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Ⅰ. 대한민국 콜드체인, 현주소와 미래 과제 ④

기고자 : 박찬익 한진물류연구원 수석연구원

국제적으로 WTO의 출범, FTA 체결국 확대 등으로 유통시장 개방 및 농수축산물 수출입 시장의 자유화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화주기업들의 온도관리상품에 대한 고품질 물류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식품에 대한 안전성 관리가 강화되면서 저온식품에 대한 유통 및 추적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동시에 소비자의 소비형태가 과거 양적 선호 추세에서 고품질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패턴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냉동냉장화물에 대한 콜드체인 관리 기능이 필수적인 신선물류사업은 식품의 보존과 품질보전, 선도유지, 나아가 수급 균형에 의한 적정가격 유지 등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저장 및 유통시간(Time), 온도(Temperature), 내장성(Tolerance)의 소위 ‘3T 원칙’에 의해 제품의 품질이 좌우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신선식품은 일반화물에 비해 콜드체인 시스템에 의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일본의 콜드체인 현황 및 최근 동향에 대해 냉장창고업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일본 냉장창고의 법제도 및 현황
먼저 콜드체인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냉장창고에 대한 법제도 및 현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일본의 영업용 창고사업에 대한 법적 규정은 1956년 제정된 창고업법을 따르고 있다.

제정법 당시에는 창고업의 허가제와 요금의 사전신고제였으나 2001년 등록제로 변경되고 요금의 사전신고제가 폐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창고업법 제3조). 그러나 창고사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면서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에 자칫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사업개선 명령제도’를 새롭게 도입한 것이 일본 창고업법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창고사업은 크게 보통창고, 수면창고, 냉장창고업의 3가지 사업으로 구분되며, 보통창고의 경우 1류창고, 2류창고, 3류창고, 야적창고, 저장조창고, 위험품창고 등 6가지 종류로 세분화되어 있다. 특히 냉장창고의 경우 7가지 보관온도대에 따라 C급과 F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냉장창고의 온도대별 수용용적 구성비는 F급(-20℃ 이하) 냉장창고가 84%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C3급이 11%, C1급이 3%, C2급이 2%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법적인 분류는 아니지만 냉장창고는 그 입지형태에 따라 크게 시장형 냉장창고, 항만형 냉장창고, 내륙형 냉장창고로 구분되어지기도 한다.

일본의 냉장창고업은 그동안 급속한 ‘양적 팽창기’ 이후의 완만한 ‘질적 조정기’ 상황에 놓여 있다. 즉, 1980년대 중반 이후 1990년 초까지 버블경제가 지속되면서 냉장창고업은 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급속한 양적 팽창기를 맞이하였으나 1991년 이후 버블경제의 붕괴는 개별 사업자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적으로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질적 조정기’를 맞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 냉장창고업의 시대별 경영환경 변화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의 냉장창고사업자수는 1989년 1,304개사를 피크로 2012년 기준 1,164개사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냉장창고의 보관면적은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냉장창고의 입고량은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면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1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편 냉장창고 시설 중 25,000㎥(1만톤) 이상의 대규모 시설은 사업자수의 비중이 27.9%인데 반해 설비능력은 68.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중소형 창고사업자는 줄어든 반면 대형 사업자를 중심으로 냉장창고가 대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일본의 냉장창고산업의 특징 중의 하나는 과거 수산물을 배경으로 한 F급(-20℃ 이하) 냉장능력의 확대 및 규모화 중심에서 C급(10℃~-20℃) 냉장능력의 기능 확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거대 소비지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보관화물이 수산물 이외에 농축산물과 신선식품의 증가로 다양한 화주에 대응하기 위해 냉장창고의 온도대별 기능을 다양화하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일본 냉장창고업의 경영실적분석
일본 국토교통성이 매년 실시하고 있는 [냉장창고업 경영실적 조사] 결과(모집단 수 1,164사, 조사대상 79개사)에 따르면 79개 냉장창고 사업자 중 흑자결산은 64개사(81.0%)로 2002년 이후 흑자결산 사업자의 비율이 80%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수익 부문에 있어서는 일반 창고 사업자가 5% 이하의 영업수익을 보인 반면 냉동창고의 경우 약 15~30%의 높은 영업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례 분석 - 日本水産
(주)일본수산은 1911년에 설립된 일본을 대표하는 수산기업으로 수산사업, 가공사업, 물류사업, 기타 의약품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물류사업부문은 자사의 어획물 및 수산가공원료의 보관, 하역 및 동결의 단순보관기능으로 시작하여 현재 수산가공품의 판매 및 유통에 필요한 물류사업을 추가하여 원료보관형 냉동냉장창고를 중심으로 물류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물류서비스의 핵심기능으로는 자사의 종합물류센터 내에서 입고품의 선별, 포장·재포장, 유통가공, 배송 및 물류정보처리(수발주, 출고대행) 등의 3PL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창고 내 물류서비스 기능을 종합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자동화창고를 운영 중에 있다.

(주)일본수산의 저온물류센터에서는 입고된 화물에 대해 모두 검품과정을 거쳐 각각의 화물에 바코드를 부착, 입고품의 온도대 및 보관기간에 따라 다양한 온도대의 시설을 갖춘 각 층으로 이동되어 출고까지 일괄적으로 중앙컴퓨터를 통해 관리되어지고 있다.

보관품의 기간 및 온도대에 따라 물류센터는 크게 1층의 선별장과 보관기간이 비교적 짧은 보관품이 보관되는 2, 3층의 반자동 보관창고, 4, 5층의 완전자동창고의 3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1층 선별장은 보관될 화물의 모든 온도대에 맞춰 작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C급 및 C&F급 모두 운영 가능한 창고로 설비되어 있다.

저온저장기술과 CA 저장 창고
▶ CA 저장 창고란?
저온저장기술은 크게 일반 저온저장과 CA(Controlled Atmosphere)저장 기술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일반 저온저장은 단순 저온저장과 냉동저장, 냉장저장으로 구분된다. 일반 저온저장은 저장고 내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데 그치는 반면, CA 저장은 온도뿐만 아니라 저장고 내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여 저장 중 상품 품질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한편 MA(Modified Atmosphere) 저장은 CA 저장의 초기투자 부담없이 플라스틱 필름 등으로 상품을 포장함으로써 비교적 간편하게 CA 효과를 내는 저장방법을 말한다. 특히 포장을 한 후 저장한다는 의미로 MAP(Modified Atmosphere Packaging) 저장기술로 불리기도 한다. MA기술은 저장뿐만 아니라 수확 후 품질의 변화가 심하게 일어나는 채소나 가공식품의 유통기간 중 품질 유지와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도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 CA 저장의 원리
과일과 채소류 등의 청과물은 수확 후에도 호흡을 계속하여 공기 중의 산소를 흡수하고 탄산가스를 발생시켜 에너지를 열의 형태로 발산하게 되는데 이러한 청과물의 생리적 특성은 수송이나 보관 과정 호흡열을 내부에서 발산하여 온도를 상승시키게 된다. 이 때 청과물의 외부에 부착되어 있는 수많은 미생물의 증식을 촉진시켜 조직이 연약한 청과물을 쉽게 변패시키며, 이 호흡 과정 중에 수분을 체외로 발산시키는 증산작용은 청과물의 중량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선도와 품질을 떨어트리게 된다.

CA 저장은 이러한 청과물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하여 저장고 대기환경을 조절하여 품질변화를 억제하는 기술로써 산소 농도는 대기보다 약 4~20배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30배에서 높은 때는 500배 증가시킨 조건(O₂ : 1~5%, CO₂ : 1~5%)에서 저장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호흡의 감소, 에틸렌의 생성 및 작용의 억제 등에 의해 당·유기산 성분 및 엽록소의 분배, 과육의 연화 등과 같은 숙성과 노화현상이 지연되며 미생물의 생식과 번식이 억제되는 효과로 인해 신선식물의 품질이 유지되면서 장기간 저장이 가능해 진다.

▶ 일본의 CA 저장장고 현황
CA 저장에 관한 보다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어 과거의 문제점이 보완되고 CA 저장방식의 우수성이 검증됨에 따라 1985년부터 급속도로 보급이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현재 약 100여개의 CA 저장고가 운영 중에 있다. 주요 CA 저장 품목으로는 사과, 마늘, 당근, 양파, 감자 등이며 특히 사과의 경우, 일본 사과 생산량의 17%가 CA 저장방식에 의해 보관되고 있으며 향후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장기저장한 후 출하되는 사과의 대부분은 CA 저장하여 유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청과물 도매업체가 CA 창고를 도입한 바 있으나 시공 노하우 부족, 특히 CA 저장실의 가스밀폐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기밀유지(gas tightness)기술 부족 등으로 인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대부분의 시설들이 CA 저장고를 단순한 저온보관기능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최근에는 (주)한진이 CA 기술을 이용하여 인천에 CA 저장고(한진 셀라리움)를 건립하여 운영 중에 있으며 이마트 또한 이천에 CA 저장고를 운영 중에 있으며 지난해 CA 저장고를 거친 사과를 판매하기도 했다. 이처럼 CA 창고사업은 수확기의 과일 및 채소 등을 매입하여 장기간 보관 후 비수확기에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여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쿨택배 시장과 전용차량 신기술
일본의 쿨택배는 택배업체 1위인 야마토운수가 1988년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1991년 3,600만 박스에서 2014년 1억 8,700만 박스로 약 6배 가까이 급증하였다. 야마토 전체 택배물량 16억 2,200만 박스 중 쿨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11.6%에 달하고 있다. 참고로 야마토운수의 쿨택배는 냉장타입(0~10℃)과 냉동타입(-15℃ 이하)의 두 가지 타입의 온도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2000년에 대만의 택배사업에 진출한 야마토운수는 쿨택배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 보냉전용 팩과 쿨택배 전용차량을 갖추고 쿨택배도 동시에 전개해 나갔다. 2014년도 쿨택배 실적은 1,200만 박스로 2000년도에 비해 20배 규모로 성장하였다.

야마토운수가 해외에서 쿨택배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는 국가는 대만을 비롯하여 싱가포르, 중국 상해, 홍콩, 말레이시아 등 5개국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일본 신선식품 익일배송을 원칙으로 하는 ‘국제 쿨택배’서비스는 일식(日食) 붐을 배경으로 일본산 메론, 복숭아, 성게, 전복 등 현지 부유층은 물론 백화점,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홍콩의 경우 전년대비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야마토운수는 지난해 쿨택배 차량의 화물적재함을 가변식으로 하여 고내의 냉동냉장 스페이스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는 냉동냉장차량을 개발·도입하였다. 야마토운수의 쿨택배 전용차량은 기존의 고정식 보냉공간의 용량을 가변식으로 하여 칸막이를 바꿈으로써 최대 4가지 패턴의 레이아웃으로 변경이 가능하도록 개발함으로써 기존의 보냉공간에 비해 최대 4배의 용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3온도대 니즈가 신선물류시장 재편을 가속화
저온물류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일본의 냉동식품 소비량은 30년 전과 비교하면 약 40배 이상 성장하였다. 일례로 일본 편의점 상품 중 약 50% 이상을 냉장냉동이 요구되는 품목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신선제품의 선도를 중요시하는 경향은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외식사업에서 쓰이는 1차 농산품 소재의 비중 증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식품수송에 있어서 저온물류의 점유율은 약 40%에 달하고 있으며 의약품과 같이 온도관리를 필요로 하는 품목이 증가하면서 저온물류 시장의 규모는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본 신선식품업계의 최근의 특징 중 하나가 제조업자에서 소매점으로 이어지는 서플라이 체인의 주도권이 이동함으로써 식품물류시장에서 온도대의 영역이 붕괴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까지 식품물류는 제조업체별로 수직구도를 형성해 왔으나 거대화된 체인스토어는 도매업체들에게 모든 상품을 구비·납품을 원하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제조업체가 1차 도매업체를 지정하는 방식의 기존 특약점제도가 붕괴되고 제조업체별 물류는 카테고리별로 수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 카테고리 또한 초기에는 가공식품, 과자류, 주류 등으로 도매업체가 구분되었으나 최근 업계재편에 의해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온도대별 풀 라인(full line)이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약 3조 엔대로 추정되는 일본 식품물류시장에 있어서도 업체별 사업통합이 이루어지는 등의 시장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저온물류업계 순위 5위의 Meito Transportation과 9위의 Hutechnorin이 공동으로 출자, 신 회사 C&F Logistics를 설립하고 양사가 경영을 통합함으로써 업계 3위로 부상하였다.

양사의 이같은 경영통합의 배경에는 칠드(chilled)물류 중심의 Meito Transportation와 냉동식품물류 중심의 Hutechnorin이 식품업계의 재편에 따라 물류회사에 대한 대규모화·광역화·스피드화에 대한 대응이 요구됨에 따라 독자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려는 전략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일본 냉장창고업계의 당면 과제
일본은 오존층 파괴물질 취급에 관한 「몬트리올 협정(2004)」에 따라 대부분의 냉장창고에서 냉매제로 사용하는 수소염화불화탄(HCFC : Hydro Chloro Fluoro Carbon)을 2020년 보충용을 제외하고 생산이 전면 중지되며 2030년에는 완전히 생산이 금지된다. 따라서 2020년 이후에는 HCFC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냉장창고업자는 암모니아 등의 자연 냉매나 대체 프레온으로 전환해야만 한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중소업자들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 일본 환경성에서는 2014년부터 냉장창고업자가 에너지 절감형 자연냉매기기를 도입할 경우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지원제도에도 불구하고 40년 이상 경과한 대부분의 냉장창고들은 운영을 중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냉장창고의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일본 콜드체인 사례분석을 종합해 보면 신선물류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입지전략, 상품전략, 서비스전략, 차별화전략을 토대로 운영전략, 네트워크전략, 마케팅전략과 더불어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전략이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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