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택배사, 대리점주에게 몇 개월 안에 사업 포기 가능성 언질

하나로택배, 동원택배, 이노지스택배 등의 기업들은 택배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스스로 사업을 포기한 업체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들은 장기간 누적된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백기를 들고 사업을 중단한 바가 있다.

최근 현존하는 일부 중견택배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한 택배업체들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살아보려고 발버둥치고 있지만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위기에 봉착한 몇몇 업체의 관계자들은 이미 사업을 포기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서 그들의 자멸로 인해 택배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매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택배시장은 매력이 많은 산업으로 꼽히지만 난립한 업체들과 치열한 저단가 경쟁으로 인해 업체들의 수익성은 크게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은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왔고 투자 여력의 한계에 직면한 일부 중견택배업체들은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해 자멸의 길을 선택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산소마스크를 끼고 간신히 생명을 연장 중인 일부 중견택배업체들은 최근 사상 최대 위기에 봉착해 가파른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어 얼마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통합 추진한 중견택배사 A, 운영 2개월 만에 위기 맞아
최근 중견택배업체 간 M&A를 맺고 운영 통합을 추진한 바 있는 A 중견택배사는 통합 2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영상에 큰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A 중견택배업체는 통합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이슈들로 인해 위여누란에 처했으며 최악의 경우 사업 중단까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합 2달도 안 된 상황에서 적자폭이 커지고 대리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업체의 한 광역시 대리점들이 타 택배사로 대거 이탈, 서비스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남아있는 조직원들 역시 이탈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A 택배사는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지난 7월 11일 전국 대리점주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위기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어려운 상황을 같이 헤쳐 나가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날 참석했던 다수의 대리점주들은 오히려 더 큰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경우 몇 달 안에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본사의 설명이 협조가 아닌 통보로 들렸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A사 대리점주는 “본사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보다 적나라하게 전달하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썼을 수 있다. 본사 입장을 이해한다”며 “하지만 생계가 걸려 있는 우리들에게 사업 중단이란 표현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날 본사가 제시한 대안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A회사 본사 관계자들은 규모 있는 대리점이 3~4개 지역을 맡아 광역 대리점을 꾸리고, 본사가 운영 중이던 소형 터미널 등까지 책임지고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본사의 이러한 제안은 대리점주들에게 비용 전가로만 비춰질 뿐, 누구도 선뜻 따르겠다는 대리점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A사 대리점주는 “본사가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면서 기존 대리점주들이 운영 중이던 터미널은 대부분 운영이 중단됐다. 본사가 지역마다 새로운 터미널을 구축해 그 쪽으로 분류작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일부 대리점들은 계약기간이 남아 있던 상태로, 터미널 임대료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와 본사는 원상태로 돌려서 운영하라고 하고 있고, 여기에 본사가 계약한 터미널까지 대리점주들한테 책임지라는 식이니 누가 나서서 이를 운영하겠냐“고 말했다.

한편 대리점들이 직접 나서 회사를 살리겠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본사의 짐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각 대리점들이 매월 15만 원정도의 터미널 운영비를 지원하자는 의견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매월 수십억 원씩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런 노력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 정기화물업체도 어려움 겪고 있어
정기화물업체들 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업체 역시 영업소들의 이탈이 심화되면서 서비스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

정기화물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이 업체의 영업소들이 대거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영업소들은 이미 다른 업체로 넘어간 상태라고 한다. 이로 인해 이 업체는 궁여지책으로 수도권 터미널의 일부를 축소해 비용을 절감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존에 운영 중이던 2개 터미널을 하나로 줄이거나 1개 터미널을 반으로 축소할 계획으로, 이미 다른 정기화물업체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한편 이 업체는 수도권 영업소들의 이탈이 증가하면서 특정 지역으로 가는 물품들을 터미널에서 용차를 이용해 직접 발송하고 있는 상태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으로 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의 위기가 기회가 된 중견택배사도 있어
한편 위기를 맞이한 업체들로 인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택배업체들로부터 이탈한 영업소들을 받아들임으로써 불안정했던 네트워크가 탄탄해짐은 물론 불필요한 비용이 감소됨으로 인해 적자가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B 택배사의 최근 물동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 넘게 증가했다. 가뭄으로 인해 매실 등의 물량이 크게 감소했지만 영업소가 크게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전체 물동량 역시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일부 영업소들에게 지급하던 영업소 지원금 또한 없앴다. 운영이 어려운 영업소의 경우 많게는 1억 원 가까이 지원을 해주었으나 해당 지역의 영업소가 유입됨으로 인해 지원금을 지불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일부 눈치가 빠른 영업소들의 경우 본인들이 먼저 나서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안정세로 돌아선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일부 회사에서 이탈한 영업소들이 넘어오면서 네트워크가 좋아지는 효과가 생겼다”면서 “이런 상태라면 수억 원씩 발생하던 적자도 곧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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