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新유통물류 Story

휴가철인 요즘 얼마 전 SNS에서 우리 선조들의 피서 방법을 본 적이 있다. 요약을 해보면 덥다고 해서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으니 그냥 더위를 참는 것이 좋은 방법이고, 두 번째는 독서 삼매경에 빠져 더위 자체를 잊으라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는 언제나 순환하는 것이다. 항상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며 그 변화 속에서 균형을 찾는다. 돌고 도는 것이 계절이라 조금만 있으면 언제 그렇게 더웠냐며 다들 그리워한다.

현장유지 전략, 위기 부른다
변화를 통한 균형이 자연의 본질인 반면 우리 인간은 안정을 통한 유지가 본질이다. 우리 스스로가 안정을 통한 현상 유지에 집착하게 되는 그 순간부터 위기는 바로 찾아오게 된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대부분의 위기는 안정을 통한 현상 유지의 습성으로부터 기인한다.

어떤 경쟁 상대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회사가 처음부터 시장점유율이 높을 수는 없다. 해당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늘 도전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시장점유율이며 그 회사의 매출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해당 분야에서 확고부동한 1위에 올라서게 되면 그 순간부터의 전략은 기존의 변화 전략은 온데간데없고 180도로 바뀌게 된다. 바로 현상 유지 전략을 최우선으로 하게 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현상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임을 알 수 있다. 시장이 가만히 변화하지 않는 것을 전제할 때만 가능한 전략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그 어떤 시장도 그 자리에서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는다. 고객이 변하고 기술이 변하고 경제 트렌드가 변한다.

한마디로 현상유지 전략을 채택하는 순간 그 회사는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 자명해진다. 자신이 속한 산업군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현상유지 전략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변화하는 전략을 더 고도화해야 하는 것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고객
변화하는 전략의 핵심은 바로 고객이다. 고객이 변화고 있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10년 전 20~30대였던 고객은 지금은 30~40대가 되었으며 사회의 핵심 주류로 성장했다.

지금의 40대 중반까지는 모바일과 인터넷에 매우 능숙하다. 10년 전 30~40대의 고객 행동 패턴을 지금의 마케팅 전략으로 삼는다면 큰 오산일 수밖에 없다. 사회의 핵심 주류층으로 성장해 온 이들 30~40대는 SNS를 기반으로 전 세계와 네트워킹 되어 있다.

10대와 20대는 두말 하면 잔소리다. 이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자신만의 차별화된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기존 우리나라가 ‘우리’ 사회였다면 지금 이들은 ‘나’라는 차별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것의 중심에는 언제나 고객이 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모르는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단지 고객이 중심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해석의 차이는 요즘 불고 있는 배송서비스 경쟁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배송 리드타임과 배송비의 문제
배송 리드타임의 이슈가 유통이나 물류업계에 요즘처럼 화두가 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2007년에도 인터넷서점으로 촉발된 당일 배송전쟁이 한 번 있었다. 그 당시와 비교해서 지금 상황이 급변하게 된 것은 아마존이라는 온라인쇼핑의 최강자가 경쟁 모델이 되었고,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탄생으로 인한 O2O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아마존이 있기까지 대부분의 배송서비스는 우리나라를 벤치마킹 했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온라인쇼핑은 2005년에 2일 배송을 시작했고, 2007년부터는 당일배송을 도입했다.

아마존은 최근에서야 미국 전역에 2일과 당일배송을 하겠다며 물류센터 구축에 나서는 등 열심히 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 2일 배송도 우리나라처럼 무료가 아니라 연간 회비를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2일 배송은 ‘당연한’ 무료 서비스다.

전 세계에서 온라인쇼핑에 대한 배송 리드타임은 우리나라가 당연 최고다.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다만 아마존과 차이가 있다면 우리가 택배와 연계된 배송 리드타임과 물류비의 최적화에 집중하는 반면 아마존은 스스로의 물류 인프라 구축과 배송서비스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했다는 점이다.

우리 온라인쇼핑 회사들이 온라인쇼핑의 본질이 SCM과 배송 리드타임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을 때 아마존은 정확하게 그 사실을 인지하고 두 가지 모두에 투자했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그 차이가 오늘의 아마존을 온라인쇼핑의 리딩 컴퍼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온라인쇼핑 시장 환경은 너무나 다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온라인쇼핑 시장이 우리나라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아마존 같은 독보적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회사가 없다.

우리나라는 당일배송을 해도 고객에게 배송비를 받지 못한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의 배송 전쟁은 막대한 자본 싸움으로 연결되는 치킨 게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쟁사가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단순한 미투 전략은 오히려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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