 물론 고객지원실, 수선실, 구내식당, 휴게실, 체력단련실 등의 편의시설도 갖췄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복층 구조로 설계해 지하 1층을 4개 층으로, 지상 1층은 3개 층으로 나눈 지하 4층, 지상 5층짜리 건물이라는 점이다. 아이올리는 복층 설계를 통해 공간 활용성을 크게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런데 용인물류센터에 가보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는 비밀이 있다. 용인물류센터의 부지는 원래 높은 지형이었고, 바로 앞 도로를 포함한 인근 지형은 이보다 낮은 일반적인 평지였다. 아이올리는 13m를 파고 내려가 건물의 터를 잡았다. 이 때문에 정면에서 봤을 때 건물은 평지와 같은 높이에 있어 언뜻 보기에는 지상 1층이지만 실제로는 지하, 그 중에서도 최하층인 지하 4층이다.

먼저 지하 1층(실제로는 지하에 위치한 4개 층)의 내부를 살펴보면 지하 1-1층은 출고설비와 반품 전용설비가 위치하고, 1-2층은 플랫물 보관, 1-3층과 1-4층은 행거물을 보관한다.

지상 1층의 경우 1-1층은 출고설비가 있으며 입고된 플랫물 보관, 부자재 보관장소로 활용되고, 지상 1-2층과 1-3층은 행거물을, 지상 2층은 반품을 확인하는 설비와 플랫물을 보관한다. 즉, 대부분의 작업은 지하에서 이루어지고 지상은 보관 역할에 충실하다.

화물차량을 접안할 수 있는 도어의 경우 지하 1-1층은 총 7개를, 지상 1층은 3개를 두고 있다. 평지 기준으로 지상 5층 높이에 해당하는 지상 1층은 건물 측면에 램프 형태의 도로가 있어 차량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컨테이너를 접안할 수 있도록 전용 도크(40피트 2개, 20피트 2개)와 화물엘리베이터를 두어 대형 화물을 처리하는데 용이하도록 설계했다.

자동화 설비 통해 효율성 높여

자동화 설비 통해 효율성 높여

 

자동화 설비 통해 효율성 높여
의류물류 현장에서는 상품을 크게 2가지로 구분한다. 원피스처럼 길이가 길고 접어서 보관하기 어려운 상품은 옷걸이에 걸어 보관하고, 캐주얼 티셔츠 같은 옷은 접어서 비닐로 포장해 박스에 담아둔다. 물류현장에서는 전자를 행거(hangar)물, 후자를 플랫(flat)물 혹은 박스물이라고 부른다.

아이올리 용인물류센터의 내부는 불특정 다수의 행거물과 플랫물을 신속하게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각 층마다 컨베이어 벨트와 행거소터기(Automatic hanger sorter system), 플랫물을 운반하는 일반소터기, 포장기기 등 다양한 자동화 설비를 곳곳에 설치해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행거물의 경우 입고되는 순간부터 천장에 부착된 자동행거 이동설비에 걸려 각층 입구까지 이동시킨다. 작업자들은 입구에 올라온 행거물을 수동 이동설비에 걸어 손쉽게 보관장소(행거랙)로 옮긴다. 자동행거 이동설비는 총 2개 라인을 설치해 많은 분량도 신속하게 소화할 수 있다.

플랫물의 경우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센터 곳곳으로 이동한다. 벨트는 작업자들의 동선은 물론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됐으며, 반품과 입·출고작업이 이루어지는 벨트에는 바코드 스캐너와 계량기, 자동박스포장기 등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각종 기기들이 장착되어 정확도를 높였다.

또한 플랫물 보관은 손쉽게 수납해 보관할 수 있는 플라스틱 오픈박스를 활용한다. 이 박스는 측면을 개방할 수 있어 간단하게 상품을 꺼낼 수 있으며, 규격화된 바닥면에는 이동차(달리 : dolly)를 부착해 쉽고 빠르게 운반할 수 있다.

유희선 물류팀 차장은 “과거에는 작업자들이 직접 박스를 포장하고, 반자동 라인에서 박스를 운반했지만, 아이올리 용인물류센터는 대부분의 작업이 자동으로 처리된다”며 “입고시점부터 브랜드별로 상품을 분류하고, 포장 박스는 자동으로 조립되어 컨베이어 벨트에 진입한다. 버튼 하나로 원하는 라인에 상자를 공급할 수 있으며, 박스의 간격을 유지하는 센서를 부착해 오류를 방지했다. 이 같은 자동화설비 덕분에 하루 약 3만장 이상의 포장과 출고작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행거물·플랫물 자동 합포장 시스템의 모습.
자동 합포장 시스템 강점…반품 라인도 자동화
아이올리 용인물류센터의 최대 강점은 국내 최초로 자동화설비를 활용해 행거물과 플랫물을 하나의 박스에 동시 포장(합포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두 가지 상품을 별도로 분리된 각각의 소터에서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합포장을 하려면 작업자가 박스를 가지고 2개의 라인을 오고 가야 했지만, 용인물류센터는 대부분의 작업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1개 라인에서 작업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

지하 1-1층 중앙에 위치한 합포장 소터를 살펴보면 크게 3층 구조인데, 1층은 작업셀이, 2층은 플랫물 소터가, 3층에는 행거물 소터가 위치한다. 컨베이어 벨트는 각각의 작업대를 오가며 분주히 박스를 옮기는 역할을 맡는다.

먼저 자동박스포장기가 박스를 펼쳐 바닥을 테이핑한 뒤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주면, 미리 입력된 정보에 따라 작업공간(셀)로 이동한다. 플랫물소터는 플랫물을 컬러부터 사이즈까지 분류해 박스에 담고, 행거물소터는 해당 위치까지 행거물을 옮긴다.

작업자는 정해진 위치에서 행거에서 상품을 들어 박스 안에 담긴 플랫물 위에 올려두면 된다. 준비가 끝나면 박스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출고장으로 옮겨지고, 박스포장기가 패킹(Packing)과 발송장(스티커) 부착 작업을 수행한다. 보관된 행거물과 플랫물을 이동시키고, 선별부터 포장, 검수 작업까지 출고의 전 과정이 같은 장소에서 자동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특히 박스가 컨베이어 벨트에 놓이는 순간부터 최종 출고 직전까지 해당 박스에 들어갈 상품의 종류와 색상, 사이즈 등은 물론 최종 도착하는 매장 등의 정보가 기록된다. 작업대마다 DAS(Digital Assorting System)를 부착해 정확한 수량 파악과 정보 검출이 가능하며, 모든 내용은 바코드 스티커에 담겨 박스에 부착되고 이동 중에 센서를 통해 스캔된다. 이 같은 정보는 작업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기록되며, 물류센터는 물론 매장을 포함한 아이올리의 네트워크에서 열람할 수 있다.

유희선 차장은 “만약 합포장을 할 필요가 없다면 행거물과 플랫물을 각각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나의 라인에서 일반 포장과 합포장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출고 오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올리 용인물류센터는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는 의류반품처리도 자동화 설비를 적용해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

반품 박스는 입고와 동시에 바코드를 스캔해 제품과 매장 정보 등을 읽고, 중량을 체크한 뒤 브랜드별로 분류한다. 벨트는 검수대로 이어지며, 작업자들은 박스를 개봉해 검수를 진행한다. 이후 재포장 기기를 거쳐 다시 매장으로 출고되거나 브랜드별로 분류하여 보관한다. 이때 상품은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겨지는데, 이때에도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이동한다.

유희선 차장은 “반품상품을 스캔해서 올려놓으면 마지막 정리작업까지 원스톱으로 처리된다.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을 줄였기 때문에 오류를 크게 줄이는 것은 물론 자동화 설비로 처리 속도를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미니 인터뷰 / 김 한 성 아이올리 물류팀 수석부장
“용인물류센터, 축적한 의류물류 노하우의 집약체”

Q : 용인물류센터의 물량 처리능력이 궁금하다.
A : 사이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150만 장, 최대 200만 장의 의류를 보관할 수 있다. 신상품부터 이월상품, 아웃렛상품, 온라인몰까지 모든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행거소터기의 경우 200셀, 플랫소터기는 152셀을 보유하고 있다.

Q : 지하 13m에 작업장을 만든 이유는?
A : 물류센터는 하루에도 수많은 차량이 오고 가기 때문에 외부 공기와 차단되지 않는다. 때문에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 작업자들이 고생하기 마련이다. 용인물류센터의 지하 작업장은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온도 하락폭이 적다. 복층 구조로 지은 것은 브랜드가 많은 의류의 특성을 반영해 최대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셔다.

Q : 자동화 설비를 대거 설치했다. 특히 합포장 시스템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A : 지금까지 아이올리가 축적한 의류물류 노하우를 집약시켰다. 특히 기존 행거소터기는 박스를 마감시키지 못하지만 우리는 합포장부터 마감까지 거의 대부분의 과정을 자동화 설비로 관리한다. 또 실시간으로 정보를 기록하는데, 모든 정보는 아이올리 물류센터와 매장에서도 조회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러한 설비를 통해 아이올리는 작업자들이 허리를 굽혀야하는 업무를 상당부분 줄여 능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인력 낭비와 의류의 손상을 최대한 방지하고 철저한 재고관리를 실현시켰다. 주변에서 어렵다고 했지만 연구를 지속해왔고, 자동화 설비 제작사와 꾸준히 논의하면서 합포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덕분에[ 출고시간은 이전보다 30~40% 빨라졌으며, 센터 전체에서 동시에 작업할 경우 하루 10만 장까지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Q : 물류센터를 준비하면서 브랜드별로 조직을 개편했다고 들었다.
A : 이전에는 입고, 출고 등 작업 특성에 따라 조직을 두고 있었다. 브랜드별로 조직을 둔 것은 물류를 통해 각 브랜드의 입출고 현황과 보관현황 등을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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